[relay interview]

우리들의 시골살이 이야기

찐 시골 생활 2년 차, 도시가 싫어서 

사람 없는 시골로 내려온 수정 씨를 만나다.

로미, 제리

[relay interview]

우리들의 시골살이 이야기

찐 시골 생활 2년 차, 도시가 싫어서 사람 없는 시골로 내려온 수정 씨를 만나다.

로미, 제리

우리들의 시골살이 이야기 아홉 번째 주인공으로 사람이 싫어서 도시를 떠나왔지만 시골에서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유수정 씨를 만났다.


수정 씨가 일하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일부러 사장님이 잘 안 보이는 자리를 골라서 앉아있는데 조명 문제로 카운터가 아주 잘 보이는 자리로 이동했다. 수정 씨는 조금 멋쩍어했지만 거리낌 없어 했다. 나는 일이 끝나면 한시라도 빨리 일터를 떠나고 싶은데 수정 씨는 음료가 맛있다며 심지어 주말마다 온다고 한 것이 신기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카페를 채운 사람들의 말소리 사이에서 수정 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하지라고 불리는 유수정입니다. 곡성에서 산지는 한 1년 반 정도 되었어요. 시골에서 살고 싶어서 왔다가 2년째 살게 됐어요.


어떻게 곡성에 오게 되었나요?

줄곧 도시에서만 살았어요. 너무 많은 사람에게 치이는 것이 버거웠고 돈으로만 굴러가는 것도, 바쁜 것도 싫었어요. 길 가다가 툭 치이는 것조차도 저한테는 너무 큰 스트레스여서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는 것이 당시 가장 큰 목표였어요.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가야겠다, 사람이 적은 곳에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시골에 가기 위해 1년 동안 돈을 모았어요. 혼자 가기는 어려워서 청년 정책을 찾아보다가 *청년 자자공 프로그램 을 알게 되었고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곡성에 오게 되었어요.

* 생태적으로 살고 싶고 귀농을 꿈꾸는 도시 청년들을 모집해서 자립 기술과 농사를 배우는 항꾸네협동조합의 배움터

시골에 오기 전의 삶은 어땠나요?

부모님에 의해서 서울, 부산, 울산에서 도시 생활했어요. 학생 때는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이 있어서 대안학교에 입학했어요. 졸업할 때쯤 필리핀에서 6개월 동안 봉사활동을 했고 보라카이 섬에서 여행도 했는데 너무 좋은 기억이 돼서 성인이 된 뒤 보라카이에서 1년 정도 일도 했어요. 서울로 돌아와서는 친구들을 만나고 아르바이트하면서 대체로 무계획적으로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냈어요.

시골 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떤 것을 가장 기대했나요?

시골에 오게 된 계기가 프로그램 참여였던 만큼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어요. 다양한 기술을 배울 수 있고 협동조합 사람들과의 교류와 마을 내 커뮤니티, 시골 생활을 애정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자립적인 삶에 대해 집중했고 의식주 모든 것으로부터 자립할 방법을 배울 것이라고 기대했어요. 그런데 식의 자립인 농사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진 프로그램은 저와 맞지 않았어요. 제가 그렇게 잘 먹는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수확한 것들을 이용해서 요리하는 게 즐거움이 아니라 처리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오히려 다른 사람들한테 나눌 때 즐거움이 더 컸어요. 그러다 보니 농사가 부담스러웠고 재미가 없어졌어요.

지금 곡성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시골에서 계속 살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보니 당장 월세와 전기세가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돈을 버는 일을 하게 됐어요. 자급자족에 관심은 있었지만 농사만 짓는 건 저에게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었거든요. 요즘은 평일 아침 7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카페에서 일하고 있고, 부업으로 옥과에 있는 마을 학교 내 미술관에서 텃밭과 도예 수업을 하고 있어요. 카페 일과 마을 학교 수업 모두 시골에 와서 처음 해보는 일이에요. 카페 일은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인데 마침 해볼 기회가 생겼고 텃밭과 도예 수업은 정보를 나누고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즐겁게 하고 있어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밭농사와 논농사를 지었었는데 어쩌다 보니 카페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어요. 원래는 짧게 일하고 농사를 지을 계획이었는데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힘에 부치고 농사에 에너지를 들이기가 힘들어져서 지금은 안 하고 있어요.

출퇴근은 어떻게 하나요?

출근은 비슷한 시간대에 차로 출근하는 친구가 있어서 카풀을 하고 퇴근은 버스로 해요. 운전을 무서워하는 편이라 앞으로도 면허를 딸 생각이 없고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살고 있어요. 그래서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버스 정류장이었는데 출퇴근할 것을 미리 고려해서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집을 구하게 됐어요. 집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1시간에 한 대씩 다녀서 크게 불편하지 않아요. 막차는 7시 반이고 버스 시간 때문에 의도치 않게 오전에 일하게 되었는데 오전에 일하는 걸 좋아해서 아주 만족하며 다니고 있어요. 밤에 잘 돌아다니는 편이 아니고 시골은 밤에 돌아다닐 곳도 없어서 별로 불편함은 못 느끼고 있어요. 오히려 편리하면 편리할수록 더 편리함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마을 안에서는 전기자전거를 타는데 마을 위쪽에 요리를 잘하는 언니가 운영하는 밥집을 가거나 농사지으러 가기 위해 타요. 주로 해 뜨기 전 이른 시간이나 퇴근하고 나서 해가 어느 정도 내려앉았을 때 타는 경우가 많고 대낮에 탈 일이 별로 없어서 그다지 덥지 않아요. 더위를 잘 안 타기도 하고요.

도시에서의 삶과 시골에서의 삶, 어떻게 다른가요?

현재 시골 생활의 만족도는 높아요. 생애 첫 독립을 곡성에서 했어요. 제 삶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쾌적한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독립이 주는 안정감과 사람들한테 치이지 않는 것이 제 스트레스의 많은 부분을 해소해주었어요. 카페에서 일하는 것도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요. 똑같은 손님 응대 일을 하고 있지만 도시에서는 내가 소비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일하는 시골의 카페는 단골손님이 많고 한마디라도 더 주고받을 수 있는 분들이 주로 오세요. 도시만큼 화나 있고 짜증 나 있는 사람이나 바쁨과 하루에 치인 사람들이 없어요. 시골에 오게 된 이유가 충족되다 보니 일을 하는 게 재밌어요. 스트레스를 덜 받기에 한결 마음이 편해진 것이 도시에서의 삶과 가장 다른 점이에요.


농사가 나와 맞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됐고 독립을 통해서 나는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이전에도 막연하게는 알고 있었지만 혼자 살아보니 더 확실하게 알게 됐어요. 저와 대화할 사람과 제 에너지를 끌어내 줄 사람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저는 사람에 의한 스트레스가 매우 큰 사람인데 또 그만큼 사람을 좋아해요. 저와 관계성이 맺어진 사람과의 관계는 좋은데 저와 전혀 관계성이 없는 사람과의 불필요한 스킨십이나 일이 생기는 게 불편하더라고요. 도시는 내가 관계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관계가 형성되기가 어려운데 시골에서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관계가 맺어지는 부분에서 편하다고 느껴요. 시골에서 살면 슈퍼든 약국이든 가던 곳을 계속 가게 되고 그 동선을 벗어나는 일이 잘 없어요. 두 번 세 번 얼굴을 보게 되면 단골이 되고 익숙해지면서 형성되는 관계가 편하고 좋아요. 지금 사는 집 옆의 슈퍼가 그래요(웃음).

전에 살던 곳이나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고 곡성에 정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시골이면 어디든 상관이 없었는데 작년에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마을에 아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 가장 커요.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찾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했어요. 저는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좋아요.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도 좋고 마음이 잘 맞고 마음 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 정착하는데 크게 작용했어요.


시골 생활의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은 뭐가 있을까요?

좋은 점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고 풍경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저에게는 좋은 점이에요. 그리고 협동조합이 있어서 농사를 짓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에요. 불편한 점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 작년에 복싱을 배우려고 했는데 가장 가까운 곳이 곡성읍에 있더라고요. 곡성읍까지 가려면 한 시간에 한 대 오는 버스를 타고 곡성읍에 도착해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복싱장까지 걸어가야 하고 또 수업이 끝나고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서 한 시간에 한 대 오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집에 올 생각을 하니 너무 힘들겠더라고요. 도시보다 배울 수 있는 종류도 한정적이고 배우러 가는 길에 많은 힘과 에너지 소모가 필요하다는 점이 불편해요.

시골 생활의 아쉬운 점은요?

큰 청년 커뮤니티가 없는 것이 아쉬워요. 도시에 있을 때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진행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시골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어볼까 했는데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어요. 도시에는 지원 프로그램이 많아 활동을 함께 해줄 사람들과 공간적 지원, 자문을 쉽게 얻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시골에서는 사람 모으는 것부터 모든 걸 혼자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알 수 없어서 포기한 경험이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 정보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해요. 단순히 음료 한 잔 마시고 주제가 없는 대화라고 하더라도 꾸준히 사람이 모이는 것이 중요하고 발전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공간이 필요하고 어느 곳에 가든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지역 내 커뮤니티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더 나아가 다른 지역과의 교류도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시골에 살다 보면 택배로 주문할 수밖에 없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가 아쉬워요. 시골에서는 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종류가 한정되어있고 품질도 도시나 온라인과는 달라요. 그래서 도시에 살 때보다 택배 주문이 필요한 순간이 더 많아요. 특히 작은 걸 주문했는데 과대포장된 택배 포장을 보면 포장 박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에요.


또, 저 같은 경우에는 오후 3시에 퇴근하는데 그 후에 시간을 보낼만한 공간이 집뿐이어서 퇴근 후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어요. 집 외에 시간을 보낼만한 마땅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퇴근 후나 주말은 어떻게 보내세요?

평일에는 일하고 와서 주로 집안일을 하거나 2~3일에 한 번씩 스트레칭이나 맨몸운동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어요. 장시간 서 있는 일을 하고 온 뒤라 누워있을 때도 있고요. 주말에는 남자친구가 놀러 오는데 제가 요리를 자주 해주는 편이에요. 도시에 살 때부터 채식 지향 식단을 하고 있어서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어요. 짜장면도 직접 만들고 버섯으로 닭갈비도 만들어 먹어요.

수정 씨가 직접만든 고소한 통밀 쿠키🍪

시골에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작년에 수제 맥주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순간들이 떠올라요. 마을 협동조합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면서 들어가게 된 동아리였는데 직접 맥주를 만드는 것도 재밌었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서 노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동아리 사람들과 마을이 잘 맞았고 함께 있을 때 늘 밝은 기운으로 있었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도시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나요?

딱히 없어요. 가끔 찾아가는 걸로 충분해요.


앞으로 시골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재미있는 일이 있어요. 학생들을 만나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나이대는 중고등학생 정도였으면 좋겠고요. 옛날부터 대안학교 교사가 꿈이었는데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일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워낙 알려주는 걸 좋아하고 그게 잘 성사되었을 때의 뿌듯함도 크고요. 요즘 발전적인 삶에 꽂혀있어요. 그게 어떤 것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나는 걸로는 시간 활용을 좀 더 잘하고 싶고, 능력이든 기술이든 정보든 더 늘어서 발전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삶을 사는데 그 지역이 꼭 서울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잘 먹고 잘 놀고 많이 소비해야 잘 사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사실 그건 너무 자극적이라고 생각해요. 적게 먹고 적게 소비하며 평안한 삶을 사는 것도 잘 사는 거라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초반, 자신이 인터뷰에 적합한 사람인지 모르겠다며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던 수정 씨가 떠오른다. 수정 씨가 말하는 문장은 대체로 짧았지만 확실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과 원치 않는 것, 본인과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을 분명히 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정확했고 그걸 시골에서 찾은 듯 보였다. 소박하고 담백하지만, 또 그것대로 꽉 찬 삶을 사는 수정 씨. '내가 만족하며 지내면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지 않은가'의 좋은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편안한 독립이 계속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nongdam@farmnd.co.kr 

농담은 곡성군과 팜앤디 협동조합이 함께 만듭니다. 

농담은 곡성군과 팜앤디가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