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지역에서는 문화적으로 즐길 거리가 도시보다 부족하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영향을 많이 안 받으시는 것 같아요.
맞아요. 지역마다 웬만한 작은 도서관 하나쯤은 있는 편이고 그림 그리는데 필요한 붓이나 물감, 종이 같은 것들은 인터넷으로 배송시키면 되니까요. 분명 저와 비슷한 성향이 있고 도시 생활에 지친 청년들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저는 고향이라서 곡성으로 다시 온 거지만 돌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고향이 없는 사람들이 와도 되는 곳이 곡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이 한 번쯤은 관심을 가지고 봐줬으면 하는 지역이 곡성이에요.
제가 생각하기에 곡성에는 청년들을 위해 활동하는 운동가들이 많아요. 귀촌 청년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연구하시면서 청년들을 위한 집을 지으려고 하는 분도 계시고, 제가 자주 가는 도서관의 관장님도 청년들을 위한 교육을 도맡아 하고 계시고요. 시골에 있는 많은 기업에 청년이 필요해서 농사를 짓지 않고도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어요. 최근에 서울에서 살다가 시골로 오신 분의 SNS에서 밭농사 짓는 사진과 집의 텃밭 사진을 보게 됐는데 그걸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고 계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곡성의 뛰어난 농업과 환경으로 위로받고 삶의 여유를 누렸으면 좋겠어요. 곡성에 오시면 제가 친구가 되어드릴 수 있어요(웃음).
농사 이야기가 나와서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혜리 씨는 농사를 지으시나요? 농사에 관한 생각이 궁금해요.
저희 집 앞마당과 뒷마당, 그리고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밭이 있는데 거기에 농사를 지어요. 제가 하는 건 아니고 어머니께서 지으시는데 고추와 고사리는 판매도 하시고 그 외에는 우리 가족이 먹을 정도로만 지어요. 농업이 생명의 시작이잖아요. 그래서 하고 싶다, 싫다는 선호도의 문제보다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무게감이 있어요. 엄마께서 농사지으시는 걸 옆에서 지켜보다 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엄마처럼 잘할 수 있을까, 부지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저에게는 농사는 아직 고민이 필요한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