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interview]

우리들의 시골살이 이야기

찐 시골 생활 20년 차, 

곡성 트렌드를 대표하는 MZ세대! 풀잎 씨를 만나다.

신지원,제리

[relay interview]

우리들의 시골살이 이야기

찐 시골 생활 20년 차, 곡성의 트렌드를 대표하는 MZ세대! 풀잎 씨를 만나다.

신지원, 제리

우리들의 시골살이 이야기 다섯 번째 주인공으로 보기만 해도 젊음이 뿜뿜! 올해 스무 살 정풀잎 씨를 만났다.

 

젊음과 전 재산 중 고르라면 한 치 망설임 없이 젊음을 택하겠다는 어느 재벌 총수의 말이 생각난다. 젊음은 그 자체로 좋은 것, 그 자체로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니는 것! 풀잎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싱그럽다! 귀엽다! 활기차다! 라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나이 든 소리일까?) 요즘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는 *MZ세대 에게 과연 곡성의 트렌드는 어떤지, 소위 말하는 ‘힙한’ 동네가 될 수 있을지, 그녀의 필터링 없는 솔직한 이야기 함께 들어보자.

*MZ 세대 : 1981년~2010년에 출생한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세대


원피스가 너무 잘 어울려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작년까지 항상 곡성에 살다가 지금은 전남대학교 독일 언어 문학과에 재학 중인, 스무 살 22학번 정풀잎입니다. 

원피스는 있는 옷 중에 열심히 골라 봤어요. (웃음)


직전에 인터뷰하셨던 예준 선생님의 제자였다고 들었어요.

제가 초등학생일 때 학교 과학 선생님이셨어요. 5학년 때 여자애들이 선생님을 진짜 좋아했거든요. 그때는 젊은 선생님도 많이 안 계셔서 엄청 좋아했어요. 선생님이 중간에 군대 가셨을 때 반 친구들이랑 같이 울었던 기억도 있어요. 중학교 가서부터는 연락을 못 드렸어요. 그러다가 제가 막냇동생이랑 나이 차가 많이 나는데, 제 동생 담임 선생님이 되셨더라고요. 그 소식을 듣고 찾아가서 인사를 드렸죠. 제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동생의 담임 선생님이어서 인연이 깊어요.


그러면 곡성에서 쭉 나고 자란 건가요? 시골에서의 성장기가 궁금해요.

태어난 건 순천인데 아주 어릴 때 곡성으로 이사 왔어요. 지금은 학교 때문에 기숙사에서 살고 있지만 작년까지는, 그러니까 19살 때까지는 곡성에 쭉 살았어요. 지금도 곡성에 주말이면 와요. 시간 될 때마다, 올 수 있을 때마다 내려와요. 


학교 다닐 때는 아쉬운 기억이 많아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코로나가 터졌거든요. 1학기 때는 격주로 등교하니까 친구들을 많이 못 만났어요. 그래서 1학기 때는 서먹하게 지내다가, 2학기 때 체육 대회를 작게 했는데 그때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수학여행도 기억에 남아요. 1학년 때 서울로 갔었거든요.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어요. 집을 두 채 지어서 한 집은 제 가족, 엄마 아빠랑 동생 두 명이랑 살고 옆집에 이모랑 이모부랑 살고 있어요. 대가족이 모여 살고 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도 여기 하죽에 계셔서 자주 왕래하고 있어요.

한창 놀 나이잖아요. 시골에서는 뭐 하고 놀아요?

만나서 주로 밥 먹어요. 특별히 어디를 자주 가진 않고 그때마다 끌리는 대로, 그때그때 달라요. 카페도 자주 가요. 자주 가던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그 카페에 강아지가 있었어요. 그래서 강아지를 보러 자주 갔어요. 카페가 문을 닫으면 또 그때마다 다른데 찾아가서 놀아요. 술 마실 때는 읍내에 있는 술집에 자주 가요. 자주 가는 술집이 한군데 있는데, 거기 가면 제 나이 또래 친구들밖에 없어요. 분위기도 곡성의 다른 술집처럼 너무 옛날식도 아니고, 현대식으로 돼 있거든요. 비싸긴 한데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치킨도 있고, 마른안주도 있어서 종종 가요.


요즘 곡성에서 제일 핫플은 어디예요?

저희는 돈가스도 자주 먹으러 가고 마라탕도 자주 먹어요. 곡성에 새로 생긴 돈가스집이 있어요. 볼링장 옆에 ‘하송’이란 곳인데 약간 경양식 돈가스예요. 거기 맛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는 야자 하기 전에 밥맛 없으면 나가서 떡볶이를 맨날 사 먹었는데, 그 집은 없어졌어요. 거기 되게 자주 갔었는데 아쉬워요. 또… (잠시 고민) 군청 앞에 의자가 많이 있어서 거기 주로 앉아 있는 것 같아요. 카페 가기 뭐 할 때. 앞에 정자랑 의자가 있거든요. 카페를 갔다 왔는데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그러면 군청 가서 앉아 있거나 해요.

군청 앞에 앉아 있다니! 귀여워요. 그럼 MZ세대에서 제일 유행하는 건 뭐예요?

음식은 여전히 마라탕이고요. 처음 만나면 무조건 MBTI 얘기를 해요. 과팅 나가도 무조건 MBTI부터 얘기해요. 저는 INFP인데. 자기소개를 거의 무조건 MBTI로 하는 것 같아요. 친구끼리 만나면 인생 네 컷도 무조건 찍고요! 곡성에는 없지만, 남원에 있고 광주에 있어서 만나면 무조건 인생 네 컷 찍어요.


시골에선 이동이 참 불편하던데, 어딜 찾아다니거나 이동할 때는 어떻게 해요?

버스를 타거나,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녀요. 버스가 시간에 맞춰서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시간표가 쓰여 있긴 한데, 더 빨리 가거나 좀 늦게 가버리니까 못 맞추는 때도 있고요. 그래서 어른들께 부탁해서 차를 이용하기도 해요.


마을에 또래 친구들이 많이 있나요?

학교에 한 학년이라고 해봐야 100명이 안 돼서 도시보다는 제 또래가 많이 없을 거예요. 그리고 타지에서 오는 친구들도 많아서 지금 곡성에 남아있는 친구들이 더 없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다른 지역으로 많이 떠나요. 저랑 친한 친구들은 다 같은 학교에 가서 괜찮은데 그래도 다른 친구들은 세종에 가고, 서울 가고 이러니까 만나기가 진짜 어려워요. 같은 대학교에 간 친구들은 기숙사에서 같이 사니까 만나면 되는데, 다른 지역에 간 친구들은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서 온다고 해도 제가 못 갈 때가 있어요. 종강하고 방학하면 곡성에서 꼭 만나기로 했어요.


20살이 바라본 시골 라이프는 어때요?

사실 저 같은 스무 살 친구들이 놀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먹을 때도 많이 없어서 남원으로 나간다고 그러더라고요. 떡볶이를 먹으러 나갈 때도 남원으로 가야 하거든요. 마라탕 집도 없고요. 매번 남원까지 가기도 힘들어서…. 제 또래들이 놀 곳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공기도 좋고, 도시보다 여유롭게 지낼 수 있는 건 좋아요.

놀기도 쉽지 않군요. 혹시 요즘 가장 고민은 뭐예요?

자취하고 싶어요! 진짜! 지금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까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곡성에서 자취해도 상관없어요. 그냥 자취만 하고 싶어요. 가족이랑 사는 것도 좋은데 무슨 일만 있으면 다 같이 모여야 하거든요. 이게 곡성에 사는 장점이기도 해요. 가족들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는 사람도 많이 있잖아요. 근데 이모도 옆에, 할머니도 옆에, 친할머니랑 외할머니 두 분 다 여기 사시거든요. 친할머니는 옆집에 계세요. 자주 만나는 건 진짜 좋은데 (강조) 너무 자주 만나니까 좀 힘들어요.


역시 스무 살의 로망은 자취죠. 아무래도 성인이 되고 곡성을 떠나는 친구들이 많을 것 같은데 어때요?

너무 많아요. 제 대학교에 곡성고에서 12명, 13명이 갔어요. 다른 애들은 서울도 많이 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잘 만나지 못하니까 맨날 연락하고, 보고 싶다고 영상 통화하고…. 얼마 전에는 서울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했어요. 사실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러 간 거긴 한데 (웃음) 겸사겸사 친구도 있으니까 같이 1박 2일로 보고 왔죠. 다른 지역에 간 애들도 가끔 내려와서 만나기도 해요. 만나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워요.

말씀 중에 들어보니 아이돌을 좋아하시나 봐요?

뉴이스트! 2012년에 데뷔했는데 망했어요. 그래서 2017년에 프로듀스 101을 나간 거죠. 원래는 멤버가 5명인데 4명만 나왔어요. 그 프로그램에서 성공해서 한 명은 워너원으로 데뷔하고 나머지 4명은 뉴이스트 w로 나왔어요. 2019년에 다시 재결합을 해서 3년 동안 활동하다가… 제가 너무 깊게 얘기하고 있죠?


엄청나게 신나 보여요. 시골에서 덕질 하기 어렵지 않나요?

아무래도 시골에 사니까 직접 만나러 가는 것도 어렵고, 그냥 인터넷으로 소식 받고 팬 카페 가입하고 그 정도예요. 주로 온라인으로 덕질 해요. 덕질 하기 사실 많이 힘들어요. 교통비가 많이 들고 서울 가서 한번 보고 오려면 교통비만 10만 원이에요. 그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솔직히 교통비만 아니어도 자주 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너무 많이 드니까. KTX도 비싸고 시간도 너무 길어요.

덕질도 그렇고, 도시와 시골의 라이프 스타일 차이가 엄청날 것 같아요.

배달이 진짜 안 되니 힘들어요. 여기 시골은 배달이 안 돼요. 그래도 읍내에는 배달되는 데가 있긴 있는데, 제가 사는 동네는 아예 안 돼요. 무조건 전화해놓고 찾으러 가야 해요. 전화하고 몇 분 정도 걸린다고 하면, 그 시간에 맞춰서 읍내 가서 받아오고 다시 들어오고 하는 게 여기서는 좀 힘들어요. 편의점도 멀리 있어서 차로 가야 해요. 그래서 유행하거나 맛있는 거 먹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광주나 다른 도시에 가서 풀고 와요. 광주에 가면 돈이 너무 깨져요. 먹고 싶은 거 다 적어서 가요. 마라탕 먹고 싶고, 와플 먹고 싶고. 다 써 가서 먹고 와요.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주말마다 곡성에 오게 만드는 장점이 있나요?

부모님이 그러시는데, 제가 어렸을 때 아토피가 엄청 심해서 그것 때문에 시골로 온 거라고 들었거든요. 공기가 진짜 좋아서 아토피가 많이 나았어요. 무엇보다 제일 좋은 건 광주에 있으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바쁘다고 해야 하나? 그게 너무 싫은데 여기는 교통 체증도 없고 그게 제일 좋아요. 운전 연습하기도 좋아요. 곡성 친구들은 운전을 시작하는 나이가 빠른 편이에요. 다들 수능 끝나고 할 일 없으니까 면허를 많이 따요.


10년 뒤에 풀잎 씨는 어디에 살고 있을 것 같아요? 풀잎 씨가 꿈꾸는 30대는 어때요?

솔직히 시골에 살고 있을지, 순천이나 광주에 살고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전남을 벗어나진 않을 것 같아요. 가족들이 여기 있으니까 지금처럼 자주 올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차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차 사는 것도 꿈이에요. 제가 꿈이 유치원 교사 아니면 사회복지사인데 그 일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모가 유치원 교사를 하셨어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어릴 적에 엄마가 바쁘다 보니까 항상 이모랑 같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모를 옆에서 매일 보니까 유치원 교사의 꿈이 생기게 됐고 사회복지사의 꿈도 생겼어요. 이모가 유치원 교사를 하시다가 사회복지사가 되셨거든요.

 

경제적으로도 독립이 되면 좋겠어요. 일하면서 워라벨도 잘 지키고요. 그때 결혼은 안 했을 것 같아요. 일하고 저녁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거 있잖아요. 딱 여유롭게 앉아서 TV 보고! 또 덕질도 하고. 일단 돈 버는 게 덕질 하려고 돈 버는 거니까요. (웃음)


이모는 어떤 분이셔요?

이모가 저희를 되게 많이 챙겨주세요. 항상 이모랑 같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때 제가 이모랑 밥 먹고 싶다고 울어서 이모 집에 가서 밥 먹은 적도 많아요. 여기가 버스 타기가 엄청 어려운데, 이모가 매주 태워다 주셨어요. 밥도 챙겨주시고, 김밥 같은 거 싸서. 저는 차에서 먹고 이모가 항상 태워다 주셨죠.

20살로서, MZ세대로서 곡성에 바라는 게 있다면 뭘까요?

제가 아무래도 스무 살이다 보니까 제 눈높이가 엄청 높진 않아요. 아까 말했던 떡볶이, 마라탕 같은 프랜차이즈 식당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신전 떡볶이도 없고, 엽기 떡볶이도 없고, 카페만 너무 많아서 유명한 음식 프랜차이즈가 생기면 좋겠어요. 또 친구들이 인생 네 컷 찍는 거 좋아하니까 그런 거 하나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교통이 제일 크긴 하죠. 다른 도시랑 인접한 옥과 쪽 가는 건 많은 것 같은데, 여기까지 오는 거는 진짜 한 시간에 한 번, 두 시간에 한 번밖에 없어요. 제가 버스를 타고 내려도 집 앞까지 오는 버스는 없으니까 한 시간을 기다렸던 적이 있어요.


생활적으로는 여기에 연령층이 높으신 분들이 많다 보니까 만약에 제가 머리를 안 묶고 있으면 머리를 묶고 다니라고 말씀하세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갔을 때에도 뭐라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짧은 치마를 입어도 이상하게 보시고요. 특이하게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는 ‘어리니까 그냥 다 해봐라. 젊으니까 이런 거 입고 다니지 언제 입고 다니겠냐?’ 하시는데 다른 분들이 잔소리하세요.

풀잎 씨의 아이돌 ‘뉴이스트’의 덕질 인형🐻

혹시 다음 릴레이 인터뷰이를 추천해 주신다면요?

저희 이모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모는 일단 40대이시고요.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고 계세요. 무엇보다 추천하는 이유는 제가 이모를 엄청 좋아해요! 이모가 죽곡 아동센터에서 근무도 하시고 이 마을 사람이니까 재밌는 얘기를 많이 해주실 것 같아요.


자, 마지막으로 곡성의 MZ세대를 대표해 한마디 해주신다면?

엄청 부담되는데요? 오늘 인터뷰 재미있었고 곡성이 조금 더 발전돼서 20대, 30대의 젊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곡성이 됐으면 좋겠어요.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젊은 세대가 살 만큼 재미있는 그런 지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마라탕과 떡볶이를 간절하게 원하는 귀여운 소녀이자, 곡성의 미래를 걱정하는 든든한 지역의 새싹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좋아하는 것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불필요한 체념 치레 없이 자신의 의견을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이것이 바로 MZ세대인가 싶었다. 앞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또 이끌어갈 스무 살 청춘의 얼굴이 참으로 아름답고 빛났다. 풀잎 씨의 미래와 곡성의 내일을 함께 응원해본다.

nongdam@farmnd.co.kr 

농담은 곡성군과 팜앤디 협동조합이 함께 만듭니다. 

농담은 곡성군과 팜앤디가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