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만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이 있나요?
자연 보는 것? 계절이 바뀌는 게 뚜렷하게 느껴져서 더 보게 돼요. 그리고 별 보는 거. 전에는 별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별이 보이니까 자꾸 보게 되더라고요. 또, 지금 생활 환경이 제가 원래 해오던 술 빚기에 아주 적합해서 더 잘하고 있어요.
한동안 이행시도 많이 썼는데 그 중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살다 보면 생각보다 좋은 날들이 많은 거 같다’ 이게 지금 상황인 거 같아요.
시골에서만 가능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나요?
저는 지금 스트레스를 안 받아요. 도시에서는 많이 받았어요. 몇 년 전만 해도 남들보다 늦었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바빠지려고 했던 거 같아요. 지금도 남들은 제가 바빠 보인다고 하는데 제가 좋아서 하는 거라서 전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아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허겁지겁 먹는 느낌이랄까요.
시골에 와서 달라진 게 있나요?
시골에 오고 살도 많이 빠졌어요. 많이 걷고 부지런을 떨어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더라고요.
곡성에 와서 아직 일을 시작하기 전에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많이 만났어요. 사람이 없지만, 사람을 더 많이 만나는 곳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도시에서는 옆집 사람들 마주치면 쑥스럽고 불편했는데, 여기에서는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지나가다 상추도 뜯어주시고, 퇴근 잘했냐 질문도 해주시고, 사람 사는 느낌이 들어요. 그럴 때 진짜 내가 이 동네에 살고 있구나 싶어요. 서울에서는 그냥 거주지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정말 마을에 사는 느낌이에요. 여기에 오니 도시에서는 그냥 지나가는 한 명의 사람일 수 있는데, 진심으로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게 좋아요. 술 빚는 게 흔한 건 아니지만, 여기에 있으니 더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고 그래서 더 재밌게 사는 것 같아요.
시골 생활을 시작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가요?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들과 이야기 나눈 게 기억에 남아요. 할머니께 제 나이 때 꿈이 무엇이셨는지 여쭤봤는데,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쏟아내시는 걸 보니, 꿈에 관한 내용도 인상 깊었지만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마음속에 담고 계시는 게, 꿈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산책하다 마주친 할머니만 아시는 스팟에서 밤을 딴 거요. 다른 곳은 밤이 열리기도 전에 할머니가 알려주신 곳에만 밤이 다 익어서 떨어져 있더라고요. 할머니가 ‘나랑 다니면 재밌는 일이 많아’라고 하셨는데 진짜 그럴 거 같았어요. 이런 소소한 것들이 다 기억에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