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interview]

우리들의 시골살이 이야기

찐 시골 생활 3개월 차, 활기 가득 수아 씨를 만나다.

나이사,루피

[relay interview]

우리들의 시골살이 이야기

찐 시골 생활 3개월 차, 활기 가득 수아 씨를 만나다.

나이사, 루피

우리들의 시골살이 이야기 두 번째 주인공으로 논밭으로 둘러싸인 죽곡면 화양마을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김수아 씨를 만났다.


알록달록한 벽화와 차분한 돌담, 푸른 잎들이 어우러진 아담한 마을에 들어서자 왠지 마음이 평온해졌다. 도시에서도 핫플에만 있는 셰어하우스가 정말 이런 시골 마을에 있는걸까? 궁금증을 자아냈다. 골목길을 지나 셰어하우스 문을 두드리니 활기찬 모습으로 반겨주는 수아 씨. 거실 한쪽 벽을 꽉 채운 창문에서 쏟아지는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운동 하는 것도 먹는 것도 사랑하는, 활기찬 라이프를 지향하는 김수아라고 합니다.

현재 곡성군 죽곡면 화양마을에 있는 셰어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공간이나 시설 따위를 공동으로 사용하며 같이 사는 집.


곡성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디에 살고 있었나요? 평소에 시골살이를 계획하고 있었나요? 

저는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얼마 전까지도 광주에서 쭉 살아왔어요. 당연, 몇 달 전만 해도 전혀 시골살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었구요. 그러다 곡성에 있는 팜앤디 협동조합에 합격하게 되었고, 그 순간부터 시골 생활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거주지를 옮기는 게 쉽지 않은데 꽤 빨리 곡성에 내려오는걸 결정하신 거로 알고 있어요. 어떻게 빨리 결정할 수 있었나요?

부모님이 회사에 합격했으면 빨리 가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라고 아낌없는 응원과 지원을 해주셔서 합격한 주에 바로 오게 되었습니다(사실 쫓겨났다고 할까요?ㅎㅎ).


갑작스럽게 시골 생활을 시작하면서 걱정되는 건 없었나요?

가장 큰 걱정은 시골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회사생활에 대한 걱정이었어요. 어느 회사나 그렇지만 인간관계 부분이 조금 걱정됐어요. 정치질하거나 뒷담을 하는 안 좋은 문화들이 많은데, 혹시 이곳도 그런 게 아닐까 걱정이 됐어요. 우려했던 것과 달리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굉장히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해서 그런지 뒤에서 이야기하기보다 서로 불편한 부분은 공개적으로 소통해서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정말 놀랐어요. 미국에 있는 회사인 줄 알았습니다.


시골 생활 자체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었어요. 딱 한 가지 있다면 바로 벌레였어요. 도시 건물들과 달리 사방이 나무와 풀로 가득해서 벌레가 많이 나올 것 같아서 걱정됐어요.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처음 이사 왔을 때, 거실 창문이 큰 편인데 밖이 비치는 커튼만 달려 있어서 저녁에 밖에서 안이 다 보일 것 같아서 조금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본가에서 암막 커튼을 가져와서 바로 설치했어요. 설치하고 나니 조금 안심이 돼서 잘 생활하고 있어요. 


반대로 무엇이 가장 기대됐나요?

제가 자연을 되게 좋아해서, 아침에 눈 떴을 때 맞이할 상쾌한 환경이 기대됐어요. 실제로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면 오기 전에 기대했던 풍경을 볼 수 있어요. 다만! 불청객으로 퇴비 냄새가 찾아와요^^. 잘 적응하면 문제없습니다. 이제 저는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지금 셰어하우스에서 살고 계시는데, 시골에서 셰어하우스는 흔한 거주 형태는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셰어하우스에 살게 되었나요?

회사에 입사하면서 곡성으로 이사 오게 되었는데, 읍내나 다른 곳에 마음에 드는 집이 없었어요. 그러다 읍내와는 조금 멀지만 저렴한 가격에 생활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가 있다고 회사 분들이 알려주셔서 바로 보러 왔었죠. 직접 와보니 건물도 깨끗하고 다용도실도 따로 있고 공용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일반 원룸보다 훨씬 넓고 좋더라구요. 게다가 군에서 지원하는 거주지라서 주거에 드는 비용도 저렴했어요. 그래서 바로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시골 셰어하우스 생활은 어떤가요?

생각보다 만족스럽습니다. 처음에는 셰어하우스에 룸메이트 없이 저 혼자 살았는데, 시골 마을에 여자 혼자 산다는 게 과연 안전할지 조금 무서웠어요. 지금은 룸메이트가 생겨서 혼자 살 때보다 훨씬 안전하게 느껴져요. 그리고 이웃 주민과 인사도 나누고 서로 교류를 하다 보니 무서움보다 오히려 안심이되더라구요.


다른 사람과 같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나요? 셰어하우스 규칙이 있다거나.

이건 정말 사바사, 캐바캐인 거 같아요. 타인과 같이 사는 게 불편하다기보다 어떤 룸메이트를 만나냐가 중요한데, 저는 잘 만난 것 같습니다. 서로 배려하고 조심하다보니 불편함보다 낯선 곳에서 서로 의지가 돼서 좋아요.


생활하는 데 있어 따로 정해 놓은 규칙은 없어요. 굳이 정해진 게 있다면 자신이 구매한 식자재만 사용하기 정도일까요. 룸메이트와 성향이 비슷해서 충돌하는 부분도 없고 퇴근하면 맘 편히 각자의 시간을 보내요.


수아 씨가 요리를 잘하신다고 들었어요. 주변에 마트나 무언가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안 보이는데, 장을 보거나 쇼핑은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집 가까이 있는 마트보다 물건 종류가 다양하고 저렴한 읍내에 있는 하나로 마트를 이용해요. 급할 때는 죽곡면사무소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구매하기도 해요. 조만간 기회가 된다면 오일장에도 가볼 계획입니다.


오일장에 가서 무엇을 구매하고 싶으신가요?

식물을 하나 구매하고 싶어요. 자취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식물을 키우고 싶었는데,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되어 참고 있거든요. 오일장에 다양한 식물들을 판매한다고 해서 일단 구경이라도 해보려고요.


시골에 살면 정말 건강하게 먹고살 수 있나요?

아니요. 저는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인데요. 요즘은 밀키트도 잘 나와서 시골에서도 얼마든지 건강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더라구요. 찐 편식러들은 오히려 시골에 살면서 냉동식품을 더 많이 먹고 건강이 악화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


가끔 부녀회장님이 맛있는 먹거리도 가져다주신다는 소문이 있던데 정말인가요? 어쩌다 부녀회장님과 거래(?)를 하게 되었나요?

처음 입주하고 부녀회장님 댁에 이사 왔다고 떡을 들고 인사를 드리러 갔어요. 그랬더니 며칠 뒤 점심시간에 오셔서 가자미 회무침, 나물, 등갈비, 해물파전을 가져다주셨어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젊은 친구가 밥은 잘 먹고 사는지 걱정이 되셨나 봐요. 또, 다른 할머니 댁에도 인사를 드렸었는데, 깨가 엄청나게 뿌려진 맛있는 김부각을 가져다주시기도 했어요.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젊은 친구가 동네로 이사 오면 주변 분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시나요?

아니요 ㅎㅎ 생각보다 관심이 없으신 것 같아요. 길 가다가 동네 분들을 마주치면 제가 먼저 인사를 드리는데 그럴 때 누구인지 물어보시는 정도예요. 먼저 인사를 하면 엄청나게 밝게 받아주세요.


지금 살고 계시는 곳이 도시는 물론, 곡성 읍내와도 거리가 있는데 불편한 건 없나요?

불편한 점이 있다면, 친구나 지인에게 놀러 오라고 할 때 거리가 애매해요. 집에 초대하면 시골 생활이나 혼자 사는 집이 궁금해서 놀러 오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데 초대해도 이 동네에서는 딱 집만 보여줄 수 있고 다른 게 없어서 결국 다시 곡성 읍내로 나가야 해서 그게 애매하더라구요.

직장과도 거리가 있으신데 출퇴근은 어떻게 하시나요?

자유롭게 원격근무를 할 수 있어서 필요에 따라서 사무실에 출근하고 주로 셰어하우스에서 일하고 있어요. 읍내에 있는 사무실은 셰어하우스에서 20분 정도 걸리고 나갈 때는 차량을 이용해서 이동하고 있어요. 사무실 출근은 가끔 하지만, 산과 강을 따라 도로가 나 있어서 출근길이 계절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자연을 즐길 수 있어요.


재택근무의 장단점은 어떤 게 있나요?

최대 장점은 출퇴근 시간이 없다는 거예요. 출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밖에 나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데, 그런 필요 없는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어요. 단점은 마음먹고 움직이지 않는 이상 활동량이 0에 수렴합니다. 진심으로요. 고로 움직이지 않고 먹기만 해서 살이 찝니다….


시골은 저녁만 되도 동네가 어두워지는데, 퇴근하고는 어떻게 지내세요?

주로 방콕인데요. 저녁에 불빛이 거의 없는 마을에 살다 보니 해가 떠 있는 시간이 활동 시간이라는 게 확 느껴져요. 그래서 해가 지고 나서는 차로 이동하는 것 외에는 움직이지 않아요. 보통 저녁 시간에는 다음날 먹을 끼니를 준비하거나, 지인과 연락, 저에게 필요한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말은 어떻게 보내세요? 심심하지는 않나요?

시골에 있어 보려고 했는데 아직은 주말이면 일이 있어서 광주에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완전 시골에서 주말을 보낸 적이 많지는 않아요. 주말에 집에 있게 된다면 근교에 놀러 가볼까 싶어요.

원래 아침마다 운동하셨다고 들었는데, 시골에서는 어떻게 운동을 하나요?

헬스장을 갈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다 보니, 운동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냅다 달립니다. 마을 골목이나 밭과 밭 사이에 있는 길도 달려보고, 한적한 도로를 따라 달리기도 해요. 새로운 환경이다 보니 흥미롭고 즐겁기도 한데, 이렇게 야외에서 달릴 수 있는 건 여름이 오기 전까지, 딱 지금만 즐길 수 있겠구나 싶어요. 한동안 못 달릴 수도 있으니 지금 마음껏 달려놔야겠어요.

시골 생활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키워드로 말하자면, ‘한적함’, ‘자연’, ‘심리적 편안함’이 세 가지가 최대 장점인 거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햇살을 맞을 때 이게 시골의 매력인가 싶어요. 딱 지금 계절에 뜨겁지 않고 환하고 따사로운 햇볕이 너무 좋아요.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맡으면 행복 그 자체예요. 이 순간만큼은 정말 스트레스가 풀리고 힐링이 돼요. 햇살과 불어오는 바람이 도시와는 확실히 달라요.


도시에 살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시골살이를 하다 보니 도시에 살면서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는걸 알게 됐어요 여긴 늘 한적하고 고요하잖아요. 시골 할머니들을 보면 각자 분주하시지만 저희가 보기에는 느긋함이 느껴져서 정신적으로 안정감이 들어요. 예민하게 신경 쓸 일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다른 TMI는 오늘 아침에 운동하러 나가는데, 골목길 모퉁이에서 고양이가 자세를 낮추고 벽을 뚫어져라 보고 있더라구요. 뭐 하고 있나 살짝 보면서 내가 지나가도 되나..? 하고 눈치 보면서 조심스럽게 지나가려는데 골목길과 골목길이 만나는 곳에 도착하니 새가 푸드덕하고 날아가더라구요. 새가 날아가자 글쎄 고양이가 저를 째려보지 뭐예요. 그 새를 노리고 있었나 봐요. 정말 미안했어요. 고양이가 얼마나 노려보던지 그 눈빛에 제압당했어요. 이런 평화로운 자연에서 만나는 소소한 일상이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시골에 살다 보면 어떤 게 불편한가요?

어딜 가든 멀어서 차가 무조건 필요해요. 읍내면 모르겠는데 저처럼 한적한 마을에 살면 편의점도 차를 타고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대부분 도시에 살다 보니 친구를 만나려면 제가 도시로 나가서 만나야 해요. 제가 사는 곳에서 만나려면 기본적으로 일단 집에 사람을 초대할 수 있어야 해요. 시골에서는 저녁만 되도 모든 곳이 닫아서, 결국 집에서 놀아야 하거든요. 

🚙 수아님이 좋아하는 출근길 드라이브 🌱

찐 시골살이 3개월 차, 앞으로 어떤 시골 생활을 하고 싶은가요?

저는 그냥 건강하게, 진짜 건강한 시골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생활은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 둘 다 챙기는 거예요. 육체적인 건강을 위해서는 필요하면 다이어트도 하고 아픈 곳 없이 잘 지내는 거고,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는 쓸모없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연에 힐링을 받으며 살아가고 싶어요.


다음 인터뷰이 추천 부탁드려요.

셰어하우스 옆 동에 사는 태희 씨가 궁금해요! 저보다 오래 시골 생활을 하셨고, 같은 셰어하우스에 살고 계시는데 어떻게 다른 생활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술도 음식도 잘 만드신다는 소문이 들려서 어떤 것을 만들면서 살고 계시는지 너무 궁금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등산 가고 싶은 사람 모집합니다. 같이 동악산 가실 분~! 구합니다. 


차분한 화양마을에 알록달록한 벽화가 어우러져 있는 것처럼, 고요한 시골 마을과 활기찬 수아 씨의 조화가 인터뷰를 마치고도 한동안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도시에서 정신없이 살아갈 때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지치고 상처받은 나를 발견하는 것도 시골 생활의 큰 성과가 아닐까. 바쁘게 살아오며 알게 모르게 쌓여온 피로는 시골의 따사로운 햇볕과 바람을 맞으며 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치유되고 있는 듯하다.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논길을 러닝 코스 삼아 달려 나가는 수아 씨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요즘 유행하는 ‘오히려 좋아’라는 말이 떠올랐다. 

nongdam@farmnd.co.kr 

농담은 곡성군과 팜앤디 협동조합이 함께 만듭니다. 

농담은 곡성군과 팜앤디가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