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다들 귀농 귀촌하면 떠올리는 환경에서 살고 계시는데, 아름다운 마당과 자연에 둘러싸인 집에 살면 실제로도 좋은가요?
지금 제가 사는 환경이 사람들이 귀농 귀촌을 상상하면 떠올리는 이상적인 환경일 수도 있는데, 시골 주택 생활은 정말 계절을 많이 타요. 특히 여름, 날이 따뜻해지면 벌레의 습격이 엄청나죠. 엄마는 성인 남성 손가락보다 두꺼운 지네에 물려서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있어요. 도라에몽 손이 되셨죠. 그 사건 이후 지네가 무서워서 약을 뿌려놨더니 방을 걸어 다닐 수 없을 만큼 지네들이 죽어 있었어요. 그런 벌레와 전쟁이 가장 힘들어요.
날씨 영향도 많이 받아요. 큰 건물에 있으면 비가 내려도 잘 안 느껴지는데, 창문 열면 바로 마당이다 보니 비가 오면 온전히 다 느껴져요. 한옥은 비가 오면 집에서 나뭇가루가 떨어지기도 해요.
이건 TMI인데 봄가을에는 땅벌이 나무를 갉아 먹어요. 그래서 집 바닥에 가루가 떨어져 있어요. 또, 한옥 특성상 문이 많다 보니 길고양이가 집에 들어오기도 해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집에 와서 방문을 열면 고양이가 제 이불에 앉아 있기도 하고 저희 가족 몰래 고양이 가족이 지하실에 둥지를 튼 적도 있어요.
보통 시골에 살면서 도시로 일을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곡성보다 도시인 순천에 살면서 시골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시골에 있지만 시스템은 서울에 있는 회사보다 도시적(?)이에요ㅎㅎ. 원격근무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고 근무환경이 자유롭다 보니 지역적인 제약보다 저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 회사에 오게 됐어요. 일단 직전에 일했던 곳은 판교였는데, 외부에서 보면 혁신적으로 보이지만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거든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재택근무 제도도 활성화 되어 있어요. 그래서 순천에 살면서도 곡성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데 큰 불편함이 없어요.
시골에서 일하겠다 결심하고 나서 어떤 것이 가장 걱정됐나요?
디자인은 변화가 빠른 분야인데, 시골에 있다가 나태해지거나, 직업적으로 도태되거나 제자리걸음을 할 것 같았고 커리어를 쌓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불안했어요.
반대로 어떤 것이 가장 설레었나요?
퇴근하고 가족들과 저녁 먹는 게 제 로망이었는데 이걸 이루는 게 되게 설렜어요. 또, 이건 농담 반 진담 반인데요. 엄마 옆에서 돈을 잘 모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렜어요(웃음). 수도권에서 생활하다 보니 생활비 부분도 걱정이 많았는데, 가족과 함께 살면서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을 많이 덜어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