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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터뷰 #10

깊은 산속 서점엔 누가 와서 노나요
: <품 안의 숲> 박소담 대표 인터뷰

에디터 제소윤

포토그래퍼 송광호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것이 들어서는 도시만큼은 아니지만, 어디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섰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중에도 가장 반가웠던 건 ‘서점이 생겼다’는 소식이었다. 인터넷으로 사면 다음 날이면 받아볼 수 있긴 하지만, 시간을 때우려 서점에 들어가 휘휘 둘러보며 끌리는 책을 골라잡던 그 맛이 그립던 참이었다. 그래서 고달면 도깨비마을, 차를 타고 산길을 따라 들어가 외딴 섬처럼 서 있는 <품 안의 숲>에 방문했다. 보통 서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기 마련인데, 산속에 있는 서점에는 어떤 사람들이 방문할까 궁금해진다. 시원한 창이 나 있고 하얀색 벽과 원목 가구가 잘 어울리는 이곳을 운영하는 것은 ‘품숲지기’ 박소담 대표의 몫. 올 한 해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며 유쾌하게 웃는 그와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 나누었다.

곡성에 서점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반가웠어요. 서점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6월에 시작했으니 5개월 정도 되었어요. 정신없이 보내느라 그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창업할 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바쁘던가요?
네. 아무래도 한적한 곳에 있으니 알려지는 데까지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많은 분이 찾아주셨어요. 도시에 있을 때보다 저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좀 더 갖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생각보다 더 버벅거리고, 우당탕하며 보냈네요(웃음).

곡성에서 나고 자라, 도시에서 일하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셨다고요. 서점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카페에서 일했는데,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오른쪽 팔이 너무 안 좋아졌어요. 도시보다는 자연환경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갈증도 있었고요. 욕심 덜 부리고, 내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워낙 책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서점을 선택하게 된 거죠. 그전에는 곡성으로 돌아오는 걸 망설이기도 했어요. 편안하다는 이유로 그냥 여기에 머물게만 될까 봐, 좀 더 넓은 세상을 겪고 가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몸이 아프고, 마침 코로나19가 터져서 돌아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책을 사면 커피를 한 잔 내려준다는 것도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네요. 
네. 제가 커피를 워낙 좋아해서, 어차피 제가 마실 거 내리는 김에 함께 드리게 됐어요.

곡성군 청년창업 지원사업 대상자에 선정돼, 곡성으로 오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도움 받을 수 있었나요? 
지원비 대부분을 인테리어에 사용했어요. 여기는 원래 가정집이었는데, 내부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서점으로 꾸민 거예요.

인테리어가 정말 깔끔하고 예뻐요.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이 있다면요? 
제가 바란 건 딱 한 가지, 창을 크게 내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모두가 신의 한 수라고 불러주시죠.

서점과 동시에 ‘북스테이’라 해서, 숙박을 겸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서점과 민박을 함께 운영해야겠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요? 
처음에는 책방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원래 2층짜리 가정집이다 보니 서점으로 다 채우기가 애매하더라고요. 서점 바로 옆이 도깨비마을인데, 마을 들어오는 길이 좀 구불구불하긴 해도 막상 들어오면 숲 구경도 좋고 밤하늘에 별도 잘 보이는 곳이에요. 근데 하룻밤 머물 숙소가 없어서 관광객분들이 아쉬워하시더라고요. 곡성에 예쁜 숙소도 잘 없고 하니, 민박과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머무는 손님들 반응은 어때요? 어떤 걸 가장 좋아하시나요? 
조용해서 좋다는 분도 계시고, 해 떠 있을 때랑 밤이랑 분위기가 달라서 그런 걸 좋아하시는 분도 계세요. 날이 똑같이 흐리더라도 그날 습도나 기온에 따라서 구름이 아예 다 내려앉아 앞이 안 보이기도 하고요. 풍경이 그날그날 달라요. 보통 와서 늦잠 잘 거라고 하시는데, 보면 거의 다 일찍 일어나서 바깥 풍경 보고 계시더라고요.

방문하는 입장에서는 이 공간에서 낯설고 색다른 느낌을 받지만, 소담 씨가 이곳에서 매일 일상을 보낼 때는 답답하거나 불편하지 않으세요?
답답하다고 해도 전에 느꼈던 것과는 달라요.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못 할 거 같고, 앞날이 깜깜한 느낌은 아니라고 할까요. 저도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답답한 마음이 들면 그냥 창가에 앉아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어요. 그러면 아무 생각 안 나다가 조금씩 정리가 돼요. 혼자 저 자신을 돌아보고 해소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 이런 환경이 더 저에게 맞는 거 같아요. 고립돼 있고, 책이랑 커피밖에 없는 이 상태가 만족스러워요(웃음).

저도 예전에 몇 번 이곳에 온 적이 있는데, 책 한 권 읽으며 조용히 시간 보내기 정말 좋은 곳이었어요. 이곳 책방에서는 주로 어떤 분야의 책을 다루고 있나요? 
주로 가족들이 많이 방문해 주시고, 숲에 관심 많으신 중장년층분들도 많이 오세요. 또, 쉼이 필요한 분들이 많이 오시고요. 그래서 책도 세 가지 분야로 나눠서 가족들을 위한 동화책, 자연과 숲에 대한 책, 그리고 에세이를 다루고 있어요. 처음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주로 오실 거라 생각했는데, SNS 보고 20대분들도 많이 찾아주셔서 분야도 그만큼 더 넓혀가고 있어요.

한눈에 봤을 때는 그림책의 비율이 높아 보여요. ‘품숲지기’의 취향이 반영된 건가요? 
네. 제가 그림책을 좋아해요. 사실 그림책이 아이들만을 위한 건 아니잖아요.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고요. 간결한 문장이나 그림을 보면서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내가 느끼는 대로 읽을 수 있어서 오히려 더 깊이 있다고 생각해요. 손님들이 책 추천해달라고 하시면 그림책을 추천하는데,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시더라고요(웃음). 그래도 그림책의 매력을 계속 알려가고 싶어요. 꾸준히 들여올 생각도 있고요.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라는 그림책이에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웃음), 주인공 강아지가 친구 고양이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하는데, 고양이에게 없는 선물을 주고 싶어 해요. 고양이가 ‘난 필요한 게 없다’고 하며 강아지가 준 선물을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지만, 내가 있잖아!’ 이게 강아지가 준 멋진 선물이죠. 귀여운 결말이지만, 많은 사람이 내가 저 사람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좋아하는 책이에요. 내가 당신을 아끼고 생각한다는 걸, 수필집이나 에세이로 전하기엔 좀 힘들잖아요. 그럴 땐 그림책이 선물로 좋아요.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놀러 오기 좋은 공간이겠어요.
네. 아이들이 많이 놀러 오는데, 오시기 전에 아이를 데리고 가도 괜찮냐고 연락해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 노키즈존이 많아서, 어딘가 가고 싶어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안쓰럽더라고요. <품 안의 숲>은 뭘 부수거나 파손하지만 않으면 그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에요.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은 책방에 오는 걸 좋아하고, 가족끼리 숙박을 하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 편하게 놀다가 가기도 해요. 저도 아이들이 낯설기는 하지만, 언제나 친해지고 싶어 해요.

서점이나 민박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도 있나요?
곡성에 비가 엄청 많이 온 날이 있었어요. 그나마 비가 좀 적게 올 때 저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차 한 대가 올라오는 거예요. 어떤 부부가 네다섯 살 된 아기를 데리고 오셨더라고요. 그래서 차 대접하고, 책 읽고, 아이랑 얘기하면서 놀았어요. 근데 비가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하니까, ‘안 되겠다, 탈출해야겠다’ 하고 부모님은 이제 내려갈 짐을 싸느라 난리가 났는데 아이가 가기 싫다고 말 그대로 드러누운 거죠(웃음). 제가 달래면서 ‘너 지금 안 가면 여기 나랑 같이 있어야 한다’해도 가기 싫다고, 놀고 싶다고, 여기 좋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여기를 다 쓸고 다녀요. 결국에는 아버지가 쌀 포대 들 듯 둘러업고 나가셨는데, 그때 상황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가장 기억에 남아요.

손님이 다녀간 후에도 계속 연락하는 경우가 있나요? 
네. 주로 인스타그램 위주로 소통하고 있어요. 여기는 같은 계절이라도 항상 풍경이 바뀌니까,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자주 올려요. 손님들도 여기는 날씨가 어떤데 그곳은 어떠냐, 물어봐 주시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아, 여기는 서점인데 싶어서 책도 좀 찍어서 올리다가 계절이 바뀌면 또 풍경을 찍기 바쁘죠(웃음).

서점의 하루는 어때요?
출근하면 창밖을 보면서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 틀고 시작해요. 이렇게 말하면 유유자적해 보이지만(웃음), 청소한 다음에 손님맞이하고, 일 처리하다가 남은 시간에는 책을 읽어요. 숙박 손님이 있으면 시간이 좀 빠듯해요. 빨래 돌리고 널다 보면 쉴 틈이 없죠. 이제는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날씨가 좋으면 '오늘은 빨래하는 날이다!'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어요.

처음 서점에 온 날, 마당에서 소담 씨가 수건을 널던 모습이 기억나요. 이곳만의 풍경이구나 싶었어요.
맞아요. 날이 좋으면 수건이 뽀송뽀송해요. 근데 가끔 새가 지나가면서 실례를 해놓으면 굉장히 성질나요. 언제 한번은 똑같은 시트를 하루에 세 번 빤 적이 있었어요. 널어놓으면 실례해놓고, 다시 빨면 또 뭐가 묻어 있고(웃음). 요즘엔 가을이라고 무당벌레가 붙어 있어요. 이불 널고 개면서도 무당벌레 한 마리씩 잡아서 풀어줘야 해요. 여름에는 벌을 잡아야 하고요. 빨래를 개다 보면 계절을 알 수 있어요. 산속 민박을 운영하는 사람만이 겪을 수 있는 특별한 고충이에요.

사람들이 <품 안의 숲>을 어떻게 이용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나요? 
여기는 사람만의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앉아있으면 다람쥐도 뛰어다니고, 고라니도 보이고, 너구리 가족도 있고, 날아가는 새들도 많고, 요즘엔 까치가 와서 놀아요. 저 다람쥐랑 호박씨도 나눠 먹는 사이인데, 담배꽁초 아무 데나 버리고 플라스틱 쓰레기 아무렇게나 버리고 가시면, 호박씨 저 혼자 먹어야 해요. 동물이 살던 곳을 사람이 허락받지 않고 빌려 들어온 공간이니까, 동물이 다치지 않도록 이 공간을 이용해주시면 좋겠어요. 사람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고, 실행할 수 있으니까 좀 더 배려할 수 있잖아요.

앞으로 이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싶은가요? 계획이 있나요.
저는 엄청난 발전을 바라지는 않아요. 뭔가를 더 세우거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없고, 다만 이 분위기와 느낌을 유지하고 싶어요. 발전하기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건 더 어렵잖아요. 한번 다녀간 사람도 힘들 때마다 편하게 찾아와서 쉬었다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이곳에 와서 책 한 권을 사면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대접받을 수 있다. 커피 한 잔을 청해 함께 나눠 마시며, 누구든 이 공간을 스쳐 가는 사람에게 애정을 품고 감사함을 나누는 소담 씨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품 안의 숲> 인스타그램에는 소담 씨가 매일 고심하여 찍은 사진과 글귀가 부지런히 올라온다. 작은 문장이라도 기분 상하는 이 없도록 다듬고 다듬는, 사려 깊은 책방지기가 가꾸는 서점. 계절마다 시간마다 변하는 풍경이 아름다운, 이 깊은 산속 서점엔 누가 와서 노나요? 호박씨 나눠 먹는 다람쥐도, 무리 지어 노는 까치도, 집에 가기 싫은 아이도 함께 와서 놀지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것이 들어서는 도시만큼은 아니지만, 어디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섰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중에도 가장 반가웠던 건 ‘서점이 생겼다’는 소식이었다. 인터넷으로 사면 다음 날이면 받아볼 수 있긴 하지만, 시간을 때우려 서점에 들어가 휘휘 둘러보며 끌리는 책을 골라잡던 그 맛이 그립던 참이었다. 그래서 고달면 도깨비마을, 차를 타고 산길을 따라 들어가 외딴 섬처럼 서 있는 <품 안의 숲>에 방문했다. 보통 서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기 마련인데, 산속에 있는 서점에는 어떤 사람들이 방문할까 궁금해진다. 시원한 창이 나 있고 하얀색 벽과 원목 가구가 잘 어울리는 이곳을 운영하는 것은 ‘품숲지기’ 박소담 대표의 몫. 올 한 해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며 유쾌하게 웃는 그와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 나누었다.

곡성에 서점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반가웠어요. 서점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6월에 시작했으니 5개월 정도 되었어요. 정신없이 보내느라 그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창업할 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바쁘던가요?
네. 아무래도 한적한 곳에 있으니 알려지는 데까지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많은 분이 찾아주셨어요. 도시에 있을 때보다 저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좀 더 갖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생각보다 더 버벅거리고, 우당탕하며 보냈네요(웃음).

곡성에서 나고 자라, 도시에서 일하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셨다고요. 서점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카페에서 일했는데,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오른쪽 팔이 너무 안 좋아졌어요. 도시보다는 자연환경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갈증도 있었고요. 욕심 덜 부리고, 내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워낙 책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서점을 선택하게 된 거죠. 그전에는 곡성으로 돌아오는 걸 망설이기도 했어요. 편안하다는 이유로 그냥 여기에 머물게만 될까 봐, 좀 더 넓은 세상을 겪고 가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몸이 아프고, 마침 코로나19가 터져서 돌아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책을 사면 커피를 한 잔 내려준다는 것도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네요. 
네. 제가 커피를 워낙 좋아해서, 어차피 제가 마실 거 내리는 김에 함께 드리게 됐어요.

곡성군 청년창업 지원사업 대상자에 선정돼, 곡성으로 오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도움 받을 수 있었나요? 
지원비 대부분을 인테리어에 사용했어요. 여기는 원래 가정집이었는데, 내부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서점으로 꾸민 거예요.

인테리어가 정말 깔끔하고 예뻐요.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이 있다면요? 
제가 바란 건 딱 한 가지, 창을 크게 내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모두가 신의 한 수라고 불러주시죠.

서점과 동시에 ‘북스테이’라 해서, 숙박을 겸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서점과 민박을 함께 운영해야겠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요? 
처음에는 책방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원래 2층짜리 가정집이다 보니 서점으로 다 채우기가 애매하더라고요. 서점 바로 옆이 도깨비마을인데, 마을 들어오는 길이 좀 구불구불하긴 해도 막상 들어오면 숲 구경도 좋고 밤하늘에 별도 잘 보이는 곳이에요. 근데 하룻밤 머물 숙소가 없어서 관광객분들이 아쉬워하시더라고요. 곡성에 예쁜 숙소도 잘 없고 하니, 민박과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머무는 손님들 반응은 어때요? 어떤 걸 가장 좋아하시나요? 
조용해서 좋다는 분도 계시고, 해 떠 있을 때랑 밤이랑 분위기가 달라서 그런 걸 좋아하시는 분도 계세요. 날이 똑같이 흐리더라도 그날 습도나 기온에 따라서 구름이 아예 다 내려앉아 앞이 안 보이기도 하고요. 풍경이 그날그날 달라요. 보통 와서 늦잠 잘 거라고 하시는데, 보면 거의 다 일찍 일어나서 바깥 풍경 보고 계시더라고요.

방문하는 입장에서는 이 공간에서 낯설고 색다른 느낌을 받지만, 소담 씨가 이곳에서 매일 일상을 보낼 때는 답답하거나 불편하지 않으세요?
답답하다고 해도 전에 느꼈던 것과는 달라요.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못 할 거 같고, 앞날이 깜깜한 느낌은 아니라고 할까요. 저도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답답한 마음이 들면 그냥 창가에 앉아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어요. 그러면 아무 생각 안 나다가 조금씩 정리가 돼요. 혼자 저 자신을 돌아보고 해소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 이런 환경이 더 저에게 맞는 거 같아요. 고립돼 있고, 책이랑 커피밖에 없는 이 상태가 만족스러워요(웃음).

저도 예전에 몇 번 이곳에 온 적이 있는데, 책 한 권 읽으며 조용히 시간 보내기 정말 좋은 곳이었어요. 이곳 책방에서는 주로 어떤 분야의 책을 다루고 있나요? 
주로 가족들이 많이 방문해 주시고, 숲에 관심 많으신 중장년층분들도 많이 오세요. 또, 쉼이 필요한 분들이 많이 오시고요. 그래서 책도 세 가지 분야로 나눠서 가족들을 위한 동화책, 자연과 숲에 대한 책, 그리고 에세이를 다루고 있어요. 처음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주로 오실 거라 생각했는데, SNS 보고 20대분들도 많이 찾아주셔서 분야도 그만큼 더 넓혀가고 있어요.

한눈에 봤을 때는 그림책의 비율이 높아 보여요. ‘품숲지기’의 취향이 반영된 건가요? 
네. 제가 그림책을 좋아해요. 사실 그림책이 아이들만을 위한 건 아니잖아요.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고요. 간결한 문장이나 그림을 보면서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내가 느끼는 대로 읽을 수 있어서 오히려 더 깊이 있다고 생각해요. 손님들이 책 추천해달라고 하시면 그림책을 추천하는데,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시더라고요(웃음). 그래도 그림책의 매력을 계속 알려가고 싶어요. 꾸준히 들여올 생각도 있고요.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라는 그림책이에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웃음), 주인공 강아지가 친구 고양이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하는데, 고양이에게 없는 선물을 주고 싶어 해요. 고양이가 ‘난 필요한 게 없다’고 하며 강아지가 준 선물을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지만, 내가 있잖아!’ 이게 강아지가 준 멋진 선물이죠. 귀여운 결말이지만, 많은 사람이 내가 저 사람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좋아하는 책이에요. 내가 당신을 아끼고 생각한다는 걸, 수필집이나 에세이로 전하기엔 좀 힘들잖아요. 그럴 땐 그림책이 선물로 좋아요.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놀러 오기 좋은 공간이겠어요.
네. 아이들이 많이 놀러 오는데, 오시기 전에 아이를 데리고 가도 괜찮냐고 연락해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 노키즈존이 많아서, 어딘가 가고 싶어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안쓰럽더라고요. <품 안의 숲>은 뭘 부수거나 파손하지만 않으면 그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에요.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은 책방에 오는 걸 좋아하고, 가족끼리 숙박을 하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 편하게 놀다가 가기도 해요. 저도 아이들이 낯설기는 하지만, 언제나 친해지고 싶어 해요.

서점이나 민박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도 있나요?
곡성에 비가 엄청 많이 온 날이 있었어요. 그나마 비가 좀 적게 올 때 저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차 한 대가 올라오는 거예요. 어떤 부부가 네다섯 살 된 아기를 데리고 오셨더라고요. 그래서 차 대접하고, 책 읽고, 아이랑 얘기하면서 놀았어요. 근데 비가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하니까, ‘안 되겠다, 탈출해야겠다’ 하고 부모님은 이제 내려갈 짐을 싸느라 난리가 났는데 아이가 가기 싫다고 말 그대로 드러누운 거죠(웃음). 제가 달래면서 ‘너 지금 안 가면 여기 나랑 같이 있어야 한다’해도 가기 싫다고, 놀고 싶다고, 여기 좋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여기를 다 쓸고 다녀요. 결국에는 아버지가 쌀 포대 들 듯 둘러업고 나가셨는데, 그때 상황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가장 기억에 남아요.

손님이 다녀간 후에도 계속 연락하는 경우가 있나요? 
네. 주로 인스타그램 위주로 소통하고 있어요. 여기는 같은 계절이라도 항상 풍경이 바뀌니까,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자주 올려요. 손님들도 여기는 날씨가 어떤데 그곳은 어떠냐, 물어봐 주시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아, 여기는 서점인데 싶어서 책도 좀 찍어서 올리다가 계절이 바뀌면 또 풍경을 찍기 바쁘죠(웃음).


서점의 하루는 어때요?
출근하면 창밖을 보면서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 틀고 시작해요. 이렇게 말하면 유유자적해 보이지만(웃음), 청소한 다음에 손님맞이하고, 일 처리하다가 남은 시간에는 책을 읽어요. 숙박 손님이 있으면 시간이 좀 빠듯해요. 빨래 돌리고 널다 보면 쉴 틈이 없죠. 이제는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날씨가 좋으면 '오늘은 빨래하는 날이다!'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어요.

처음 서점에 온 날, 마당에서 소담 씨가 수건을 널던 모습이 기억나요. 이곳만의 풍경이구나 싶었어요.
맞아요. 날이 좋으면 수건이 뽀송뽀송해요. 근데 가끔 새가 지나가면서 실례를 해놓으면 굉장히 성질나요. 언제 한번은 똑같은 시트를 하루에 세 번 빤 적이 있었어요. 널어놓으면 실례해놓고, 다시 빨면 또 뭐가 묻어 있고(웃음). 요즘엔 가을이라고 무당벌레가 붙어 있어요. 이불 널고 개면서도 무당벌레 한 마리씩 잡아서 풀어줘야 해요. 여름에는 벌을 잡아야 하고요. 빨래를 개다 보면 계절을 알 수 있어요. 산속 민박을 운영하는 사람만이 겪을 수 있는 특별한 고충이에요.

사람들이 <품 안의 숲>을 어떻게 이용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나요? 
여기는 사람만의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앉아있으면 다람쥐도 뛰어다니고, 고라니도 보이고, 너구리 가족도 있고, 날아가는 새들도 많고, 요즘엔 까치가 와서 놀아요. 저 다람쥐랑 호박씨도 나눠 먹는 사이인데, 담배꽁초 아무 데나 버리고 플라스틱 쓰레기 아무렇게나 버리고 가시면, 호박씨 저 혼자 먹어야 해요. 동물이 살던 곳을 사람이 허락받지 않고 빌려 들어온 공간이니까, 동물이 다치지 않도록 이 공간을 이용해주시면 좋겠어요. 사람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고, 실행할 수 있으니까 좀 더 배려할 수 있잖아요.

앞으로 이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싶은가요? 계획이 있나요.
저는 엄청난 발전을 바라지는 않아요. 뭔가를 더 세우거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없고, 다만 이 분위기와 느낌을 유지하고 싶어요. 발전하기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건 더 어렵잖아요. 한번 다녀간 사람도 힘들 때마다 편하게 찾아와서 쉬었다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이곳에 와서 책 한 권을 사면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대접받을 수 있다. 커피 한 잔을 청해 함께 나눠 마시며, 누구든 이 공간을 스쳐 가는 사람에게 애정을 품고 감사함을 나누는 소담 씨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품 안의 숲> 인스타그램에는 소담 씨가 매일 고심하여 찍은 사진과 글귀가 부지런히 올라온다. 작은 문장이라도 기분 상하는 이 없도록 다듬고 다듬는, 사려 깊은 책방지기가 가꾸는 서점. 계절마다 시간마다 변하는 풍경이 아름다운, 이 깊은 산속 서점엔 누가 와서 노나요? 호박씨 나눠 먹는 다람쥐도, 무리 지어 노는 까치도, 집에 가기 싫은 아이도 함께 와서 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