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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하게 살아가는 건

사실 어려워

기획 연재: 사랑과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6

에디터 제소윤

포토그래퍼 조소은

기획 연재: 사랑과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6

'친환경'하게 살아가는 건

사실 어려워

에디터 제소윤

포토그래퍼 조소은


그러니까… 어떤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금방이라도 별이 쏟아질 것 같은 아름다운 밤하늘을 마주할 때면, 햇빛을 튕겨내며 고요히 빛나는 저수지의 표면을 보고 있자면,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서늘한 가을바람에 실려 온 흙냄새와 풀냄새와 약간의 거름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깨끗한 환경 속에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착각 말이다. 참을 수 없이 콧구멍에 엉겨대는 매연 냄새를 헤치며 걷던 도시의 거리에서 벗어났기 때문일까. 미세먼지 농도도 낮으니까, 산과 강이 가까이 있으니까, 도시보다 인구 밀도도 낮으니까, 친환경은 아니라도 ‘안어색환경’ 정도는 될 거라는 마음이 기어오른다.

시골의 청명한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 순간에도 우리가 배출한 쓰레기는 땅 밑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바다는 이미 1억 톤의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데 이것들은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단다. 17~18세기에 유행했다는 <심청전>의 주인공 효녀 심청이가 바로 전라남도 곡성에서 태어났지 않았나. 심청이가 인당수를 향해 떠나는 길, 심란한 마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하고 버린 플라스틱 빨대와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컵이 아직도 곡성 땅 어딘가에 파묻혀 있을 시간이 500년이다. 용왕님의 퍼스트레이디가 된 심청 황후는 심해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병뚜껑과 일회용 마스크를 처리하느라 격무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너랑 나랑 같이 비누하자
마음만 앞섰지 실천할 방법은 딱히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비누를 직접 만들어볼 기회가 생겼다. 9-10명이 비누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함께 주문해서 다 같이 만들어보기로 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코코넛 지방산에서 추출한 신데트 분말을 사용하여 만드는 ‘신데트 바’인데, 재료 약간과 계량할 저울만 있으면 누구든 만들 수 있단다.

신데트 분말 70g에 계면활성제 30g을 섞고, 마음에 드는 색소와 글리세린을 첨가한다. 재료가 잘 섞이도록 치대다 보면 꼭 찰흙 놀이를 하는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다. 적당히 뭉친 반죽을 만들고 싶은 모양대로 빚으면 완성. 물기가 잘 마르도록 잠시 건조해주면 끝. 마르기 전에 병뚜껑을 박고 아래로 향하게 사용하면 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비누가 된다.

처음엔 사실 좀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롱한 파란색 비누를 빚어 아침저녁으로 거품을 내니, 뭐랄까, 내가 너무 훌륭한 사람이 된 것 같고 지구 환경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 같은 이 뿌듯함···.

탄력을 받아서 몇 가지 해볼 일을 정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일단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를 체크해봤다. 주중에는 자동차로 읍내와 집을 오가며 출퇴근하며, 출근하면 노트북과 모니터를 종일 켜놓고, 필요한 게 생기면 그때그때 장을 보고, 점심은 주로 외식으로 해결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매장에서 식사를 못 하는 경우는 테이크아웃을 해와서 사무실에서 먹고, 식당까지 걸어가기엔 애매한 거리가 많으니 주로 차를 타고 이동하고, 커피를 좋아해서 하루에 2잔 정도는 꼬박꼬박 마시는 편이고, 옷이나 신발에 관심이 많아서 쇼핑하는 걸 좋아하는데 가까운 곳에 쇼핑몰이 없으니 주로 인터넷 쇼핑으로 해결하는 편이고···. 하루에도 자동차 배기가스와 전기 에너지와 각종 플라스틱과 종이 쓰레기를 솔찬히 배출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긴 하겠지만, 시골에서는 차가 없으면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니까 이건 잠시 패스. 사무실에서 무심코 흘려보내는 에너지는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아낄 수 있을 것 같고, 편하니까 쓰게 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과 비닐은 불편하더라도 미리미리 준비하면 개수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안 입는 옷이나 신발은 기부하거나 제때제때 처리하고, 꼭 한 번 더 생각하고 사기로 마음먹었다(꼭···). 당장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을 테니 지금 당장 지킬 수 있는 것만 리스트로 만들어 봤다.


  1. 돌돌 말아서 들고 다닐 수 있는 아주 귀엽고 깜찍한 장바구니를 마련했다. 장 볼 타이밍을 계산해서 챙겨 다닐 만큼 계획적인 인간이 아니니 매일 들고 다니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한번 꺼냈다가 계산원분이 칭찬해주셔서 어깨가 한껏 올라가 있음. 
  2. 텀블러를 사용하기로 했다. 600mL 짜리 대용량 텀블러 컵은 카페에서 테이크아웃할 때 쓰는 용도, 350mL 짜리 텀블러는 가방에 꽂아두고 물을 마시는 용도로 쓴다. 어떤 카페에서는 텀블러 할인도 해주니 좋다. 
  3. 데이터를 보관하고 유지하는데도 물리적인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한다. 휴지통을 자주 비우고, 안 읽는 메일함을 정리하고, 구글 드라이브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자주 정리해준다. 
  4. 점심은 가능하다면 최대한 매장에서 먹고 나온다.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먹고 플라스틱을 버릴 때는 음식물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잘 씻고 말려서 배출한다. 잘 씻어 두면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친환경은 습관을 만드는 일이야
시골에 오면 리넨으로 만든 옷을 입고 유기농과 채식 식단을 즐기며 에코백을 걸치는 ‘에코’한 삶을 살아볼 수도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나 실천은 어렵다는 걸, 사실은 이사 온 지 한 달도 안 돼서 깨달았다. 이사하면서 필요한 가구와 짐을 사느라, 또 하필 생일과 겹쳐 멀리서 보내주는 선물들을 받느라 집에 택배 박스가 그득그득했다. 더군다나 종이 박스만 오는 게 아니라, 제품이 상하지 말라고 넣은 ‘뽁뽁이’ 포장재, 벗겨내면 또 등장하는 예쁘기만 한 패키지, 패키지를 벗겨내면 또 등장하는 비닐 포장지···. 가끔은 세상에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이 있는데, 나 하나쯤 막 버려도 간에 기별도 안 갈 거라는 반항심도 든다. 생수도 정기구독해 마시는 세상이 됐는데, 이 편리함을 애써 거절하기에 삶은 너무 복잡하고 바쁘니까.

그렇지만 2020년을 통과해오며 어떤 것은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훗날 돌이켜봤을 때 2020년은 ‘참 이상한 해였다’라 끝날 수도 있고 ‘이 모든 것의 전조인 해였다’로 시작하는 해가 될 수도 있다. 전염병이 창궐하고, 통계 이래 처음으로 54일간의 장마가 이어진 해, 홍수가 나서 많은 이들의 터전을 할퀴고 지나간 해.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하는 세상이지만 지금 바꾸지 않으면 더욱 늦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급해진다. 나는 환경 전문가도 아니고, 사고 싶은 건 그때그때 사야 적성이 풀리고, 일회용품을 쓰는 데도 딱히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라 지금도 이 글을 쓰는 것이 어렵고 민망하지만 그래서 2020년은 시작하기 좋은 때라고도 말하고 싶다.

습관을 들이는 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습관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친환경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은 이젠 늦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는 것, 조금 덜 사고 덜 쓰는 것. 때로는 깜빡해서 일회용품을 쓸 때도 있고 무심코 실수를 지나칠 때도 있겠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 지 그 방향만큼은 잊어버리지 않는 것. 친환경적으로 사는 건 어렵지만, 사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까… 어떤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금방이라도 별이 쏟아질 것 같은 아름다운 밤하늘을 마주할 때면, 햇빛을 튕겨내며 고요히 빛나는 저수지의 표면을 보고 있자면,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서늘한 가을바람에 실려 온 흙냄새와 풀냄새와 약간의 거름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깨끗한 환경 속에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착각 말이다. 참을 수 없이 콧구멍에 엉겨대는 매연 냄새를 헤치며 걷던 도시의 거리에서 벗어났기 때문일까. 미세먼지 농도도 낮으니까, 산과 강이 가까이 있으니까, 도시보다 인구 밀도도 낮으니까, 친환경은 아니라도 ‘안어색환경’ 정도는 될 거라는 마음이 기어오른다.

시골의 청명한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 순간에도 우리가 배출한 쓰레기는 땅 밑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바다는 이미 1억 톤의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데 이것들은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단다. 17~18세기에 유행했다는 <심청전>의 주인공 효녀 심청이가 바로 전라남도 곡성에서 태어났지 않았나. 심청이가 인당수를 향해 떠나는 길, 심란한 마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하고 버린 플라스틱 빨대와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컵이 아직도 곡성 땅 어딘가에 파묻혀 있을 시간이 500년이다. 용왕님의 퍼스트레이디가 된 심청 황후는 심해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병뚜껑과 일회용 마스크를 처리하느라 격무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너랑 나랑 같이 비누하자
마음만 앞섰지 실천할 방법은 딱히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비누를 직접 만들어볼 기회가 생겼다. 9-10명이 비누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함께 주문해서 다 같이 만들어보기로 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코코넛 지방산에서 추출한 신데트 분말을 사용하여 만드는 ‘신데트 바’인데, 재료 약간과 계량할 저울만 있으면 누구든 만들 수 있단다.

신데트 분말 70g에 계면활성제 30g을 섞고, 마음에 드는 색소와 글리세린을 첨가한다. 재료가 잘 섞이도록 치대다 보면 꼭 찰흙 놀이를 하는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다. 적당히 뭉친 반죽을 만들고 싶은 모양대로 빚으면 완성. 물기가 잘 마르도록 잠시 건조해주면 끝. 마르기 전에 병뚜껑을 박고 아래로 향하게 사용하면 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비누가 된다.

처음엔 사실 좀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롱한 파란색 비누를 빚어 아침저녁으로 거품을 내니, 뭐랄까, 내가 너무 훌륭한 사람이 된 것 같고 지구 환경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 같은 이 뿌듯함···. 

탄력을 받아서 몇 가지 해볼 일을 정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일단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를 체크해봤다. 주중에는 자동차로 읍내와 집을 오가며 출퇴근하며, 출근하면 노트북과 모니터를 종일 켜놓고, 필요한 게 생기면 그때그때 장을 보고, 점심은 주로 외식으로 해결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매장에서 식사를 못 하는 경우는 테이크아웃을 해와서 사무실에서 먹고, 식당까지 걸어가기엔 애매한 거리가 많으니 주로 차를 타고 이동하고, 커피를 좋아해서 하루에 2잔 정도는 꼬박꼬박 마시는 편이고, 옷이나 신발에 관심이 많아서 쇼핑하는 걸 좋아하는데 가까운 곳에 쇼핑몰이 없으니 주로 인터넷 쇼핑으로 해결하는 편이고···. 하루에도 자동차 배기가스와 전기 에너지와 각종 플라스틱과 종이 쓰레기를 솔찬히 배출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긴 하겠지만, 시골에서는 차가 없으면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니까 이건 잠시 패스. 사무실에서 무심코 흘려보내는 에너지는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아낄 수 있을 것 같고, 편하니까 쓰게 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과 비닐은 불편하더라도 미리미리 준비하면 개수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안 입는 옷이나 신발은 기부하거나 제때제때 처리하고, 꼭 한 번 더 생각하고 사기로 마음먹었다(꼭···). 당장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을 테니 지금 당장 지킬 수 있는 것만 리스트로 만들어 봤다.


  1. 돌돌 말아서 들고 다닐 수 있는 아주 귀엽고 깜찍한 장바구니를 마련했다. 장 볼 타이밍을 계산해서 챙겨 다닐 만큼 계획적인 인간이 아니니 매일 들고 다니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한번 꺼냈다가 계산원분이 칭찬해주셔서 어깨가 한껏 올라가 있음. 
  2. 텀블러를 사용하기로 했다. 600mL 짜리 대용량 텀블러 컵은 카페에서 테이크아웃할 때 쓰는 용도, 350mL 짜리 텀블러는 가방에 꽂아두고 물을 마시는 용도로 쓴다. 어떤 카페에서는 텀블러 할인도 해주니 좋다. 
  3. 데이터를 보관하고 유지하는데도 물리적인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한다. 휴지통을 자주 비우고, 안 읽는 메일함을 정리하고, 구글 드라이브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자주 정리해준다. 
  4. 점심은 가능하다면 최대한 매장에서 먹고 나온다.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먹고 플라스틱을 버릴 때는 음식물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잘 씻고 말려서 배출한다. 잘 씻어 두면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친환경은 습관을 만드는 일이야
시골에 오면 리넨으로 만든 옷을 입고 유기농과 채식 식단을 즐기며 에코백을 걸치는 ‘에코’한 삶을 살아볼 수도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나 실천은 어렵다는 걸, 사실은 이사 온 지 한 달도 안 돼서 깨달았다. 이사하면서 필요한 가구와 짐을 사느라, 또 하필 생일과 겹쳐 멀리서 보내주는 선물들을 받느라 집에 택배 박스가 그득그득했다. 더군다나 종이 박스만 오는 게 아니라, 제품이 상하지 말라고 넣은 ‘뽁뽁이’ 포장재, 벗겨내면 또 등장하는 예쁘기만 한 패키지, 패키지를 벗겨내면 또 등장하는 비닐 포장지···. 가끔은 세상에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이 있는데, 나 하나쯤 막 버려도 간에 기별도 안 갈 거라는 반항심도 든다. 생수도 정기구독해 마시는 세상이 됐는데, 이 편리함을 애써 거절하기에 삶은 너무 복잡하고 바쁘니까.

그렇지만 2020년을 통과해오며 어떤 것은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훗날 돌이켜봤을 때 2020년은 ‘참 이상한 해였다’라 끝날 수도 있고 ‘이 모든 것의 전조인 해였다’로 시작하는 해가 될 수도 있다. 전염병이 창궐하고, 통계 이래 처음으로 54일간의 장마가 이어진 해, 홍수가 나서 많은 이들의 터전을 할퀴고 지나간 해.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하는 세상이지만 지금 바꾸지 않으면 더욱 늦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급해진다. 나는 환경 전문가도 아니고, 사고 싶은 건 그때그때 사야 적성이 풀리고, 일회용품을 쓰는 데도 딱히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라 지금도 이 글을 쓰는 것이 어렵고 민망하지만 그래서 2020년은 시작하기 좋은 때라고도 말하고 싶다. 

습관을 들이는 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습관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친환경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은 이젠 늦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는 것, 조금 덜 사고 덜 쓰는 것. 때로는 깜빡해서 일회용품을 쓸 때도 있고 무심코 실수를 지나칠 때도 있겠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 지 그 방향만큼은 잊어버리지 않는 것. 친환경적으로 사는 건 어렵지만, 사실 어렵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