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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터뷰 #4

우리 함께 행복할 공간을 찾아서

: 귀촌 새내기 김수빈 & 조완제 부부

에디터 제소윤

포토그래퍼 송광호


저 멀리 짙은 먹구름이 깔린 5월의 어느 저녁, 조완제와 김수빈의 집을 찾았다. 부부의 저녁시간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 것도 잠시, 살갑게 손님을 맞이해주는 두 사람 덕분에 긴장이 풀렸다. 냄비 위 익어가는 음식과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창밖에는 오로지 빗소리. 조용하고도 소소한 저녁 일상에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고 자란 대도시를 떠난 이유가 이러한 고요를 찾아 떠나온 것이라면 이보다 성공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빈백에 함께 기대어 하루를 마감한다는 두 사람과 마주 앉아 정착의 어려움과 귀촌의 기쁨에 대하여 물었다. 앞날에 대한 불안과 의심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두 사람의 얼굴이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해 보였다.

“우리 집 트레이드 마크예요. 결혼하고 모으기 시작한 맥주잔이랑 소주잔 컬렉션! 저녁 먹으면서 맥주 한 잔씩 하는 게 저희 패턴이라, 이런 아이템 모으는 걸 좋아해요.”

“우리 집에 놀러 온 손님은 여기서 오늘 드실 맥주잔을 골라주시면 됩니다. 끌리는 잔을 골라보세요.”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수빈 서른 하나 조완제, 스물여덟 김수빈입니다. 2013년에 만나 교제하기 시작했고, 2018년에 결혼했습니다. 청춘작당 프로젝트를 통해 작년 가을 귀촌했어요. 지금은 제 이름으로 된 가게를 내고 싶어 창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완제 수빈이는 서울에서, 저는 인천에서 왔어요. 이제는 곡성군민이고요. 저는 마을로 사업을 통해 농자재 회사에 취업해 다니고 있어요.

두 분 집이 정말 아늑하고 좋아서 놀랐어요. 인테리어가 예쁜 집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사실이었네요. 
수빈 그래서 제가 집에서 안 나가요. 모든 걸 집에서 해결! 집에서 이렇게 넷플릭스 보면서 밥 먹고, 빈백에 기대서 맥주 한잔하며 저녁 시간 보내요.
완제 지금보다는 약간 더러운 상태지만···(웃음).

수빈 씨가 귀촌 일기를 블로그에 올리고 계시잖아요. 보니까 이 집에 들어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더라고요. 
수빈 맞아요.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어그러진 경우가 서너 번은 됐어요. 신혼부부는 지원받을 수 있는 폭이 넓기 때문에 전세를 구하는 게 더 유리하거든요. 근데 전세로 내놓은 집이 너무 없어서 힘들었어요. 당일치기로 내려와서 집 구했다가 다음날 서울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계약이 취소되는 식인 거죠.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곡성으로 오면 안 되나 싶기도 하고.
완제 그래도 주변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운 좋게 이곳으로 들어오게 됐어요. 서울 집 계약이 만료되기 사흘 전에 이 집을 계약했거든요.
수빈 그때 생각하기도 싫어요(웃음).
완제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행복해졌으니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다 보니 자리를 잡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제 이사 온 지 반년 정도 지났는데, 그동안의 생활은 어땠어요? 
수빈 귀촌이라고 했을 때 당장 떠오르는 건 마당 있고, 텃밭 딸린 전원주택 같은 이미지를 생각하잖아요. 솔직히 그게 로망이긴 했지만, 당장 그런 집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 지금에 만족해요. 나름대로 텃밭도 운영하고 있고! 이렇게 상추 하나씩 뜯어먹어요. 드셔 보실래요?

네, 주세요. 이 친구들 블로그에서 봤을 때는 겨우 싹을 틔운 상태였는데 어느새 많이 자랐네요! 
수빈 맞아요! 작아 보여도 나름 자기도 상추라고 상추 맛이 나요. 고추는 이제 꽃 피고 있고, 꽃이 피면 고추가 열릴 예정입니다. 집이 동남향이라 아침 10시쯤 해가 가장 많이 들어와요. 해가 깊게 들어와서 삶의 질도 높아지는 느낌이에요. 예전에 살던 집은 서향이라 거기서 키우던 식물은 다 죽었는데, 여기는 식물이 참 잘 자라요.

시골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건물이 높지 않다는 점 같아요. 햇빛도 충분히 들고, 전망도 탁 트여 있잖아요. 
완제 맞아요. 여기 세대수가 많지 않아서 좋아요. 층도 높지 않고, 주변 경관을 해치지도 않고.
수빈 이사 온 날에 윗집, 아랫집, 옆집에 롤케이크 들고 찾아가서 인사했어요. 다들 반겨주시더라고요. 차 한잔하고 가라고 하시며 집 구경도 시켜주시고.
완제 친정에서 보내주셨다며 쪽파도 막 한 움큼씩 주고 가시고(웃음). 그래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아요.

두 분 모두 도시에서 나고 자랐고 신혼살림도 서울에서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1년 8개월 정도 직장 생활도 하셨고요. 퇴사하고 귀촌을 결정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수빈 2019년 7월 말에 장맛비가 오면서 저희가 살던 빌라 담장이 무너졌어요. 그러면서 옆집 차 4대를 파손시킨 거예요.
완제 그때가 일요일이었는데, 저희는 누워서 한적하게 TV 보고 있었거든요? 어디서 뭐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길래 구경하러 가자며 나왔는데···
수빈 우리 집이 무너진 거예요! 건물까지 붕괴 위험이 있다고 해서 갑자기 집 앞에 바리케이드가 서고, 폴리스라인이 쳐지고···.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데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통제를 했어요. 출근해야 한다고 하니, 5분 드릴 테니까 빨리 챙겨 나오라고 하는 거예요. 갑자기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집에 얼른 들어가서 캐리어 하나에 부랴부랴 챙겨 나오니까 구호 물품도 나눠줘요. 그날 동네 경로당에서 자는데, 구청장이니 어디 위원장이니 모두 와서 집이 이러이러한 상황이라 설명하면서 위험하니까 이사해야 한다고 거듭 얘기했어요. 

하루아침에 살던 집에서 나와 이사해야 한다니, 말 그대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예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경험일 것 같아요. 그런데 서울 다른 곳으로도 집을 옮길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시골로 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수빈 바로 다음 날 부동산 세 군데를 돌면서 10개 넘는 매물을 봤어요. 근데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서 회의감이 드는 거예요. 도저히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집값이 아니었어요.
완제 어떻게든 회사 다니면서 대출을 받고 갚아가면서 살 수도 있었겠죠. 근데 이미 둘 다 회사 생활을 하며 너무 지친 상태였어요. 저는 몸 쓰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사무실에 앉아서 계속 일만 하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했어요.
수빈 굳이 이렇게 큰돈을 내면서, 굳이 이렇게 힘들게 일하면서, 굳이 서울에 살아야 할까? 이 생각을 그때 처음으로 했어요. 그전에는 그냥 여행하면서 나중에 이런 데 살면 좋겠다, 이 정도였거든요. 근데 집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드니까 타격이 커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어요.

곡성이라는 지역은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요? 
수빈 시골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다음 날부터 인터넷으로 계속 검색을 했어요. 청년 귀촌, 신혼부부 귀촌··· 이런 키워드로 계속 검색을 하다 보니까 인스타그램에 청춘작당 광고가 뜨더라고요. 보자마자 ‘아, 이거다’ 싶어서 지원서를 막 썼어요.

수빈 씨는 정말 계획도 잘 세우고 실행력도 좋은 것 같아요. 수빈 씨가 추진하면 완제 씨는 무조건 따르는 편인가요? 저는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상대가 결정하는 것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게 어렵게 느껴져요. 퇴사하는 것도, 시골로 가는 것도 사실 쉬운 결정이 아니잖아요. 
완제 저는 무조건 좋아요. 수빈이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있어요. 저는 수빈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라고 해요. 내가 서포트할 테니까 무조건 너 하고 싶은 걸 해야 우리가 성공한다(웃음).
수빈 저 하고 싶은 걸 해야 제가 행복하고, 제가 행복한 걸 봐야 자기도 행복하다고 얘기를 해줘요. 진짜 큰 힘이 돼요. 저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막상 쉽게 도전은 못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근데 제가 뭘 하고 싶다고 하면 ‘그래, 너 해. 너는 어차피 잘할 거야.’ 이렇게 말을 해주니까 저는 거기서 무한한 힘을 얻어요.
완제 그래야 저도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웃음). 그때까지는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경력도 쌓고, 인맥도 차근차근 쌓아나가고 싶어요.

완제 씨는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완제 저는 손으로 뭘 만들고 땀 흘리며 일하는 걸 좋아해서 언젠가 목공 일을 하고 싶어요. 수빈이가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돕다가 잘 풀리게 되면 그때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려고요. 그전까지 하던 일과는 다른 직장에 들어갔는데 회사 동료분들이 잘해주셔서 기분 좋게 다니고 있어요.
수빈 완제는 저보다 더 섬세해요. 저는 꼼꼼한 편이라도 이상한 데서 덤벙거려요.
완제 수빈이는 큰일을 하는 스타일이라(웃음). 저는 수빈이를 전적으로 믿으면서 기분 좋게 출퇴근하는 거죠.

수빈 씨는 지원사업에 선정돼서 사진관 창업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창업을 결심하게 됐어요? 
수빈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생각한 게, 아무리 내 일처럼 열심히 일해도 회사는 그걸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보고 싶었어요. 사진을 좋아해서 사진관을 선택하게 됐어요. 제가 찍히는 것도 좋고, 남을 찍어주는 것도 좋아요. 현실적으로도 사진은 인건비랑 고정 지출만 감당하면 되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꾸려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도 있어요. 음식점이나 카페 같은 곳은 재고 관리를 해야 하잖아요. 빨리 재고를 처리할 자신도 없고, 혼자서 운영하기도 힘들고요.

준비는 잘 되어가나요? 
수빈 준비할 게 많아서 요즘에는 ‘아 그거 해야 하는데’ 하면서 생각하다가, ‘이것도 생각해야 되는데’ 하면서 다른 일 생각하다가 그래요. 오늘 됐다고 연락받은 건데, 취·창업 준비하는 사람들한테는 6개월간 구직 활동 수당을 주더라고요. 지원금 가지고 다른 지역으로 다니면서 1인 사진관 운영하는 분들을 좀 만나보려고 해요. 시골에 있으면서 1인으로 운영하는 곳들 몇 군데 알아놨거든요. 만나서 의견도 들어보고 싶고,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지 탐색도 좀 하고요.

쉴 때는 어떤 식으로 시간을 보내세요? 곡성에는 여가를 누릴 만한 곳이 많지 않은 편이잖아요. 
수빈 주로 집에서 보내요. 힘들게 얻은 집이니까 그만큼 누리고 싶어서(웃음).
완제 저는 그래도 밖에 나가는 거 좋아해서 자꾸 졸라요. 끌고 나가서 약수터 길 같은데 산책하고 오죠. 아니면 제대로 여행 계획을 짜서 떠나요. 그때는 이제 이 친구가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제대로 짜거든요.
수빈 놀 곳이 많이 없다고 해서 불편하지는 않아요. 저희가 서울 살면서도 영화관 가고 싶다, 노래방 가고 싶다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거든요. 외식도 잘 안 하고 집에서 해결하는 걸 좋아했어요. 배달음식 가짓수가 많지 않은 건 아쉽지만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앞으로도 곡성에서 터전을 꾸려나갈 계획이신가요? 
수빈 일단은 사진관을 무사히 창업하는 게 목표예요. 예전의 저는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어서 얼굴 다 가리며 사진 찍고 그랬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사진에 찍힌 자연스러운 제 모습을 인정하니까 사진이 재밌어졌어요. 사진관을 오픈하면, 손님들에게 스스로도 몰랐던 예쁜 모습들 담아드리고 싶어요.
완제 곡성에서 계속 살아가고 싶어요. 지금으로부터 계약이 끝날 때까지 삶이 괜찮다면 계속 있고 싶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써는 곡성이 전부예요.
수빈 저희가 귀촌하기로 결심한 건 두 사람이 함께 일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해요. 아주 나중에는 둘이 함께 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저희가 살 집을 직접 짓고, 1층에는 저희가 운영하는 공방이나 가게를 운영하고 2층에는 우리가 사는 거. 그게 우리의 최종 꿈이에요.


두 사람의 집에서 가장 많이 뱉었던 감탄사는 단연 ‘부럽다!’였다. 계획하고 실행하는 수빈 씨와 든든하게 지지하고 함께하는 완제 씨의 조합이 예측 불가한 삶과 더더욱 가늠할 수 없는 귀촌 생활에 맞서는 좋은 콤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김희애 배우가 출연한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가 화제였다. 본방사수를 해가며 재미있게 보았다는 두 사람에게 ‘부부의 세계’는 어떤 걸까 물었다. 드라마틱한 전개와 사이다 같은 반전은 없지만, 김수빈과 조완제의 ‘부부의 세계'는 소소하고 여유로우며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공전하는 세계로 보였다. 서로의 존재가 있다면 함께 행복할 공간을 찾아 무한히 걸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부부의 세계.

저 멀리 짙은 먹구름이 깔린 5월의 어느 저녁, 조완제와 김수빈의 집을 찾았다. 부부의 저녁시간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 것도 잠시, 살갑게 손님을 맞이해주는 두 사람 덕분에 긴장이 풀렸다. 냄비 위 익어가는 음식과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창밖에는 오로지 빗소리. 조용하고도 소소한 저녁 일상에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고 자란 대도시를 떠난 이유가 이러한 고요를 찾아 떠나온 것이라면 이보다 성공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빈백에 함께 기대어 하루를 마감한다는 두 사람과 마주 앉아 정착의 어려움과 귀촌의 기쁨에 대하여 물었다. 앞날에 대한 불안과 의심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두 사람의 얼굴이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해 보였다.


“우리 집 트레이드 마크예요. 결혼하고 모으기 시작한 맥주잔이랑 소주잔 컬렉션! 저녁 먹으면서 맥주 한 잔씩 하는 게 저희 패턴이라, 이런 아이템 모으는 걸 좋아해요.”
“우리 집 트레이드 마크예요. 결혼하고 모으기 시작한 맥주잔이랑 소주잔 컬렉션! 저녁 먹으면서 맥주 한 잔씩 하는 게 저희 패턴이라, 이런 아이템 모으는 걸 좋아해요.”
“우리 집에 놀러 온 손님은 여기서 오늘 드실 맥주잔을 골라주시면 됩니다. 끌리는 잔을 골라보세요.”
“우리 집에 놀러 온 손님은 여기서 오늘 드실 맥주잔을 골라주시면 됩니다. 끌리는 잔을 골라보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수빈 서른 하나 조완제, 스물여덟 김수빈입니다. 2013년에 만나 교제하기 시작했고, 2018년에 결혼했습니다. 청춘작당 프로젝트를 통해 작년 가을 귀촌했어요. 지금은 제 이름으로 된 가게를 내고 싶어 창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완제 수빈이는 서울에서, 저는 인천에서 왔어요. 이제는 곡성군민이고요. 저는 마을로 사업을 통해 농자재 회사에 취업해 다니고 있어요.

두 분 집이 정말 아늑하고 좋아서 놀랐어요. 인테리어가 예쁜 집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사실이었네요. 

수빈 그래서 제가 집에서 안 나가요. 모든 걸 집에서 해결! 집에서 이렇게 넷플릭스 보면서 밥 먹고, 빈백에 기대서 맥주 한잔하며 저녁 시간 보내요.
완제 지금보다는 약간 더러운 상태지만···(웃음).

수빈 씨가 귀촌 일기를 블로그에 올리고 계시잖아요. 보니까 이 집에 들어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더라고요. 

수빈 맞아요.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어그러진 경우가 서너 번은 됐어요. 신혼부부는 지원받을 수 있는 폭이 넓기 때문에 전세를 구하는 게 더 유리하거든요. 근데 전세로 내놓은 집이 너무 없어서 힘들었어요. 당일치기로 내려와서 집 구했다가 다음날 서울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계약이 취소되는 식인 거죠.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곡성으로 오면 안 되나 싶기도 하고.
완제 그래도 주변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운 좋게 이곳으로 들어오게 됐어요. 서울 집 계약이 만료되기 사흘 전에 이 집을 계약했거든요.
수빈 그때 생각하기도 싫어요(웃음).
완제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행복해졌으니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다 보니 자리를 잡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제 이사 온 지 반년 정도 지났는데, 그동안의 생활은 어땠어요? 

수빈 귀촌이라고 했을 때 당장 떠오르는 건 마당 있고, 텃밭 딸린 전원주택 같은 이미지를 생각하잖아요. 솔직히 그게 로망이긴 했지만, 당장 그런 집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 지금에 만족해요. 나름대로 텃밭도 운영하고 있고! 이렇게 상추 하나씩 뜯어먹어요. 드셔 보실래요?

네, 주세요. 이 친구들 블로그에서 봤을 때는 겨우 싹을 틔운 상태였는데 어느새 많이 자랐네요! 

수빈 맞아요! 작아 보여도 나름 자기도 상추라고 상추 맛이 나요. 고추는 이제 꽃 피고 있고, 꽃이 피면 고추가 열릴 예정입니다. 집이 동남향이라 아침 10시쯤 해가 가장 많이 들어와요. 해가 깊게 들어와서 삶의 질도 높아지는 느낌이에요. 예전에 살던 집은 서향이라 거기서 키우던 식물은 다 죽었는데, 여기는 식물이 참 잘 자라요.

시골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건물이 높지 않다는 점 같아요. 햇빛도 충분히 들고, 전망도 탁 트여 있잖아요. 

완제 맞아요. 여기 세대수가 많지 않아서 좋아요. 층도 높지 않고, 주변 경관을 해치지도 않고.
수빈 이사 온 날에 윗집, 아랫집, 옆집에 롤케이크 들고 찾아가서 인사했어요. 다들 반겨주시더라고요. 차 한잔하고 가라고 하시며 집 구경도 시켜주시고.
완제 친정에서 보내주셨다며 쪽파도 막 한 움큼씩 주고 가시고(웃음). 그래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아요.

두 분 모두 도시에서 나고 자랐고 신혼살림도 서울에서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1년 8개월 정도 직장 생활도 하셨고요. 퇴사하고 귀촌을 결정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수빈 2019년 7월 말에 장맛비가 오면서 저희가 살던 빌라 담장이 무너졌어요. 그러면서 옆집 차 4대를 파손시킨 거예요.
완제 그때가 일요일이었는데, 저희는 누워서 한적하게 TV 보고 있었거든요? 어디서 뭐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길래 구경하러 가자며 나왔는데···
수빈 우리 집이 무너진 거예요! 건물까지 붕괴 위험이 있다고 해서 갑자기 집 앞에 바리케이드가 서고, 폴리스라인이 쳐지고···.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데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통제를 했어요. 출근해야 한다고 하니, 5분 드릴 테니까 빨리 챙겨 나오라고 하는 거예요. 갑자기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집에 얼른 들어가서 캐리어 하나에 부랴부랴 챙겨 나오니까 구호 물품도 나눠줘요. 그날 동네 경로당에서 자는데, 구청장이니 어디 위원장이니 모두 와서 집이 이러이러한 상황이라 설명하면서 위험하니까 이사해야 한다고 거듭 얘기했어요.


하루아침에 살던 집에서 나와 이사해야 한다니, 말 그대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예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경험일 것 같아요. 그런데 서울 다른 곳으로도 집을 옮길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시골로 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수빈 바로 다음 날 부동산 세 군데를 돌면서 10개 넘는 매물을 봤어요. 근데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서 회의감이 드는 거예요. 도저히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집값이 아니었어요.
완제 어떻게든 회사 다니면서 대출을 받고 갚아가면서 살 수도 있었겠죠. 근데 이미 둘 다 회사 생활을 하며 너무 지친 상태였어요. 저는 몸 쓰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사무실에 앉아서 계속 일만 하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했어요.
수빈 굳이 이렇게 큰돈을 내면서, 굳이 이렇게 힘들게 일하면서, 굳이 서울에 살아야 할까? 이 생각을 그때 처음으로 했어요. 그전에는 그냥 여행하면서 나중에 이런 데 살면 좋겠다, 이 정도였거든요. 근데 집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드니까 타격이 커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어요.


곡성이라는 지역은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요? 
수빈 시골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다음 날부터 인터넷으로 계속 검색을 했어요. 청년 귀촌, 신혼부부 귀촌··· 이런 키워드로 계속 검색을 하다 보니까 인스타그램에 청춘작당 광고가 뜨더라고요. 보자마자 ‘아, 이거다’ 싶어서 지원서를 막 썼어요.


수빈 씨는 정말 계획도 잘 세우고 실행력도 좋은 것 같아요. 수빈 씨가 추진하면 완제 씨는 무조건 따르는 편인가요? 저는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상대가 결정하는 것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게 어렵게 느껴져요. 퇴사하는 것도, 시골로 가는 것도 사실 쉬운 결정이 아니잖아요. 
완제 저는 무조건 좋아요. 수빈이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있어요. 저는 수빈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라고 해요. 내가 서포트할 테니까 무조건 너 하고 싶은 걸 해야 우리가 성공한다(웃음).
수빈 저 하고 싶은 걸 해야 제가 행복하고, 제가 행복한 걸 봐야 자기도 행복하다고 얘기를 해줘요. 진짜 큰 힘이 돼요. 저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막상 쉽게 도전은 못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근데 제가 뭘 하고 싶다고 하면 ‘그래, 너 해. 너는 어차피 잘할 거야.’ 이렇게 말을 해주니까 저는 거기서 무한한 힘을 얻어요.
완제 그래야 저도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웃음). 그때까지는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경력도 쌓고, 인맥도 차근차근 쌓아나가고 싶어요.


완제 씨는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완제 저는 손으로 뭘 만들고 땀 흘리며 일하는 걸 좋아해서 언젠가 목공 일을 하고 싶어요. 수빈이가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돕다가 잘 풀리게 되면 그때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려고요. 그전까지 하던 일과는 다른 직장에 들어갔는데 회사 동료분들이 잘해주셔서 기분 좋게 다니고 있어요.
수빈 완제는 저보다 더 섬세해요. 저는 꼼꼼한 편이라도 이상한 데서 덤벙거려요.
완제 수빈이는 큰일을 하는 스타일이라(웃음). 저는 수빈이를 전적으로 믿으면서 기분 좋게 출퇴근하는 거죠.

수빈 씨는 지원사업에 선정돼서 사진관 창업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창업을 결심하게 됐어요? 
수빈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생각한 게, 아무리 내 일처럼 열심히 일해도 회사는 그걸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보고 싶었어요. 사진을 좋아해서 사진관을 선택하게 됐어요. 제가 찍히는 것도 좋고, 남을 찍어주는 것도 좋아요. 현실적으로도 사진은 인건비랑 고정 지출만 감당하면 되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꾸려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도 있어요. 음식점이나 카페 같은 곳은 재고 관리를 해야 하잖아요. 빨리 재고를 처리할 자신도 없고, 혼자서 운영하기도 힘들고요.

준비는 잘 되어가나요? 
수빈 준비할 게 많아서 요즘에는 ‘아 그거 해야 하는데’ 하면서 생각하다가, ‘이것도 생각해야 되는데’ 하면서 다른 일 생각하다가 그래요. 오늘 됐다고 연락받은 건데, 취·창업 준비하는 사람들한테는 6개월간 구직 활동 수당을 주더라고요. 지원금 가지고 다른 지역으로 다니면서 1인 사진관 운영하는 분들을 좀 만나보려고 해요. 시골에 있으면서 1인으로 운영하는 곳들 몇 군데 알아놨거든요. 만나서 의견도 들어보고 싶고,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지 탐색도 좀 하고요.

쉴 때는 어떤 식으로 시간을 보내세요? 곡성에는 여가를 누릴 만한 곳이 많지 않은 편이잖아요. 
수빈 주로 집에서 보내요. 힘들게 얻은 집이니까 그만큼 누리고 싶어서(웃음).
완제 저는 그래도 밖에 나가는 거 좋아해서 자꾸 졸라요. 끌고 나가서 약수터 길 같은데 산책하고 오죠. 아니면 제대로 여행 계획을 짜서 떠나요. 그때는 이제 이 친구가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제대로 짜거든요.
수빈 놀 곳이 많이 없다고 해서 불편하지는 않아요. 저희가 서울 살면서도 영화관 가고 싶다, 노래방 가고 싶다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거든요. 외식도 잘 안 하고 집에서 해결하는 걸 좋아했어요. 배달음식 가짓수가 많지 않은 건 아쉽지만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앞으로도 곡성에서 터전을 꾸려나갈 계획이신가요? 
수빈 일단은 사진관을 무사히 창업하는 게 목표예요. 예전의 저는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어서 얼굴 다 가리며 사진 찍고 그랬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사진에 찍힌 자연스러운 제 모습을 인정하니까 사진이 재밌어졌어요. 사진관을 오픈하면, 손님들에게 스스로도 몰랐던 예쁜 모습들 담아드리고 싶어요.
완제 곡성에서 계속 살아가고 싶어요. 지금으로부터 계약이 끝날 때까지 삶이 괜찮다면 계속 있고 싶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써는 곡성이 전부예요.
수빈 저희가 귀촌하기로 결심한 건 두 사람이 함께 일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해요. 아주 나중에는 둘이 함께 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저희가 살 집을 직접 짓고, 1층에는 저희가 운영하는 공방이나 가게를 운영하고 2층에는 우리가 사는 거. 그게 우리의 최종 꿈이에요.


두 사람의 집에서 가장 많이 뱉었던 감탄사는 단연 ‘부럽다!’였다. 계획하고 실행하는 수빈 씨와 든든하게 지지하고 함께하는 완제 씨의 조합이 예측 불가한 삶과 더더욱 가늠할 수 없는 귀촌 생활에 맞서는 좋은 콤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김희애 배우가 출연한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가 화제였다. 본방사수를 해가며 재미있게 보았다는 두 사람에게 ‘부부의 세계’는 어떤 걸까 물었다. 드라마틱한 전개와 사이다 같은 반전은 없지만, 김수빈과 조완제의 ‘부부의 세계'는 소소하고 여유로우며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공전하는 세계로 보였다. 서로의 존재가 있다면 함께 행복할 공간을 찾아 무한히 걸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부부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