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의 변화는 꽤 반갑지만 여가 시간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군내 하나밖에 없는 영화관은 문을 닫은 지 오래, 새로 개장한다는 수영장도 연기, 보고 싶었던 공연도 취소. 연기, 취소, 연기, 취소, 무기한 대기. 당연히 필요한 조치라지만 끝없는 기다림에 조금씩 지쳐간다. 대면 접촉을 피하다 보니 가족을 만나러 가는 일도, 멀리 사는 친구들의 얼굴을 보는 일도 어렵다. 곡성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염병이 도는 바람에 새로운 지역에 대한 낯섦도 떠나온 지역에 대한 그리움도 그대로 남아 어딘가 붕 떠 있는 것만 같다. 주변과의 소통이 어려워 ‘코로나 블루(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울감을 느끼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를 겪는 사람들이 늘었다는데, 나의 요즘도 퍽 ‘블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