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인터뷰 #3

농사는 때를 지키는 일

: 청년 창업농 <품안애 농장>

  권기택 대표

에디터 제소윤

포토그래퍼 송광호


아직 코끝이 시린 봄, 섬진강을 바라보며 한참을 달려 입면으로 들어서니 해가 뜨고 질 때까지 그림자 들 일 없다는 드넓은 평야가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들어선 하우스에서는 햇빛을 듬뿍 받으며 과실이 익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제 모내기를 준비하기 위해 정비를 마친 밭도 보인다. [청년 인터뷰] 이번 호에서는 2017년 곡성군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한 청년 농부 권기택 씨를 방문했다. 그가 운영하는 <품안애 농장>은 벼와 함께 멜론, 호박, 강낭콩 등 다양한 작물을 키워내는 곳이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오래 이어지는 것 같지만, 농가의 봄은 지체할 일 없이 일년의 수확을 위해 바쁘다. 아침의 작업을 부지런히 끝낸 그를 만나, 하우스 안의 작은 평상에 앉아 이야기 나누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올해 서른 하나, 권기택입니다. 2017년부터 부모님이랑 같이 농사 지으며 자리 잡아가는 중입니다. 노지에는 쌀 주로 짓고, 하우스 세 동에는 호박, 멜론, 강낭콩을 키우고 있어요.

오늘 하루 언제 시작하셨나요? 농부의 일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한가한 시즌이라 아침 8시 좀 넘어서 나와요. 하우스 환기하고 한 바퀴 싹 돌면서 병충해가 들진 않았나 둘러봐요. 잡초 관리해주고, 물 주고 나면 오전 일과가 끝나죠. 점심 먹고 나오면 시설에서는 더워서 작업을 못 하니 나와서 밭작물을 돌봐요. 여름에는 6시에 나와서 논두렁에 잡초도 제거해줘야 하고. 이제 할 게 더 많아지겠죠.

농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래 농업에 종사하는 것이 꿈이었나요?

농업 관련 대학을 나오긴 했지만 농사지을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시니 주말마다 도와드리는 정도?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1년 정도 일해봤는데 업무도 안 맞고, 도시에서 사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부모님께서 농사를 지으라고 하시길래 한 달 정도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그때 마침 지원사업* 공고를 봤고, 그게 계기가 돼서 이곳으로 들어오게 된 거죠.
* 청년창업농 영농정착금 지원: 곡성군에서는 만 40세 미만, 영농 경력이 3년 이하인 청년 농업인에게 영농 및 가계비를 지원한다. 최장 3년간 월 100만 원~80만 원을 지원하고, 그 외에도 토지 임대 등 청년농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돕고 있다.

4월 말이라 아직 본격적인 벼농사를 짓기 전이죠. 그럼 지금 시기에는 어떤 작물을 재배하고,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가요?  

하우스에서는 강낭콩, 멜론, 늙은호박 재배하고 있고요. 요즘은 노지에 로터리 치고* 밭 만들고 있어요. 곧 논을 시작해야죠. 2만 평 정도에 넓게 짓다 보니까 저 혼자는 절대 불가능해요. 저하고 아버지는 논 위주로 작업하고, 어머니가 밭이랑 하우스 관리. 이렇게 분담해서 일하고 있어요.
* 밭을 만들기 위해서 땅을 파면서 돌을 골라내거나 뭉쳐진 흙덩어리를 잘고 곱게 부수는 것을 밭을 일군다고 하는데, 트랙터를 이용하여 넓은 경작 면적을 일구는 것을 흔히 ‘로터리 친다’고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농가가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유통 판로가 막힌 농가도 있고, 온라인으로 그 위기를 해결하는 곳도 있고요. 기택 씨는 어떠세요?

저에게는 다행히 위기가 아니었어요. 저는 피망 빼고 모든 작물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데 요즘은 택배 물량이 늘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밖에 못 나오시니까 인터넷을 많이 활용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인터넷으로 직접 유통하시는 거예요? 어떤 식으로 하고 계시나요? 

네. 보통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떠올리기 쉬운데, 장년층은 SNS를 거의 활용하지 않고 젊은 층은 농산물을 검색해서 사 먹지 않으니 (농산물 판매에) 알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 뛰어들었던 곳이 농산물 카페. 농산물을 직거래 할 수 있는 포털 사이트 카페를 찾았어요. 거기서 한번 대박을 터트리고 나니 쌀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됐고, 그 후에 마케팅에 대한 감이 잡혔어요. 그때부터 쌀을 주로 짓고 있죠.

그곳에는 누구보다 꼼꼼한 소비자들이 많이 모여있을 텐데, 어떻게 판매에 성공했나요?

처음에는 재배하는 과정만 찍어서 올리면 다 구매해주실 줄 알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도정하는지를 보여주는 거더라고요. 저는 쌀을 직접 도정해서 도정도에 따라 사진을 올렸어요. 현미, 5분도, 10분도, 백미…* 이런 식으로요. 그때 가장 관심을 많이 받았던 것이 6분도 쌀이에요. ‘쌀눈 쌀’이라고 하는데 쌀눈이 많이 살아있어 건강식이고, 고소해서 맛있어요. 주로 당이 높으신 분이나 건강에 관심 많은 분이 찾으세요. 그때 하루에 6백 포가 넘는 물량을 다 팔고, 일주일 동안 도정해서 보내드렸죠.
* 쌀의 쌀겨층을 제거하는 것을 도정이라 하고, 도정 정도에 따라 0분도에서 12분도로 주로 나눈다. 현미는 0분도, 우리가 주로 먹는 백미는 12분도다. 

직접 유통까지 하게 되면 신경 쓸 게 더 많겠어요.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텐데요.

맞아요. 토질에 따라서 밥맛이 달라져요. 보통 경기미가 유명한데, ‘고시히카리’라는 일본 품종이거든요. 고시히카리가 맛있는 이유는 토질이 받쳐줘서예요. 경기도 지방이 진흙땅이라 영양분이 풍부하거든요. 곡성은 산악 지역이라 모래땅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진흙땅인지 모래땅인지 일일이 체크를 해서 관리하죠. 또,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도정해서 바로바로 보내요. 그래서 훨씬 신선하고 밥맛도 좋아요.

소비자와 직접 닿아있으니 단골도 많이 생길 것 같아요.  

네. 믿고 사시는 분들이 꾸준히 오도록 노력해요. 두 번 이상 주문해주신 분들은 자체적으로 단가를 낮춰드려요. 상추 같은 채소 여유 있게 심어뒀다가 한 주먹씩 동봉해드리기도 하고요. 그러면 상당히 좋아하세요.

다른 농가와 차별을 두는 기택 씨만의 전략이 있나요?

멜론 같은 경우에는 사실 작물이 다 똑같잖아요. 그래서 저는 선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그만 흠집이 있어도 안 보이겠지 하고 넣어버리면 이미지만 망쳐요. 단가는 좀 높을 수 있지만, 품질을 가장 신경 써요. 그리고 사후 서비스가 중요하죠. 정말 이해 안 되는 부분으로 꼬투리 잡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냥 전량 반품처리 해드려요. 또 그걸 내세우니까 신기할 정도로 반품 신청이 안 들어오더라고요(웃음).

농사를 시작하면서 실패를 경험하거나 위기를 겪은 순간도 있나요?

시작한 첫해가 그랬어요. 늙은호박이 고소득 작물인데 별로 하는 분들도 없어서, 블루오션이라 생각하고 4백 평 정도의 땅에 키우기 시작했어요. 근데 그해 몇십 년 만에 폭염이 온 거예요. 땅이 뜨거운 상태에서 이틀 동안 비가 쏟아지고 갑자기 햇빛이 드니까 작물이 적응을 못 한 거죠. 운 좋게 익은 건 절반 정도 건졌지만, 손해 본 게 너무 컸어요. 또, 작년에는 태풍이 3번 와서 벼가 다 누워버렸어요. 그래서 들어간 비용에 비해 소득이 적었죠. 아무래도 자연재해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다양한 작물을 짓는 게 그런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인가요?

그렇죠. 한 가지에만 올인하면 위기가 오는 순간 망해요. 그래서 힘들더라도 여러 가지를 짓는 수밖에 없어요.

한 가지 작물만 짓는 것이 아니니, 일 년 내내 바쁠 것 같아요.

맞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일 년 동안 쉬는 시간이 잘 없어요. 제가 쉬는 날은 오직 비 오는 날. 또 더울 때 잠깐 쉬는 것 빼고는 매일 일해요. 이거 수확하면, 또 다른 거 들어가고 하니까.

농사짓는 일에 새롭게 도전하려는 청년이 있다면, 가장 중요하게 조언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요? 

무턱대고 내려오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막상 내려와도 땅을 임대하지 못해서 농사를 시작하지 못하는 분도 있거든요. 자본도 그렇고,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나 아이디어가 없다면 힘들죠. 뭐가 유명하다, 혹은 뭐가 유행이다 해서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거 하나 갖고 평생 가도 좋겠다 싶은 작물 한 가지만 고집하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저처럼 2~3가지로 시작하는 걸 추천해요. 해보고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은 작물을 택해서 여름 농사할 것, 겨울에 할 것, 이렇게 선택하는 거죠.

지금까지는 농사를 시작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 어떻게 일을 계속해 나가려 하나요?

저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여기라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그런 브랜드요. 근데 섣부르게 갈 수는 없겠더라고요. 벼농사 같은 경우는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고, 경쟁 브랜드도 너무 많죠. 1차산업 형태를 유지할지, 6차산업* 쪽으로 나갈지 고민하기도 했고요. 세 자매가 귀농해서 친환경적으로 벼농사를 짓는 곳으로 선진지 견학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분들은 1차산업에만 집중해도 연 매출이 억 단위라고 해요. 저도 지금은 1차산업에 집중해서 성공하고 싶어요. 매장이나 카페 차려서 제 농산물 알리는 공간을 만드는 건 그다음 목표에요.  
* 농촌의 유·무형 자원을 가공하여 체험·관광 등의 3차산업과 결합하는 형태의 산업을 말한다.

사람들에게는 ‘이것만은 지키며 일해야겠다’는 저마다의 원칙이 있더라고요. 기택 씨만의 원칙은 무엇인가요? 

부지런함. 이거는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처음 여기 내려왔을 때 되게 게을렀어요. 직장 그만두고 몇 달 쉬다 보니까 나태해졌는데 습관이라는 게 무섭더라고요. 농사는 정말 때를 잘 맞춰야 하거든요. 인공수정할 때는 새벽에 나와서 해야 하는데, 해 뜰 때 하면 불량이 나요. 하우스는 뜨거운 날 늦게 열어버리면 다 타 죽어요. 제시간에 문을 열고, 제시간에 닫아줘야 하는 거죠.

농부로 살아가는 것은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모습이에요. 도전한 것에 만족하시나요? 

처음에는 농사짓는 거 자체가 부끄럽기도 했고, 그전의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도 들어서 아쉽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 2년 차가 넘어가니까 제 일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일이 재밌어요. 지금 삶에 만족합니다.


기택 씨는 농사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렇기 때문에 농사는 쉽지 않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변화무쌍한 자연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정함을 유지하는 것만이 정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바람과 비와 햇빛이 다녀가면 올해도 무사히 수확의 계절이 올 것이다. 땅은 노랗게 펼쳐진 논밭의 풍경을 이미 품고 있다. 논에 물을 대고, 모내기하고, 잡초를 솎아주고, 그밖에 수없이 많은 손길을 거쳐 결실을 맺는 것은 이제 부지런한 농부의 몫이다.

아직 코끝이 시린 봄, 섬진강을 바라보며 한참을 달려 입면으로 들어서니 해가 뜨고 질 때까지 그림자 들 일 없다는 드넓은 평야가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들어선 하우스에서는 햇빛을 듬뿍 받으며 과실이 익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제 모내기를 준비하기 위해 정비를 마친 밭도 보인다. [청년 인터뷰] 이번 호에서는 2017년 곡성군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한 청년 농부 권기택 씨를 방문했다. 그가 운영하는 <품안애 농장>은 벼와 함께 멜론, 호박, 강낭콩 등 다양한 작물을 키워내는 곳이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오래 이어지는 것 같지만, 농가의 봄은 지체할 일 없이 일년의 수확을 위해 바쁘다. 아침의 작업을 부지런히 끝낸 그를 만나, 하우스 안의 작은 평상에 앉아 이야기 나누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올해 서른 하나, 권기택입니다. 2017년부터 부모님이랑 같이 농사 지으며 자리 잡아가는 중입니다. 노지에는 쌀 주로 짓고, 하우스 세 동에는 호박, 멜론, 강낭콩을 키우고 있어요.

오늘 하루 언제 시작하셨나요? 농부의 일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한가한 시즌이라 아침 8시 좀 넘어서 나와요. 하우스 환기하고 한 바퀴 싹 돌면서 병충해가 들진 않았나 둘러봐요. 잡초 관리해주고, 물 주고 나면 오전 일과가 끝나죠. 점심 먹고 나오면 시설에서는 더워서 작업을 못 하니 나와서 밭작물을 돌봐요. 여름에는 6시에 나와서 논두렁에 잡초도 제거해줘야 하고. 이제 할 게 더 많아지겠죠.

농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래 농업에 종사하는 것이 꿈이었나요?
농업 관련 대학을 나오긴 했지만 농사지을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시니 주말마다 도와드리는 정도?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1년 정도 일해봤는데 업무도 안 맞고, 도시에서 사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부모님께서 농사를 지으라고 하시길래 한 달 정도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그때 마침 지원사업* 공고를 봤고, 그게 계기가 돼서 이곳으로 들어오게 된 거죠.

* 청년창업농 영농정착금 지원: 곡성군에서는 만 40세 미만, 영농 경력이 3년 이하인 청년 농업인에게 영농 및 가계비를 지원한다. 최장 3년간 월 100만 원~80만 원을 지원하고, 그 외에도 토지 임대 등 청년농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돕고 있다.


4월 말이라 아직 본격적인 벼농사를 짓기 전이죠. 그럼 지금 시기에는 어떤 작물을 재배하고,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가요?  

하우스에서는 강낭콩, 멜론, 늙은호박 재배하고 있고요. 요즘은 노지에 로터리 치고* 밭 만들고 있어요. 곧 논을 시작해야죠. 2만 평 정도에 넓게 짓다 보니까 저 혼자는 절대 불가능해요. 저하고 아버지는 논 위주로 작업하고, 어머니가 밭이랑 하우스 관리. 이렇게 분담해서 일하고 있어요.

* 밭을 만들기 위해서 땅을 파면서 돌을 골라내거나 뭉쳐진 흙덩어리를 잘고 곱게 부수는 것을 밭을 일군다고 하는데, 트랙터를 이용하여 넓은 경작 면적을 일구는 것을 흔히 ‘로터리 친다’고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농가가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유통 판로가 막힌 농가도 있고, 온라인으로 그 위기를 해결하는 곳도 있고요. 기택 씨는 어떠세요?  
저에게는 다행히 위기가 아니었어요. 저는 피망 빼고 모든 작물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데 요즘은 택배 물량이 늘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밖에 못 나오시니까 인터넷을 많이 활용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인터넷으로 직접 유통하시는 거예요? 어떤 식으로 하고 계시나요?

네. 보통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떠올리기 쉬운데, 장년층은 SNS를 거의 활용하지 않고 젊은 층은 농산물을 검색해서 사먹지 않으니 (농산물 판매에) 알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 뛰어들었던 곳이 농산물 카페. 농산물을 직거래 할 수 있는 포털 사이트 카페를 찾았어요. 거기서 한번 대박을 터트리고 나니 쌀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됐고, 그 후에 마케팅에 대한 감이 잡혔어요. 그때부터 쌀을 주로 짓고 있죠. 


그곳에는 누구보다 꼼꼼한 소비자들이 많이 모여있을 텐데, 어떻게 판매에 성공했나요?
처음에는 재배하는 과정만 찍어서 올리면 다 구매해주실 줄 알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도정하는지를 보여주는 거더라고요. 저는 쌀을 직접 도정해서 도정도에 따라 사진을 올렸어요. 현미, 5분도, 10분도, 백미…* 이런 식으로요. 그때 가장 관심을 많이 받았던 것이 6분도 쌀이에요. ‘쌀눈 쌀’이라고 하는데 쌀눈이 많이 살아있어 건강식이고, 고소해서 맛있어요. 주로 당이 높으신 분이나 건강에 관심 많은 분이 찾으세요. 그때 하루에 6백 포가 넘는 물량을 다 팔고, 일주일 동안 도정해서 보내드렸죠.
* 쌀의 쌀겨층을 제거하는 것을 도정이라 하고, 도정 정도에 따라 0분도에서 12분도로 주로 나눈다. 현미는 0분도, 우리가 주로 먹는 백미는 12분도다. 

직접 유통까지 하게 되면 신경 쓸 게 더 많겠어요.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텐데요.  
맞아요. 토질에 따라서 밥맛이 달라져요. 보통 경기미가 유명한데, ‘고시히카리’라는 일본 품종이거든요. 고시히카리가 맛있는 이유는 토질이 받쳐줘서예요. 경기도 지방이 진흙땅이라 영양분이 풍부하거든요. 곡성은 산악 지역이라 모래땅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진흙땅인지 모래땅인지 일일이 체크를 해서 관리하죠. 또,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도정해서 바로바로 보내요. 그래서 훨씬 신선하고 밥맛도 좋아요.

소비자와 직접 닿아있으니 단골도 많이 생길 것 같아요.

네. 믿고 사시는 분들이 꾸준히 오도록 노력해요. 두 번 이상 주문해주신 분들은 자체적으로 단가를 낮춰드려요. 상추 같은 채소 여유 있게 심어뒀다가 한 주먹씩 동봉해드리기도 하고요. 그러면 상당히 좋아하세요.

다른 농가와 차별을 두는 기택 씨만의 전략이 있나요?

멜론 같은 경우에는 사실 작물이 다 똑같잖아요. 그래서 저는 선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그만 흠집이 있어도 안 보이겠지 하고 넣어버리면 이미지만 망쳐요. 단가는 좀 높을 수 있지만, 품질을 가장 신경 써요. 그리고 사후 서비스가 중요하죠. 정말 이해 안 되는 부분으로 꼬투리 잡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냥 전량 반품처리 해드려요. 또 그걸 내세우니까 신기할 정도로 반품 신청이 안 들어오더라고요(웃음).

농사를 시작하면서 실패를 경험하거나 위기를 겪은 순간도 있나요?
시작한 첫해가 그랬어요. 늙은호박이 고소득 작물인데 별로 하는 분들도 없어서, 블루오션이라 생각하고 4백 평 정도의 땅에 키우기 시작했어요. 근데 그해 몇십 년 만에 폭염이 온 거예요. 땅이 뜨거운 상태에서 이틀 동안 비가 쏟아지고 갑자기 햇빛이 드니까 작물이 적응을 못 한 거죠. 운 좋게 익은 건 절반 정도 건졌지만, 손해 본 게 너무 컸어요. 또, 작년에는 태풍이 3번 와서 벼가 다 누워버렸어요. 그래서 들어간 비용에 비해 소득이 적었죠. 아무래도 자연재해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다양한 작물을 짓는 게 그런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인가요? 
그렇죠. 한 가지에만 올인하면 위기가 오는 순간 망해요. 그래서 힘들더라도 여러 가지를 짓는 수밖에 없어요.

한 가지 작물만 짓는 것이 아니니, 일 년 내내 바쁠 것 같아요.  
맞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일 년 동안 쉬는 시간이 잘 없어요. 제가 쉬는 날은 오직 비 오는 날. 또 더울 때 잠깐 쉬는 것 빼고는 매일 일해요. 이거 수확하면, 또 다른 거 들어가고 하니까.



농사짓는 일에 새롭게 도전하려는 청년이 있다면, 가장 중요하게 조언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요? 
무턱대고 내려오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막상 내려와도 땅을 임대하지 못해서 농사를 시작하지 못하는 분도 있거든요. 자본도 그렇고,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나 아이디어가 없다면 힘들죠. 뭐가 유명하다, 혹은 뭐가 유행이다 해서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거 하나 갖고 평생 가도 좋겠다 싶은 작물 한 가지만 고집하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저처럼 2~3가지로 시작하는 걸 추천해요. 해보고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은 작물을 택해서 여름 농사할 것, 겨울에 할 것, 이렇게 선택하는 거죠.

지금까지는 농사를 시작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 어떻게 일을 계속해 나가려 하나요?
저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여기라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그런 브랜드요. 근데 섣부르게 갈 수는 없겠더라고요. 벼농사 같은 경우는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고, 경쟁 브랜드도 너무 많죠. 1차산업 형태를 유지할지, 6차산업* 쪽으로 나갈지 고민하기도 했고요. 세 자매가 귀농해서 친환경적으로 벼농사를 짓는 곳으로 선진지 견학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분들은 1차산업에만 집중해도 연 매출이 억 단위라고 해요. 저도 지금은 1차산업에 집중해서 성공하고 싶어요. 매장이나 카페 차려서 제 농산물 알리는 공간을 만드는 건 그다음 목표에요.
* 농촌의 유·무형 자원을 가공하여 체험·관광 등의 3차산업과 결합하는 형태의 산업을 말한다. 


농부로 살아가는 것은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모습이에요. 도전한 것에 만족하시나요?
처음에는 농사짓는 거 자체가 부끄럽기도 했고, 그전의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도 들어서 아쉽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 2년 차가 넘어가니까 제 일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일이 재밌어요. 지금 삶에 만족합니다.



기택 씨는 농사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렇기 때문에 농사는 쉽지 않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변화무쌍한 자연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정함을 유지하는 것만이 정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바람과 비와 햇빛이 다녀가면 올해도 무사히 수확의 계절이 올 것이다. 땅은 노랗게 펼쳐진 논밭의 풍경을 이미 품고 있다. 논에 물을 대고, 모내기하고, 잡초를 솎아주고, 그밖에 수없이 많은 손길을 거쳐 결실을 맺는 것은 이제 부지런한 농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