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인터뷰 #2

기본의 기본을 요리하는 것

: 청년행복가게 3호점 <봄파스타>

  김영진 대표

에디터 제소윤

포토그래퍼 송광호


곡성역에서 읍내로 들어서는 길, 경찰서사거리를 지나 중앙로를 걷다 보면 통유리창이 시원하게 난 하얀색 건물이 등장한다. ‘봄pasta’라는 간판에 한 번 더 시선을 두게 된다. 시골 읍내에 파스타 가게가 있을 거라 예상치 못했기에 깔끔한 인테리어와 귀여운 간판을 단 가게 앞을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손님을 맞이하는 것도, 피자와 파스타 요리를 직접 해 내놓는 것도 모두 한 사람의 몫. ‘곡성군 청년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2018년, <봄파스타>를 개점한 김영진 대표를 만났다. 주문부터 요리까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의 경쾌한 발걸음이 ‘봄’이라는 상호와 잘 어울렸다.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올해 서른여덟, 김영진입니다. 2018년 12월 ‘봄파스타’ 가게를 오픈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일과가 궁금합니다.

보통 7시 반 정도에 일어나요. 8시 정도에 출근해서 준비하고. 재료 같은 건 최대한 그날그날 하려고 해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신선하니까. 재료 손질하고 점심 장사하고 나면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인데, 점심을 못 먹을 때도 있어요. 월, 수, 금엔 피자 도우까지 만들고 퇴근하니, 바쁜 날은 저녁 11시는 돼야 해요.

1인 식당을 운영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네요. 창업을 준비하면서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가요?

예상했던 거보다 훨씬 힘들어요(웃음). 여기보다 훨씬 큰 매장에서도 혼자 요리해봤는데, 홀을 관리해주는 사람이 있는 거랑 없는 것 차이가 정말 커요. 쓰레기통 차면 버려야 되고, 바닥 지저분하면 밀대로 밀어야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니까 규모는 작아도 훨씬 힘들어요.

바쁜 와중에도 손님 한 명 한 명을 기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예전에 저 혼자 와서 파스타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를 기억하고 계셔서 놀랐어요.

맞아요. 웬만하면 손님들 얼굴을 자주 보려고 해요. 밖에서 마주쳤을 때는 긴가민가해도 이 공간에 들어오시면 그때 장면이 기억나요. 신기하죠. 반응도 체크하고, 그분 취향이 어땠는지 조금이라도 머리에 담아 놓으려 해요.

주로 어떤 분들이 가게를 많이 찾으시나요?

처음 식당을 열 때는 관광객이 주요 타깃일 거로 생각했어요. 근데 장사를 시작하니 오히려 동네 분들이 주로 오세요. 제가 생각했던 거랑 완전 반대인 상황이죠. 남원이나 광주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평일 낮에는 곡성 주민분들이 오시는 편이에요.

곡성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녔고 지금도 부모님이 이곳에서 살고 계시니, 그런 기반도 좀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네. 저도 타지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이곳도 많이 바뀌었는데, 그래도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정말 큰 힘이 돼요. 제가 일일이 다 알지 못해도 단골 손님들이 좋은 소문도 많이 내주시고요.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소개를 받아) 오는 분들이 한 분 두 분 늘어나는 게, 무시 못 하겠더라고요. 모르는 사람들이면 조금 소홀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아는 분들이 오시니까 감히 소홀히 할 수가 없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과의 에피소드가 있나요?

아침 10시가 좀 넘었나, 할아버지 한 분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들어오셔서 피자 주문할 수 있는지 물으시는 거예요. 영업 전이라 조금 기다리셔야 한다니 알겠다 하시며, 댁에 계신 할머니한테 전화해서 ‘그때 먹었던 데 와서 피자 해가니까 집에 있으라’고 하시는 거예요. 피자 포장해드렸더니 자전거 뒤에 끈으로 묶어 가셨어요. 그런 풍경을 보면 제가 일류 셰프도 아니고 대단한 맛집도 아니지만, 정성스럽게 음식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생겨요. 그렇게 와주시는데 제가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되니까.

타지 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와야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고향에 대한 향수가 많이 있어서, 내려와서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스무 살 때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사람들이랑 부대껴 살며 이런저런 일 겪다 보니 회의가 많이 들었어요. 금전적인 걸 포기하면, 눈높이를 조금만 바꾸면,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쌓이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어떻게 양식당을 열게 되셨나요? 그전에 식당을 운영하거나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나요?

요리 시작하기 전에는 여러 분야에서 일을 했어요. 전라북도 익산에서 3, 4년 정도 회사 생활을 했는데, 그 기숙사 근처에 있던 레스토랑을 자주 갔어요. 퇴사하고 여행하다가 그 식당에 들렀는데, 사장님한테 일을 같이하면 좋겠다는 제의가 들어온 거죠. 원래 요리하려고 들어간 건 아니고 레스토랑이 있는 건물을 맡아서 관리하는 역할이었어요. 근데 레스토랑이 바빠지면서 어느 순간 피자 만들고, 파스타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식당 매니저로 시작했는데 요리까지 하셨다니, 원래도 요리 실력이 좋으셨나 봐요.

제가 좋아하는 요리가 있거든요? 스파이시 파스타라고, 그걸 제가 진짜 좋아해서 퇴근하기 전에 많이 해 먹었거든요. 그래서 그 요리를 제가 셰프님보다 능수능란하게, 잘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 주문이 들어오면 제가 요리를 하게 됐어요. 그러다 건강이 안 좋아져서 식당은 그만두고, 그때부터 요리 학원 다니면서 자격증 공부를 했어요.

익산 외에도 전주나 광주 등 도시에서 일하셨다고 들었어요. 곡성에서 개인 식당을 차릴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삼촌이 곡성에서 중국집을 하시는데, 저도 이제 요리를 하게 됐으니까 배워 두면 좋을 것 같아서 왔죠. 원래는 한 1년 정도하고 물려받기로 했는데, 장사가 잘되니까 삼촌도 조금만 더 하고 싶다고 하셔서 나왔어요. 그때 청년 창업*, 이게 나온 거예요. 그래서 시작할 수 있었죠. 늘 해볼까 생각만 하다가.

*곡성군 청년창업 지원사업: 곡성군에서는 만 18세 이상 만 39세 이하 청년의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을 위해 최대 1,5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사업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었나요?

제가 지원받을 때는 지원금이 1,000만 원이었는데, 주로 건물 개조하고 인테리어하는 데 사용했어요. 여기가 원래는 창고였는데 통으로 허물고 설계부터 한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는 다 제 손으로 했죠. 

인테리어 작업을 직접 하신 거예요?

네. 전문가가 해야 하는 바닥 시공이나 전기 작업 빼고는 거의 다 제가 했어요. 시골 살다 보면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많이 하잖아요. 그런 경험이 많이 도움 됐어요. 전문가보다 시간은 걸려도 세면대나 변기 설치 같은 건 어렵지 않거든요. 그래도 확실히 시간은 많이 걸렸어요. 두 달 반 정도 걸렸네요(웃음).

골목 끝에 화사한 화이트 톤의 가게가 있어 눈에 띄어요. 인테리어가 참 깔끔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장님 솜씨라니 놀라워요.

화이트 무드는 제가 원래 좋아하던 거라 처음부터 구상했어요. 그리고 곳곳에 나무로 포인트를 줬는데, 누나가 예전에 집 지으며 남은 토막들을 다 갖다 쓴 거예요. 기존에 있던 창문틀도 깨끗하게 닦아서 살리고요.

듣고 보니 곳곳의 디테일이 눈에 띄네요. 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움직이는 동선. 혼자 일하기 딱 좋은 주방이에요. 혼자 손님 상대해야 하니까 무조건 오픈형 주방으로 만들고, 싱크대는 안 보이는 게 좋아서 막아주고. 주방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으니 그걸 토대로 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또, 여기는 동네 분들이 많이 오시니까 ‘너 거기서 밥 먹었더라’ 이런 얘기를 듣는 경우가 많대요. 그래서 통유리창은 커튼으로 가렸어요.

‘봄파스타’라는 이름은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손님들이 진짜 많이 물어보시는 건데 거창한 건 없어요(웃음). 봄에 맞춰 오픈하려고 해서 그렇기도 하고, 여자친구를 봄에 만나서이기도 하고···. 또 혼자 하다 보면 바쁠 때는 음식이 늦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인테리어도 신경 써서 한 게, 그런 걸 보시라는 의미에서 ‘봄’이기도 해요. 그래서 영어 이름도 ‘Bom'이 아니라 ‘Borm’이고요.

파스타 2종, 피자 3종으로 비교적 단순하고 기본적인 메뉴를 운영하고 계세요. 이유가 있나요?

여기 환경이랑 규모를 생각한 거죠. 메뉴를 선정하는 원칙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었어요. 만약 도시에 있으면 조금 새롭게도 할 수 있었겠지만, 여기는 아무래도 인프라가 부족하니 가장 기본적인 걸 해야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파스타라고 하면 보통 크림과 토마토, 이렇게 나뉘잖아요. 피자도 가장 기본적인 것, 고르곤졸라, 마르게리타, 이렇게요. 버섯 피자는 고기를 안 좋아하시는 분들 때문에 넣은 거고요. 계절 메뉴 같은 걸 추가하려고 생각은 하는데, 현재로선 지금 메뉴가 최선이에요(웃음).

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지원사업 PT에서도 말했던 건데, 식당이란 맛이 가장 기본이지만 저는 청결, 위생이 좀 더 중요해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기본이 돼야지 뭐가 되거든요. 근데 그러기가 힘들죠. 막 여덟 시간, 열두 시간씩 일하면 힘드니까 ‘딱 한 번 눈 감아버리자’ 이렇게 돼요. 음식은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방 안도 청결해야 해요. 손도 진짜 자주 씻어야 하고, 앞치마도 매일 빨아야 하고. 이런 건 습관이 돼도 힘들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혼자의 힘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지금, 만족하시나요?

누가 시키는 걸 하는 게 아니라, 잘 되든 못 되든 제 의지로 주도적으로 해나가니 좋아요. 물론 손님들 반응은 무시 못 하지만요. 다행히 경제적인 것도 회사 다닐 때만큼 돼서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고요. 성수기가 지나고 좀 한가해지면 쉬는 날에 목공예나 죽공예를 좀 배워보고 싶었는데, 계속 바빠서 시도조차 못 하고 있네요. 아쉽지만 고마운 일이죠.

요즘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만약 그런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할 수 있다면요?

자본이 있다고 섣불리 시작하는 것보다는 관련 분야에서 먼저 일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경력이 짧으면 일을 많이 시키는 데로 가면 돼요. 몸이 고생 안 하고, 경험이 없으면 힘들어요. 사장이 가게에 소홀한 데를 찾아가면 좋아요(웃음). 내가 내 방식대로 운영해볼 수도 있으니까.

창업을 준비하고, 가게를 오픈하고, 운영해가는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배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나 자신을, 내 수준을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은 자기가 제일 잘 알잖아요. 내 수준을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지만, 너무 올려놓는 것도 안 되거든요. 자기 수준을 잘 찾아서 거기에 맞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잘 되는 경우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이 정도면 폐업해도 내가 감당할 수 있겠다, 그 정도 기준을 가지고 시작하면 혹 실패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죠.


인터뷰가 끝난 뒤 식당 곳곳에 시선이 갔다. 공간을 가꿔온 사람의 노력을 알고 다시 보니, 정갈하게 놓인 식기와 정돈된 테이블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영진 씨는 음식의 맛은 개인의 취향이나 경력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청결은 누구나 노력하기만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라 거듭 얘기했다. 비단 요리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이든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지켜가는 것, 그리고 그 기본을 다하기 위한 노력과 성실을 다하는 것.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지탱하는 힘은 다름 아닌 그 기본에서 나올 것이다.

곡성역에서 읍내로 들어서는 길, 경찰서사거리를 지나 중앙로를 걷다 보면 통유리창이 시원하게 난 하얀색 건물이 등장한다. ‘봄pasta’라는 간판에 한 번 더 시선을 두게 된다. 시골 읍내에 파스타 가게가 있을 거라 예상치 못했기에 깔끔한 인테리어와 귀여운 간판을 단 가게 앞을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손님을 맞이하는 것도, 피자와 파스타 요리를 직접 해 내놓는 것도 모두 한 사람의 몫. ‘곡성군 청년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2018년, <봄파스타>를 개점한 김영진 대표를 만났다. 주문부터 요리까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의 경쾌한 발걸음이 ‘봄’이라는 상호와 잘 어울렸다.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올해 서른여덟, 김영진입니다. 2018년 12월 ‘봄파스타’ 가게를 오픈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일과가 궁금합니다.

보통 7시 반 정도에 일어나요. 8시 정도에 출근해서 준비하고. 재료 같은 건 최대한 그날그날 하려고 해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신선하니까. 재료 손질하고 점심 장사하고 나면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인데, 점심을 못 먹을 때도 있어요. 월, 수, 금엔 피자 도우까지 만들고 퇴근하니, 바쁜 날은 저녁 11시는 돼야 해요.


1인 식당을 운영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네요. 창업을 준비하면서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가요?

예상했던 거보다 훨씬 힘들어요(웃음). 여기보다 훨씬 큰 매장에서도 혼자 요리해봤는데, 홀을 관리해주는 사람이 있는 거랑 없는 것 차이가 정말 커요. 쓰레기통 차면 버려야 되고, 바닥 지저분하면 밀대로 밀어야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니까 규모는 작아도 훨씬 힘들어요.


바쁜 와중에도 손님 한 명 한 명을 기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예전에 저 혼자 와서 파스타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를 기억하고 계셔서 놀랐어요.

맞아요. 웬만하면 손님들 얼굴을 자주 보려고 해요. 밖에서 마주쳤을 때는 긴가민가해도 이 공간에 들어오시면 그때 장면이 기억나요. 신기하죠. 반응도 체크하고, 그분 취향이 어땠는지 조금이라도 머리에 담아 놓으려 해요.


주로 어떤 분들이 가게를 많이 찾으시나요?

처음 식당을 열 때는 관광객이 주요 타깃일 거로 생각했어요. 근데 장사를 시작하니 오히려 동네 분들이 주로 오세요. 제가 생각했던 거랑 완전 반대인 상황이죠. 남원이나 광주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평일 낮에는 곡성 주민분들이 오시는 편이에요.


곡성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녔고 지금도 부모님이 이곳에서 살고 계시니, 그런 기반도 좀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네. 저도 타지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이곳도 많이 바뀌었는데, 그래도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정말 큰 힘이 돼요. 제가 일일이 다 알지 못해도 단골 손님들이 좋은 소문도 많이 내주시고요.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소개를 받아) 오는 분들이 한 분 두 분 늘어나는 게, 무시 못 하겠더라고요. 모르는 사람들이면 조금 소홀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아는 분들이 오시니까 감히 소홀히 할 수가 없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과의 에피소드가 있나요?

아침 10시가 좀 넘었나, 할아버지 한 분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들어오셔서 피자 주문할 수 있는지 물으시는 거예요. 영업 전이라 조금 기다리셔야 한다니 알겠다 하시며, 댁에 계신 할머니한테 전화해서 ‘그때 먹었던 데 와서 피자 해가니까 집에 있으라’고 하시는 거예요. 피자 포장해드렸더니 자전거 뒤에 끈으로 묶어 가셨어요. 그런 풍경을 보면 제가 일류 셰프도 아니고 대단한 맛집도 아니지만, 정성스럽게 음식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생겨요. 그렇게 와주시는데 제가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되니까.



타지 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와야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고향에 대한 향수가 많이 있어서, 내려와서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스무 살 때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사람들이랑 부대껴 살며 이런저런 일 겪다 보니 회의가 많이 들었어요. 금전적인 걸 포기하면, 눈높이를 조금만 바꾸면,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쌓이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어떻게 양식당을 열게 되셨나요? 그전에 식당을 운영하거나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나요?

요리 시작하기 전에는 여러 분야에서 일을 했어요. 전라북도 익산에서 3, 4년 정도 회사 생활을 했는데, 그 기숙사 근처에 있던 레스토랑을 자주 갔어요. 퇴사하고 여행하다가 그 식당에 들렀는데, 사장님한테 일을 같이하면 좋겠다는 제의가 들어온 거죠. 원래 요리하려고 들어간 건 아니고 레스토랑이 있는 건물을 맡아서 관리하는 역할이었어요. 근데 레스토랑이 바빠지면서 어느 순간 피자 만들고, 파스타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식당 매니저로 시작했는데 요리까지 하셨다니, 원래도 요리 실력이 좋으셨나 봐요.

제가 좋아하는 요리가 있거든요? 스파이시 파스타라고, 그걸 제가 진짜 좋아해서 퇴근하기 전에 많이 해 먹었거든요. 그래서 그 요리를 제가 셰프님보다 능수능란하게, 잘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 주문이 들어오면 제가 요리를 하게 됐어요. 그러다 건강이 안 좋아져서 식당은 그만두고, 그때부터 요리 학원 다니면서 자격증 공부를 했어요.



익산 외에도 전주나 광주 등 도시에서 일하셨다고 들었어요. 곡성에서 개인 식당을 차릴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삼촌이 곡성에서 중국집을 하시는데, 저도 이제 요리를 하게 됐으니까 배워 두면 좋을 것 같아서 왔죠. 원래는 한 1년 정도하고 물려받기로 했는데, 장사가 잘되니까 삼촌도 조금만 더 하고 싶다고 하셔서 나왔어요. 그때 청년 창업*, 이게 나온 거예요. 그래서 시작할 수 있었죠. 늘 해볼까 생각만 하다가.

*곡성군 청년창업 지원사업: 곡성군에서는 만 18세 이상 만 39세 이하 청년의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을 위해 최대 1,5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사업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었나요?

제가 지원받을 때는 지원금이 1,000만 원이었는데, 주로 건물 개조하고 인테리어하는 데 사용했어요. 여기가 원래는 창고였는데 통으로 허물고 설계부터 한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는 다 제 손으로 했죠. 


인테리어 작업을 직접 하신 거예요?

네. 전문가가 해야 하는 바닥 시공이나 전기 작업 빼고는 거의 다 제가 했어요. 시골 살다 보면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많이 하잖아요. 그런 경험이 많이 도움 됐어요. 전문가보다 시간은 걸려도 세면대나 변기 설치 같은 건 어렵지 않거든요. 그래도 확실히 시간은 많이 걸렸어요. 두 달 반 정도 걸렸네요(웃음).


골목 끝에 화사한 화이트 톤의 가게가 있어 눈에 띄어요. 인테리어가 참 깔끔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장님 솜씨라니 놀라워요.

화이트 무드는 제가 원래 좋아하던 거라 처음부터 구상했어요. 그리고 곳곳에 나무로 포인트를 줬는데, 누나가 예전에 집 지으며 남은 토막들을 다 갖다 쓴 거예요. 기존에 있던 창문틀도 깨끗하게 닦아서 살리고요.

듣고 보니 곳곳의 디테일이 눈에 띄네요. 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움직이는 동선. 혼자 일하기 딱 좋은 주방이에요. 혼자 손님 상대해야 하니까 무조건 오픈형 주방으로 만들고, 싱크대는 안 보이는 게 좋아서 막아주고. 주방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으니 그걸 토대로 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또, 여기는 동네 분들이 많이 오시니까 ‘너 거기서 밥 먹었더라’ 이런 얘기를 듣는 경우가 많대요. 그래서 통유리창은 커튼으로 가렸어요.



‘봄파스타’라는 이름은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손님들이 진짜 많이 물어보시는 건데 거창한 건 없어요(웃음). 봄에 맞춰 오픈하려고 해서 그렇기도 하고, 여자친구를 봄에 만나서이기도 하고···. 또 혼자 하다 보면 바쁠 때는 음식이 늦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인테리어도 신경 써서 한 게, 그런 걸 보시라는 의미에서 ‘봄’이기도 해요. 그래서 영어 이름도 ‘Bom'이 아니라 ‘Borm’이고요.


파스타 2종, 피자 3종으로 비교적 단순하고 기본적인 메뉴를 운영하고 계세요. 이유가 있나요?

여기 환경이랑 규모를 생각한 거죠. 메뉴를 선정하는 원칙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었어요. 만약 도시에 있으면 조금 새롭게도 할 수 있었겠지만, 여기는 아무래도 인프라가 부족하니 가장 기본적인 걸 해야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파스타라고 하면 보통 크림과 토마토, 이렇게 나뉘잖아요. 피자도 가장 기본적인 것, 고르곤졸라, 마르게리타, 이렇게요. 버섯 피자는 고기를 안 좋아하시는 분들 때문에 넣은 거고요. 계절 메뉴 같은 걸 추가하려고 생각은 하는데, 현재로선 지금 메뉴가 최선이에요(웃음).


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지원사업 PT에서도 말했던 건데, 식당이란 맛이 가장 기본이지만 저는 청결, 위생이 좀 더 중요해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기본이 돼야지 뭐가 되거든요. 근데 그러기가 힘들죠. 막 여덟 시간, 열두 시간씩 일하면 힘드니까 ‘딱 한 번 눈 감아버리자’ 이렇게 돼요. 음식은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방 안도 청결해야 해요. 손도 진짜 자주 씻어야 하고, 앞치마도 매일 빨아야 하고. 이런 건 습관이 돼도 힘들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혼자의 힘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지금, 만족하시나요?

누가 시키는 걸 하는 게 아니라, 잘 되든 못 되든 제 의지로 주도적으로 해나가니 좋아요. 물론 손님들 반응은 무시 못 하지만요. 다행히 경제적인 것도 회사 다닐 때만큼 돼서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고요. 성수기가 지나고 좀 한가해지면 쉬는 날에 목공예나 죽공예를 좀 배워보고 싶었는데, 계속 바빠서 시도조차 못 하고 있네요. 아쉽지만 고마운 일이죠.


요즘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만약 그런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할 수 있다면요?

자본이 있다고 섣불리 시작하는 것보다는 관련 분야에서 먼저 일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경력이 짧으면 일을 많이 시키는 데로 가면 돼요. 몸이 고생 안 하고, 경험이 없으면 힘들어요. 사장이 가게에 소홀한 데를 찾아가면 좋아요(웃음). 내가 내 방식대로 운영해볼 수도 있으니까.


창업을 준비하고, 가게를 오픈하고, 운영해가는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배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나 자신을, 내 수준을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은 자기가 제일 잘 알잖아요. 내 수준을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지만, 너무 올려놓는 것도 안 되거든요. 자기 수준을 잘 찾아서 거기에 맞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잘 되는 경우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이 정도면 폐업해도 내가 감당할 수 있겠다, 그 정도 기준을 가지고 시작하면 혹 실패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죠.



인터뷰가 끝난 뒤 식당 곳곳에 시선이 갔다. 공간을 가꿔온 사람의 노력을 알고 다시 보니, 정갈하게 놓인 식기와 정돈된 테이블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영진 씨는 음식의 맛은 개인의 취향이나 경력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청결은 누구나 노력하기만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라 거듭 얘기했다. 비단 요리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이든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지켜가는 것, 그리고 그 기본을 다하기 위한 노력과 성실을 다하는 것.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지탱하는 힘은 다름 아닌 그 기본에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