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평화를 지키는 것은

사실 어려워

기획 연재: 사랑과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1

에디터 제소윤

일러스트레이터 이소정

기획 연재: 사랑과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1

사랑과 평화를 지키는 것은

사실 어려워

에디터 제소윤

일러스트레이터 이소정



"곡성으로 이사 온 지 이제 두 달,
귀촌 새내기의 
사랑과 평화를 지키는 일은 어렵다."


간밤에 보일러가 자꾸만 꺼졌다. 전기장판에 의지해 잠들었다가 싸늘한 공기 때문에 새벽에 눈을 번쩍 떴다. 도시가스가 아니라 기름보일러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도시가스를 쓰는 생활이 익숙해, 기름을 얼마나 썼는지 제때 체크를 안 했던 것이다. 전기장판 온도를 올리고 무지한 나 자신을 잠깐 저주한 뒤 다시 이불에 파묻혀 잠을 청했다. 출근길에 주유소에 들러 난방 등유를 주문하고 나니, 시골집에 사는 건 도시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룸의 생김새야 거기서 거기지만, 집에서 나와 직장으로 출근하고 퇴근하여 누리는 일상 하나하나는 분명 차이가 있다. 곡성으로 이사 온 지 이제 두 달, 귀촌 새내기의 사랑과 평화를 지키는 일은 어렵다.

KTX로 두 시간 반이면 가는 거리, 무려 5G 시대에 택배를 시키면 어디든 총알같이 달려오고, 그리 넓지도 않은 같은 대한민국 땅인데, 뭐 그리 멀리 이사를 했다고 거창하게 사랑과 평화 타령을 하나 싶다. 70년대 록 밴드 이름도 아니고. 그렇지만 나는 내게 허락된 이 지면을 빌려 나의 ‘사랑과 평화’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이때의 사랑과 평화란 내가 가꿔온 ‘어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사랑이고, 사소한 습관과 규칙적인 일상이 가져다주던 평화를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이곳, 전라남도 곡성군으로 이사 오면서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나는 이제 의식주를 해결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친구들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고, 취향을 소비하는 방식 하나하나까지 나의 삶을 새롭게 찾아 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사랑과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는 귀촌 새내기인 내가 곡성 생활에 적응하며 나만의 ‘사랑과 평화’를 찾아 나가는 이야기가 되겠다.

도시의 사랑··· 그리고 평화···. 

이사 오기 전 나는 서울에서 5년 정도 살았다. 광역시에서 태어나 지방 도시에서 대학을 마친 내게 서울 생활은 언젠가부터 동경의 대상이 됐다. 코딱지만 한 자취방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일은 힘에 부쳤지만 크고 높고 빠른 대도시의 삶이 내게 묘한 위안을 주었다. 으리으리하고 번쩍번쩍한 도심을 두리번거리며 걷는 것도 좋았고, 도심에서 살짝 벗어나 소위 ‘힙한’ 동네를 구경하고 걷고 돌아다니는 것도 좋았다. 집 밖을 나서면 늘어서 있는 카페와 맛집들, 잘 관리된 녹지와 공원,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 나를 모르고 나도 그들을 모르고, 맛집 웨이팅 줄에 서서 잠깐씩 어깨를 스치면 그뿐인 도시의 삶이 참으로 간편했다. 허세인가? 허세라도 좋았다. 대도시의 1인 가구, 세대주는 나. 거기에 맞춰 지난 5년간의 일상은 하나의 패턴이 됐다.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과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모든 시간에는 나만의 규칙이 있었고, 그게 지켜질 때 평화로웠고, 그 평화를 사랑했다.

귀촌한 뒤,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러나 귀촌을 선택한 뒤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는 것까지, 만나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점심시간 고를 수 있는 메뉴의 가짓수와 후식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페의 개수가, 퇴근 후에 할 수 있는 일과 도전해볼 수 있는 취미 생활이, 정말로, 다르다. 집 밖을 나서면 밥집, 카페, 편의점, 세탁소,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 도서관, 마트, 공원 등등에 걸어서 충분히 다다를 수 있었던 서울의 날들은 안녕. 수능 치고 나서 바로 운전면허를 따라는 다수의 조언은 왜 귀담아듣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직장인의 삶이란 어디든 비슷비슷한 법이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은 거기서 뭐 하고 노느냐 묻지만, 주5일 ‘나인투식스’ 직장인의 삶은 서울이나 곡성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퇴근하면 저녁밥 지어 먹고 설거지하고 집 좀 치우다가 넷플릭스 보며 잠들기… 앞으로 이런 일상이 영원히 반복되면 어쩌지? 안정감과 함께 위기감이 찾아오니 하고 싶은 게 생각났다. 편하게 할 수 있을 때 미뤄둔 것이 후회됐다. 사놓고 몇 번 찍고 만 필름카메라를 좀 더 열심히 찍어볼걸, 더 많이 걷고 운동할걸, 주말에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만나 책이라도 한 권 읽을걸, 그렇게 배우고 싶었는데 기타 클래스에 한번은 등록해 볼걸.

귀촌한 또래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나는 사무실 사람들에게도 이런 고충을 털어놨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 레저센터에서 군민을 대상으로 강좌를 열지만, 오후에 열리는 경우가 많다. 헬스장은 없고, 수영장은 언제 개장하는지…. 
  •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귀촌을 택했지만 가족과 친구들은 대부분 도시에 살고 있어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으니까. 
  • 생활 정보들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어렵다. 인터넷에 검색하는 것이 편한데, 여기서는 이곳 사정에 밝은 사람을 통해 얻는 정보가 더 많은 것 같다. 
  • 책을 읽고 싶은데 서점이 없고, 도서관은 규모가 작아서 읽고 싶은 책이 별로 없다. 
  • 그리고…

사랑과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어떤 것은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것은 꽤 도전해볼 만하다. 어쩌면 나보다 먼저 귀촌한 경험자는 이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은 이번에도 통할 것이다.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있을 것이고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 직장 동료들, 이웃들과 함께 해결할 수도 있겠다.

앞으로 한 달에 하나씩, 한 개의 불만 사항을 해결해보는 것이 목표다. 한 달의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고, 의외로 손쉽게 해결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다가 나와 같은 고민에 부딪힌 사람이 있다면, 혹은 함께 머리 맞대고 해결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언제든 의견을 주시라! 나는 이 모든 새로운 만남에 손을 뻗어 기꺼이 연결되어, 사랑과 평화를 향해 도전할 것이다.

귀촌 새내기의 곡성 적응기는 이제 시작이다!


"곡성으로 이사 온 지 이제 두 달,
귀촌 새내기의 사랑과 평화를 지키는 일은 어렵다."


간밤에 보일러가 자꾸만 꺼졌다. 전기장판에 의지해 잠들었다가 싸늘한 공기 때문에 새벽에 눈을 번쩍 떴다. 도시가스가 아니라 기름보일러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도시가스를 쓰는 생활이 익숙해, 기름을 얼마나 썼는지 제때 체크를 안 했던 것이다. 전기장판 온도를 올리고 무지한 나 자신을 잠깐 저주한 뒤 다시 이불에 파묻혀 잠을 청했다. 출근길에 주유소에 들러 난방 등유를 주문하고 나니, 시골집에 사는 건 도시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룸의 생김새야 거기서 거기지만, 집에서 나와 직장으로 출근하고 퇴근하여 누리는 일상 하나하나는 분명 차이가 있다. 곡성으로 이사 온 지 이제 두 달, 귀촌 새내기의 사랑과 평화를 지키는 일은 어렵다.



KTX로 두 시간 반이면 가는 거리, 무려 5G 시대에 택배를 시키면 어디든 총알같이 달려오고, 그리 넓지도 않은 같은 대한민국 땅인데, 뭐 그리 멀리 이사를 했다고 거창하게 사랑과 평화 타령을 하나 싶다. 70년대 록 밴드 이름도 아니고. 그렇지만 나는 내게 허락된 이 지면을 빌려 나의 ‘사랑과 평화’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이때의 사랑과 평화란 내가 가꿔온 ‘어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사랑이고, 사소한 습관과 규칙적인 일상이 가져다주던 평화를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이곳, 전라남도 곡성군으로 이사 오면서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나는 이제 의식주를 해결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친구들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고, 취향을 소비하는 방식 하나하나까지 나의 삶을 새롭게 찾아 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사랑과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는 귀촌 새내기인 내가 곡성 생활에 적응하며 나만의 ‘사랑과 평화’를 찾아 나가는 이야기가 되겠다.



도시의 사랑···그리고 평화···. 

이사 오기 전 나는 서울에서 5년 정도 살았다. 광역시에서 태어나 지방 도시에서 대학을 마친 내게 서울 생활은 언젠가부터 동경의 대상이 됐다. 코딱지만 한 자취방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일은 힘에 부쳤지만 크고 높고 빠른 대도시의 삶이 내게 묘한 위안을 주었다. 으리으리하고 번쩍번쩍한 도심을 두리번거리며 걷는 것도 좋았고, 도심에서 살짝 벗어나 소위 ‘힙한’ 동네를 구경하고 걷고 돌아다니는 것도 좋았다. 집 밖을 나서면 늘어서 있는 카페와 맛집들, 잘 관리된 녹지와 공원,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 나를 모르고 나도 그들을 모르고, 맛집 웨이팅 줄에 서서 잠깐씩 어깨를 스치면 그뿐인 도시의 삶이 참으로 간편했다. 허세인가? 허세라도 좋았다. 대도시의 1인 가구, 세대주는 나. 거기에 맞춰 지난 5년간의 일상은 하나의 패턴이 됐다.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과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모든 시간에는 나만의 규칙이 있었고, 그게 지켜질 때 평화로웠고, 그 평화를 사랑했다.





귀촌한 뒤,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러나 귀촌을 선택한 뒤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는 것까지, 만나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점심시간 고를 수 있는 메뉴의 가짓수와 후식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페의 개수가, 퇴근 후에 할 수 있는 일과 도전해볼 수 있는 취미 생활이, 정말로, 다르다. 집 밖을 나서면 밥집, 카페, 편의점, 세탁소,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 도서관, 마트, 공원 등등에 걸어서 충분히 다다를 수 있었던 서울의 날들은 안녕. 수능 치고 나서 바로 운전면허를 따라는 다수의 조언은 왜 귀담아듣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직장인의 삶이란 어디든 비슷비슷한 법이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은 거기서 뭐 하고 노느냐 묻지만, 주5일 ‘나인투식스’ 직장인의 삶은 서울이나 곡성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퇴근하면 저녁밥 지어 먹고 설거지하고 집 좀 치우다가 넷플릭스 보며 잠들기… 앞으로 이런 일상이 영원히 반복되면 어쩌지? 안정감과 함께 위기감이 찾아오니 하고 싶은 게 생각났다. 편하게 할 수 있을 때 미뤄둔 것이 후회됐다. 사놓고 몇 번 찍고 만 필름카메라를 좀 더 열심히 찍어볼걸, 더 많이 걷고 운동할걸, 주말에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만나 책이라도 한 권 읽을걸, 그렇게 배우고 싶었는데 기타 클래스에 한번은 등록해 볼걸.


귀촌한 또래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나는 사무실 사람들에게도 이런 고충을 털어놨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 레저센터에서 군민을 대상으로 강좌를 열지만, 오후에 열리는 경우가 많다. 헬스장은 없고, 수영장은 언제 개장하는지…. 
  •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귀촌을 택했지만 가족과 친구들은 대부분 도시에 살고 있어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으니까. 
  • 생활 정보들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어렵다. 인터넷에 검색하는 것이 편한데, 여기서는 이곳 사정에 밝은 사람을 통해 얻는 정보가 더 많은 것 같다. 
  • 책을 읽고 싶은데 서점이 없고, 도서관은 규모가 작아서 읽고 싶은 책이 별로 없다. 
  • 그리고… 


사랑과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어떤 것은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것은 꽤 도전해볼 만하다. 어쩌면 나보다 먼저 귀촌한 경험자는 이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은 이번에도 통할 것이다.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있을 것이고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 직장 동료들, 이웃들과 함께 할 수도 있겠다.


앞으로 한 달에 하나씩, 한 개의 불만 사항을 해결해보는 것이 목표다. 한 달의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고, 의외로 손쉽게 해결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다가 나와 같은 고민에 부딪힌 사람이 있다면, 혹은 함께 머리 맞대고 해결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언제든 의견을 주시라! 나는 이 모든 새로운 만남에 손을 뻗어 기꺼이 연결되어, 사랑과 평화를 향해 도전할 것이다. 


귀촌 새내기의 곡성 적응기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