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인터뷰 #1

한솥밥을 지어 먹으며 식구가 된다

: 청년 셰어하우스 3인방 인터뷰

에디터 제소윤

포토그래퍼 송광호


볕이 좋은 어느 주말 오후, 곡성 읍내의 청년 셰어하우스를 찾았다. 올해 1월부터 살기 시작한 새집이라 꼭 집들이를 온 듯, 문을 두드리니 주인 세 사람이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신짱, 우주, 신령. 도시에서 나고 자란 세 사람은 작년 9월, 처음 곡성으로 내려왔다. ‘환장할 청춘작당’ 프로젝트는 도시 청년의 100일 살이를 지원하면서, 정착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마을 사업장과의 다양한 협업 기회를 제공한다.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서른 명의 청년이 곡성에 머물렀고 삼분의 일 정도가 곡성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그중 오늘 만난 세 사람도 마찬가지. 서울에서 온 신지원, 인천에서 온 조수진, 부산에서 온 김소민은 이제 곡성에서 스스로 지어준 이름인 신짱, 우주, 신령으로 살아간다. 불리던 이름만큼이나 달라진 삶을, 또 함께 발맞춰 살아가는 셰어하우스의 일상을 물었다. 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신짱의 샐러드 파스타와 신령이 직접 내린 커피가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신짱 신짱입니다. 서울에서 왔고 글을 씁니다. 극작가지만 생계를 위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썼어요. 여기서도 글 쓰는 일을 찾고 있고, 충실하게 놀기도 하는 중입니다.   

신령 저는 부산에서 온 신령이고요. 곡성에 살아보니 이때까지 제가 가졌던 관심사와 잘 맞물리는 것 같아서 지역 거점 커뮤니티나 도시 공간 기획 분야에서 일하거나 공부를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주 저는 인천에서 왔고요. 대학교 졸업하고, 취업 준비하고 여행도 하며 살다가 왔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더 살아보고 싶다,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청춘작당 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어요.

청춘작당에 참여하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나요?

우주 저는 경험해보려고요. 시험 끝나면 해야지, 나중에 취업하면 해야지, 이러면서 미룬 게 너무 많다 보니 어느 순간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제가 자연도 좋아하고, 놀러 가는 것도 좋아하는데 마침 지인이 청춘작당 모집 광고를 보고 저한테 맞을 것 같다며 추천을 해줬어요. 

신령 저도 졸업을 하고, 취업할지 공부를 계속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던 시기였어요. 지인이 청춘작당을 소개해줬는데 그땐 이걸 어떻게 하냐며 넘겼어요. 그러다 불현듯 생각나서 다시 검색해보니 마감이 이틀 남았더라고요. 갑자기 생각이 났던 것도 그렇고, 지금 안 하면 언제 또 해보겠나 싶어서 그냥 지원서를 썼어요. 

신짱 지금 생각하면 저는 좀 도망치고 싶었어요. 너무 욕심부려서 일하느라 잠도 못 자고…. 그러다가 작년 1월에 사기를 당해서 500만 원을 떼인 거예요. 그러고 나니 허망한 것에 욕심내며 살았구나 싶더라고요. 5, 6년 일만 했는데 남는 건 아무것도 없고, 사람이 남았다고 하기엔 또 애매하고. 그래서 저에게서 도망가고 싶었어요. 매일 바쁘기만 하던 나와 좀 다르게. 그래서 멀리 왔어요. 서울에서 멀리.

지금 우리가 아는 신짱이랑 정말 다르네요. 여기서 신짱은 주말마다 등산 팸도 꾸리고, 나서서 놀자고 먼저 말하는 사람이니까요.

신짱 완전 달라요.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싫지는 않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좋았고 필요했어요. 열 시 땡 하면 갖은 핑계를 대고 집에 가는 사람이 저였어요.

우주 지금은 혼자인 시간이 거의 없어 보이는데 괜찮아요?

신짱 네, 너무 좋아요. 이게 원래 나 같아.

세 분 모두 처음부터 여기에 정착할 생각으로 온 것은 아니었네요. 그럼 100일을 사는 동안 정착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신령 처음 올 때는 너무 싫은 기억만 만들지 말자고 왔는데… 여차저차하다가 남았네요? 

신짱 여차저차가 맞는 것 같아요. 계획한 건 아니고, 이래저래 하니까 여기 있네? (웃음)  

신령 사실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어학연수 때문에 9개월간 외국에 있었는데, 그때가 완벽한 독립이었어요. 저만의 라이프스타일을 A부터 Z까지 재편성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어요. 혼자 사는 게 행복했고, 그렇게 살아야 행복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신짱 제가 여기 있는 동안에 아빠가 너무 힘들어하셔서, 저는 100일 끝나면 집에 가려고 했어요. 근데 여기 사람들이 너무 좋은 거야. 아직 이별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싶었어요. 남은 건 천 퍼센트, 사람들 때문에.

그렇지만 100일의 인연 때문에 삶의 터전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은 결정 같아요. 하던 일도, 살던 곳도 모두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거니까요.

신짱 일단 사람들이 좋으니까 더 살아보자는 마음을 먹었는데, 전 어딜 가든 굶지는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그래서 생계 걱정은 딱히 안 했고,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해결해나가는 중이에요.  

신령 여기서 다른 사람들과 한집에 사는 게 신기해요. 늘 혼자 살고 싶다는 욕망이 컸는데, 같이 살아도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요.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싶고.

가족이 아닌 타인과 같이 살아도 괜찮다는 걸 확인한 거네요. 흔히 룸메이트가 되면 다시는 안 보거나 평생 가거나 둘 중 하나라던데. 신짱과 우주가 좋은 룸메이트인가 봐요.

신짱 잘 해주나 봐 우리가~ (웃음). 

신령 맞아요.

두 사람과 달리 우주는 3개월이라는 기간을 정하고 남은 거잖아요. 남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고, 떠날 기간을 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우주 100일이 행복해서 더 있고 싶었어요. 식비도 제공해주고, 잠잘 곳도 제공해주고, 주변에는 가족 같은 이웃이 널려있으니 솔직히 스트레스받을 상황이 없잖아요. 일하면서 지원도 받으니 어떻게 보면 명분도 있었죠. 근데 더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당장 생계 걱정이 됐어요. 그때 신령이 조언해주기를 어차피 돌아가서도 취업 준비할 거면 독립해서 돈 벌면서 하라며…(웃음). 

신령 제가 한 말이지만 정말 맞는 말 같아요. 

우주 응. 그래서 남았는데, 홀린 건가? 아무튼 좋은 기회가 생겨서 3개월 정도 일할 수 있게 됐어요. 명확한 계획이 지금은 없으니, 계속 머무르는 건 어려운 것 같고요.

청춘작당 100일 동안 강빛마을 펜션에서 살다가 읍내로 이사 왔어요. 달라진 게 있나요?

신짱 함께 사는 사람은 같지만, 확실히 달라졌어요. 강빛마을은 마치 꿈속 같았는데 여기는 확 현실이 됐어요.

신령 강빛마을 살 때는 지원을 다 해주시니까 물 쓰고, 보일러 온도 올리고, 쓰레기봉투 사고… 그런 거에 대한 고민이나 합의가 없어도 괜찮았어요. 이제는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얘기를 해야 하죠.

도시에서 시골로 와서 느끼는 불편한 점은 없나요? 

신령 뭘 잘 안 해서 딱히 없어요. 저는 밤늦게 나가서 술 마실 곳이 필요한 사람도 아니고, 뭐가 있어도 안 누리던 사람이라서. 또 읍내로 오니까 부산에 있을 때보다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게 더 편해요. 

우주 곡성에 오고 나니 지역의 즐길 거리가 되게 많구나, 알게 됐어요. 도시에 살 땐 몰랐어요. 관심이 없었죠.  

신짱 아까 열 시 땡 하면 집에 갔다고 했는데, 사실 새벽 3~4시까지 매일 술 먹었어요(웃음). 근데 여기는 11시 되면 자야 하고, 집에 가야 하는 분위기라 좀 답답하긴 해요. 저 항상 심야 버스 타고 다니던 사람이라.

신령 나는 그게 편하다. 제안 자체가 없고 나는 그걸 쳐내느라 힘든 사람이었기 때문에.

신령님은 2018년부터 동물성 식품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비건(Vegan, 채식주의자) 생활을 하고 계신 거로 알고 있어요. 곡성에서 비건으로 사는 건 불편하지 않나요? 서울처럼 비건 식당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신령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은 것에 대해 딱히 불만은 없어요. 제가 화를 내면 뭐가 바뀌나요? 거기에 에너지를 쓸 바에 어짜겠노, 하고 그냥 지내요. 먹고 싶은 건 요리를 해요. 강빛마을에서는 많이 해 먹었는데 읍내로 오니까 안 하게 되네요.

그럼 어떻게 드세요? 

신짱 신령 밥을 잘 안 먹어요! 

우주 채식 라면 같은 거 먹고. 감자튀김도 비건이에요! 

신령 몸에 안 좋은 비건 음식도 많아요(웃음).

최근에 신짱님이랑 마주쳤을 때 했던 대화가 기억나요. 어디 다녀오는 길이냐 물어보니 도서관에서 비건 레시피 찾아보고 오는 길이라고 했죠. 그게 인상 깊었어요. 신짱님은 비건이 아닌데도 직접 레시피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신령 저도 그 얘기 듣고 정말 감동했어요. 신짱은 강빛마을 있을 때부터 저 고려해서 재료 고르고, 음식도 고민해서 맛있게 해줘요.

신짱 재밌어서 하는 거예요, 재밌어서. 제가 원래 야채나 채소를 진짜 안 먹거든요. 나도 맛있게 먹으면 좋고, 비건들도 맛있게 같이 먹으면 좋으니까 재밌어서 하는 거예요. 

신령 사실 신짱처럼 해주기 쉽지 않아요. 저는 인프라가 부족한 것보다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이 힘들어요. 여기 청춘작당은 비건 집단이 아니고 비건을 선택한 사람은 소수인데, 저의 존재를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분위기가 처음부터 있었어요. 그게 되게 좋았어요.

저도 청춘작당 친구들 덕분에 비건 요리를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어서 놀랐어요. 모두가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좋았고요. 

신짱 비건 문화를 모를 때는 선입견이 있기도 하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잖아요. 청춘작당에는 비건 실천하는 친구들이 두세 명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나서서 먼저 요리를 해줬어요. 

우주 비건도, 비건 아닌 사람도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지 않고 잘 어울렸던 거 같아요. 자연스럽게 음식으로 보여주고, 궁금한 건 물어보고 알려주고.

누군가를 만나면 반드시 무언가를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신령과 신짱 덕분에 비건 식사를 경험해본 것도 그 문화를 배우게 된 셈이죠. 이 사람을 만나서, 이 사람과 살면서 영향을 받거나 배운 것이 또 있나요?

신짱 저에게는 비건이 혁명이었어요. 저는 스팸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그게 없으면 밥을 안 먹을 정도였어요. 근데 여기 와서 내가 좋은 것들로 차려서 밥을 먹게 된 거예요. 그게 혁명이었어요.

우주 다 같이 어울려 살려면 서로 양보해야 하는 것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는데 사람들이 먼저 스스럼없이 배려해줘서 고마웠어요. 진짜 가족처럼 먼저 베풀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도 하게 되고.

신령 여기는 사람을 일로 만난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본인이 살아온 얘기나 여기서 느끼는 것들, 그런 얘기들을 굳이 꾸미거나 계산하지 않아도 할 수 있었어요.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니까 관계 때문에 소모되는 일도 잘 없어요. 그래서 저는 모두에게 배워요.

셰어하우스에서 함께 사는 건 어때요? 서로가 소중해서 남은 만큼 즐겁게 지내고 있나요. 

신령 두 분은 확실히 즐거워 보여요. 어느 날은 신짱과 우주가 한 시간 반 넘게 투닥거리며 싸우는 거예요. 우주가 춤춘걸 신짱이 촬영했는데 그걸 단톡방에 뿌리겠다, 뿌리지 말아라… 

신짱 우주가 제가 제일 아끼던 부들부들 바지를 찢었어요!

우주 아니, 저는 심지어 제 방에 있는데 그 바지를 입고 와서 난리를 치다가 찢어지는 소리가 난 거예요. 찢어진 것도 아니고 실밥 뜯어지는 소리였어요. 지금도 잘 입잖아요. 그러면 찢어진 게 아니지 않아요? 근데 부들부들 바지를 찢었다고… 부들부들…. 

신짱 부들부들 떨었어, 내가. 

신령 귀에 부들부들 딱지가… 부들부들. 

우주 신령이 판사 역할을 해주다가 나중에는 신령도 화가 나서…. 부들부들.

즐거운 거… 맞죠? 뭐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아요. 

신령 저희가 1월에 이사한 후로 손님이 거의 매일 왔어요. 매번 다른 손님들이. 혼자 있는 시간은 알아서 확보해야 해요. 

신짱 두 달 동안 혼자 방을 쓴 게 한 4일…?

신령 카페를 가든지, 밖으로 도망가야 해요(웃음).

함께 즐기고 싶은 취미 생활이 있나요? 강빛마을에서는 신짱님이 일주일마다 한 번씩 독서 모임을 열었죠. 

신짱 네, 완전 있어요. 등산과 볼링 좋고, 또 요새 포커에 빠졌어요. 우주랑 읍내 밤 산책도 자주 해요. 읍내 가는 길 천변을 걷거나 작은영화관 쪽으로 걷거나.  

우주 수정 원석 모으는 거 좋아해요. 명상을 좋아하는데, 원석이 명상에 도움 되거든요. 또 오일 파스텔로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요. 

신령 저는 커피 좋아하고 카페 공간도 좋아하고. 요즘은 굳이 순천, 광주에 있는 카페들을 찾아다녀요. 여기서만 누릴 수 있는 취미에요. 돈 쓰기도 좋고.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신짱 청춘작당 커뮤니티의 다른 팀원들과 영상 작업을 할 것 같아요. 우리가 머리채 잡고 싸우지 않는 이상 일 년은 같이 하지 않을까(웃음)? 그리고 저는 공연이 잡혀야 글을 쓰는 아주 수동적인 사람이지만 자발적으로 글을 한번 써볼까 싶어요. 우리끼리 사진집을 한번 만들어 보려고요. 

우주 저는 3월 중순까지 일하고, 3월 말에 친구랑 발리로 한 달 정도 여행을 가요. 거기서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천천히 생각해보려고요.

신령 저는 저 자신을 돌아봤을 때,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고 소외된 사람들 아우를 수 있는 커뮤니티 활동에 항상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분야에서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부족하다면 어떤 공부를 더 할까, 그런 밑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것 같네요.

신령님이 그리는 커뮤니티는 지금 청춘작당을 통해 이어가고 있는 마을 공동체와 비슷한가요? 

신령 네 맞아요. 근데 지역 커뮤니티라는 게 보통 청년들 위주더라고요. 그게 에너제틱하고 좋지만, 청년이 아니라도 다양한 연령대나 집단을 아우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런 저의 시선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이쪽으로 공부를 더 해보지 않을까. 

그럼 5년 뒤에도 곡성에 머무를 수 있을까요?  

신령 저는 아닙니다. 어디 갔다가 돌아올 수는 있겠다. 떠나도 다시 돌아올 걸 염두에 둘 거에요. 

신짱 저는 어디든 있을 수 있거든요? 다만 이곳에 머무를 때의 의미를 내가 찾아갈 수 있느냐,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의미를 찾는다면 5년이건, 50년이건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금 진부하지만... 나에게 곡성이란? 이유는 묻지 않을래요. 

우주 제2의 고향.

신령 신령의 산.

신짱 한솥밥.


볕이 좋은 어느 주말 오후, 곡성 읍내의 청년 셰어하우스를 찾았다. 올해 1월부터 살기 시작한 새집이라 꼭 집들이를 온 듯, 문을 두드리니 주인 세 사람이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신짱, 우주, 신령. 도시에서 나고 자란 세 사람은 작년 9월, 처음 곡성으로 내려왔다. ‘환장할 청춘작당’ 프로젝트는 도시 청년의 100일 살이를 지원하면서, 정착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마을 사업장과의 다양한 협업 기회를 제공한다.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서른 명의 청년이 곡성에 머물렀고 삼분의 일 정도가 곡성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그중 오늘 만난 세 사람도 마찬가지. 서울에서 온 신지원, 인천에서 온 조수진, 부산에서 온 김소민은 이제 곡성에서 스스로 지어준 이름인 신짱, 우주, 신령으로 살아간다. 불리던 이름만큼이나 달라진 삶을, 또 함께 발맞춰 살아가는 셰어하우스의 일상을 물었다. 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신짱의 샐러드 파스타와 신령이 직접 내린 커피가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신짱 신짱입니다. 서울에서 왔고 글을 씁니다. 극작가지만 생계를 위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썼어요. 여기서도 글 쓰는 일을 찾고 있고, 충실하게 놀기도 하는 중입니다.   

신령 저는 부산에서 온 신령이고요. 곡성에 살아보니 이때까지 제가 가졌던 관심사와 잘 맞물리는 것 같아서 지역 거점 커뮤니티나 도시 공간 기획 분야에서 일하거나 공부를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주 저는 인천에서 왔고요. 대학교 졸업하고, 취업 준비하고 여행도 하며 살다가 왔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더 살아보고 싶다,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청춘작당 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어요. 


청춘작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나요?

우주 저는 경험해보려고요. 시험 끝나면 해야지, 나중에 취업하면 해야지, 이러면서 미룬 게 너무 많다 보니 어느 순간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제가 자연도 좋아하고, 놀러 가는 것도 좋아하는데 마침 지인이 청춘작당 모집 광고를 보고 저한테 맞을 것 같다며 추천을 해줬어요. 

신령 저도 졸업을 하고, 취업할지 공부를 계속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던 시기였어요. 지인이 청춘작당을 소개해줬는데 그땐 이걸 어떻게 하냐며 넘겼어요. 그러다 불현듯 생각나서 다시 검색해보니 마감이 이틀 남았더라고요. 갑자기 생각이 났던 것도 그렇고, 지금 안 하면 언제 또 해보겠나 싶어서 그냥 지원서를 썼어요. 

신짱 지금 생각하면 저는 좀 도망치고 싶었어요. 너무 욕심부려서 일하느라 잠도 못 자고…. 그러다가 작년 1월에 사기를 당해서 500만 원을 떼인 거예요. 그러고 나니 허망한 것에 욕심내며 살았구나 싶더라고요. 5, 6년 일만 했는데 남는 건 아무것도 없고, 사람이 남았다고 하기엔 또 애매하고. 그래서 저에게서 도망가고 싶었어요. 매일 바쁘기만 하던 나와 좀 다르게. 그래서 멀리 왔어요. 서울에서 멀리. 


지금 우리가 아는 신짱이랑 정말 다르네요. 여기서 신짱은 주말마다 등산 팸도 꾸리고, 나서서 놀자고 먼저 말하는 사람이니까요.

신짱 완전 달라요.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싫지는 않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좋았고 필요했어요. 열 시 땡 하면 갖은 핑계를 대고 집에 가는 사람이 저였어요.

우주 지금은 혼자인 시간이 거의 없어 보이는데 괜찮아요?

신짱 네, 너무 좋아요. 이게 원래 나 같아.



세 분 모두 처음부터 여기에 정착할 생각으로 온 것은 아니었네요. 그럼 100일을 사는 동안 정착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신령 처음 올 때는 너무 싫은 기억만 만들지 말자고 왔는데… 여차저차하다가 남았네요? 

신짱 여차저차가 맞는 것 같아요. 계획한 건 아니고, 이래저래 하니까 여기 있네? (웃음)  

신령 사실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어학연수 때문에 9개월간 외국에 있었는데, 그때가 완벽한 독립이었어요. 저만의 라이프스타일을 A부터 Z까지 재편성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어요. 혼자 사는 게 행복했고, 그렇게 살아야 행복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신짱 제가 여기 있는 동안에 아빠가 너무 힘들어하셔서, 저는 100일 끝나면 집에 가려고 했어요. 근데 여기 사람들이 너무 좋은 거야. 아직 이별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싶었어요. 남은 건 천 퍼센트, 사람들 때문에. 


그렇지만 100일의 인연 때문에 삶의 터전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은 결정 같아요. 하던 일도, 살던 곳도 모두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거니까요.

신짱 일단 사람들이 좋으니까 더 살아보자는 마음을 먹었는데, 전 어딜 가든 굶지는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그래서 생계 걱정은 딱히 안 했고,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해결해나가는 중이에요.  

신령 여기서 다른 사람들과 한집에 사는 게 신기해요. 늘 혼자 살고 싶다는 욕망이 컸는데, 같이 살아도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요.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싶고. 


가족이 아닌 타인과 같이 살아도 괜찮다는 걸 확인한 거네요. 흔히 룸메이트가 되면 다시는 안 보거나 평생 가거나 둘 중 하나라던데. 신짱과 우주가 좋은 룸메이트인가 봐요.

신짱 잘 해주나 봐 우리가~ (웃음). 

신령 맞아요.


두 사람과 달리 우주는 3개월이라는 기간을 정하고 남은 거잖아요. 남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고, 떠날 기간을 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우주 100일이 행복해서 더 있고 싶었어요. 식비도 제공해주고, 잠잘 곳도 제공해주고, 주변에는 가족 같은 이웃이 널려있으니 솔직히 스트레스받을 상황이 없잖아요. 일하면서 지원도 받으니 어떻게 보면 명분도 있었죠. 근데 더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당장 생계 걱정이 됐어요. 그때 신령이 조언해주기를 어차피 돌아가서도 취업 준비할 거면 독립해서 돈 벌면서 하라며…(웃음). 

신령 제가 한 말이지만 정말 맞는 말 같아요. 

우주 응. 그래서 남았는데, 홀린 건가? 아무튼 좋은 기회가 생겨서 3개월 정도 일할 수 있게 됐어요. 명확한 계획이 지금은 없으니, 계속 머무르는 건 어려운 것 같고요. 



청춘작당 100일 동안 강빛마을 펜션에서 살다가 읍내로 이사 왔어요. 달라진 게 있나요?

신짱 함께 사는 사람은 같지만, 확실히 달라졌어요. 강빛마을은 마치 꿈속 같았는데 여기는 확 현실이 됐어요.

신령 강빛마을 살 때는 지원을 다 해주시니까 물 쓰고, 보일러 온도 올리고, 쓰레기봉투 사고… 그런 거에 대한 고민이나 합의가 없어도 괜찮았어요. 이제는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얘기를 해야 하죠.


도시에서 시골로 와서 느끼는 불편한 점은 없나요? 

신령 뭘 잘 안 해서 딱히 없어요. 저는 밤늦게 나가서 술 마실 곳이 필요한 사람도 아니고, 뭐가 있어도 안 누리던 사람이라서. 또 읍내로 오니까 부산에 있을 때보다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게 더 편해요. 

우주 곡성에 오고 나니 지역의 즐길 거리가 되게 많구나, 알게 됐어요. 도시에 살 땐 몰랐어요. 관심이 없었죠.  

신짱 아까 열 시 땡 하면 집에 갔다고 했는데, 사실 새벽 3~4시까지 매일 술 먹었어요(웃음). 근데 여기는 11시 되면 자야 하고, 집에 가야 하는 분위기라 좀 답답하긴 해요. 저 항상 심야 버스 타고 다니던 사람이라.

신령 나는 그게 편하다. 제안 자체가 없고 나는 그걸 쳐내느라 힘든 사람이었기 때문에. 


신령님은 2018년부터 동물성 식품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비건(Vegan, 채식주의자) 생활을 하고 계신 거로 알고 있어요. 곡성에서 비건으로 사는 건 불편하지 않나요? 서울처럼 비건 식당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신령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은 것에 대해 딱히 불만은 없어요. 제가 화를 내면 뭐가 바뀌나요? 거기에 에너지를 쓸 바에 어짜겠노, 하고 그냥 지내요. 먹고 싶은 건 요리를 해요. 강빛마을에서는 많이 해 먹었는데 읍내로 오니까 안 하게 되네요.


그럼 어떻게 드세요? 

신짱 신령 밥을 잘 안 먹어요! 

우주 채식 라면 같은 거 먹고. 감자튀김도 비건이에요! 

신령 몸에 안 좋은 비건 음식도 많아요(웃음).



최근에 신짱님이랑 마주쳤을 때 했던 대화가 기억나요. 어디 다녀오는 길이냐 물어보니 도서관에서 비건 레시피 찾아보고 오는 길이라고 했죠. 그게 인상 깊었어요. 신짱님은 비건이 아닌데도 직접 레시피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신령 저도 그 얘기 듣고 정말 감동했어요. 신짱은 강빛마을 있을 때부터 저 고려해서 재료 고르고, 음식도 고민해서 맛있게 해줘요.

신짱 재밌어서 하는 거예요, 재밌어서. 제가 원래 야채나 채소를 진짜 안 먹거든요. 나도 맛있게 먹으면 좋고, 비건들도 맛있게 같이 먹으면 좋으니까 재밌어서 하는 거예요. 

신령 사실 신짱처럼 해주기 쉽지 않아요. 저는 인프라가 부족한 것보다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이 힘들어요. 여기 청춘작당은 비건 집단이 아니고 비건을 선택한 사람은 소수인데, 저의 존재를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분위기가 처음부터 있었어요. 그게 되게 좋았어요. 


저도 청춘작당 친구들 덕분에 비건 요리를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어서 놀랐어요. 모두가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좋았고요. 

신짱 비건 문화를 모를 때는 선입견이 있기도 하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잖아요. 청춘작당에는 비건 실천하는 친구들이 두세 명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나서서 먼저 요리를 해줬어요. 

우주 비건도, 비건 아닌 사람도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지 않고 잘 어울렸던 거 같아요. 자연스럽게 음식으로 보여주고, 궁금한 건 물어보고 알려주고.



누군가를 만나면 반드시 무언가를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신령과 신짱 덕분에 비건 식사를 경험해본 것도 그 문화를 배우게 된 셈이죠. 이 사람을 만나서, 이 사람과 살면서 영향을 받거나 배운 것이 또 있나요?

신짱 저에게는 비건이 혁명이었어요. 저는 스팸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그게 없으면 밥을 안 먹을 정도였어요. 근데 여기 와서 내가 좋은 것들로 차려서 밥을 먹게 된 거예요. 그게 혁명이었어요.

우주 다 같이 어울려 살려면 서로 양보해야 하는 것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는데 사람들이 먼저 스스럼없이 배려해줘서 고마웠어요. 진짜 가족처럼 먼저 베풀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도 하게 되고.

신령 여기는 사람을 일로 만난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본인이 살아온 얘기나 여기서 느끼는 것들, 그런 얘기들을 굳이 꾸미거나 계산하지 않아도 할 수 있었어요.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니까 관계 때문에 소모되는 일도 잘 없어요. 그래서 저는 모두에게 배워요. 



셰어하우스에서 함께 사는 건 어때요? 서로가 소중해서 남은 만큼 즐겁게 지내고 있나요. 

신령 두 분은 확실히 즐거워 보여요. 어느 날은 신짱과 우주가 한 시간 반 넘게 투닥거리며 싸우는 거예요. 우주가 춤춘걸 신짱이 촬영했는데 그걸 단톡방에 뿌리겠다, 뿌리지 말아라… 

신짱 우주가 제가 제일 아끼던 부들부들 바지를 찢었어요!

우주 아니, 저는 심지어 제 방에 있는데 그 바지를 입고 와서 난리를 치다가 찢어지는 소리가 난 거예요. 찢어진 것도 아니고 실밥 뜯어지는 소리였어요. 지금도 잘 입잖아요. 그러면 찢어진 게 아니지 않아요? 근데 부들부들 바지를 찢었다고… 부들부들…. 

신짱 부들부들 떨었어, 내가. 

신령 귀에 부들부들 딱지가… 부들부들. 

우주 신령이 판사 역할을 해주다가 나중에는 신령도 화가 나서…. 부들부들. 


즐거운 거… 맞죠? 뭐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아요. 

신령 저희가 1월에 이사한 후로 손님이 거의 매일 왔어요. 매번 다른 손님들이. 혼자 있는 시간은 알아서 확보해야 해요. 

신짱 두 달 동안 혼자 방을 쓴 게 한 4일…?

신령 카페를 가든지, 밖으로 도망가야 해요(웃음).



함께 즐기고 싶은 취미 생활이 있나요? 강빛마을에서는 신짱님이 일주일마다 한 번씩 독서 모임을 열었죠. 

신짱 네, 완전 있어요. 등산과 볼링 좋고, 또 요새 포커에 빠졌어요. 우주랑 읍내 밤 산책도 자주 해요. 읍내 가는 길 천변을 걷거나 작은영화관 쪽으로 걷거나.  

우주 수정 원석 모으는 거 좋아해요. 명상을 좋아하는데, 원석이 명상에 도움 되거든요. 또 오일 파스텔로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요. 

신령 저는 커피 좋아하고 카페 공간도 좋아하고. 요즘은 굳이 순천, 광주에 있는 카페들을 찾아다녀요. 여기서만 누릴 수 있는 취미에요. 돈 쓰기도 좋고.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신짱 청춘작당 커뮤니티의 다른 팀원들과 영상 작업을 할 것 같아요. 우리가 머리채 잡고 싸우지 않는 이상 일 년은 같이 하지 않을까(웃음)? 그리고 저는 공연이 잡혀야 글을 쓰는 아주 수동적인 사람이지만 자발적으로 글을 한번 써볼까 싶어요. 우리끼리 사진집을 한번 만들어 보려고요. 

우주 저는 3월 중순까지 일하고, 3월 말에 친구랑 발리로 한 달 정도 여행을 가요. 거기서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천천히 생각해보려고요.

신령 저는 저 자신을 돌아봤을 때,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고 소외된 사람들 아우를 수 있는 커뮤니티 활동에 항상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분야에서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부족하다면 어떤 공부를 더 할까, 그런 밑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것 같네요.


신령님이 그리는 커뮤니티는 지금 청춘작당을 통해 이어가고 있는 마을 공동체와 비슷한가요? 

신령 네 맞아요. 근데 지역 커뮤니티라는 게 보통 청년들 위주더라고요. 그게 에너제틱하고 좋지만, 청년이 아니라도 다양한 연령대나 집단을 아우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런 저의 시선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이쪽으로 공부를 더 해보지 않을까. 


그럼 5년 뒤에도 곡성에 머무를 수 있을까요?  

신령 저는 아닙니다. 어디 갔다가 돌아올 수는 있겠다. 떠나도 다시 돌아올 걸 염두에 둘 거에요. 

신짱 저는 어디든 있을 수 있거든요? 다만 이곳에 머무를 때의 의미를 내가 찾아갈 수 있느냐,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의미를 찾는다면 5년이건, 50년이건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금 진부하지만... 나에게 곡성이란? 이유는 묻지 않을래요.  

우주 제2의 고향.

신령 신령의 산.

신짱 한솥밥.



곡성이란, 한솥밥. 그러니까 낯선 타인과 만나 함께 둥지를 꾸리고, 한솥밥을 지어 먹으며 가족이 되어가는 곳이라는 뜻일테다. 기꺼이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 여유와 공간이 있는 곳이라 말해도 좋겠다. 1년 뒤는 어떨지, 또 5년 뒤는 어떨지 알 수 없지만,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한 끼의 레시피를 찾는 정성이라면 흩어져도 마냥 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한솥밥을 지어 먹으며 식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