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를 통해 오가는 정은 까치에게도 해당한다.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못 따는 감은 까치밥으로 놔두고, 까치에게 주자며 일부러 남겨 놓기도 한다. 까치에게도 감나무는 정이 가득 매달린 나무다. 가끔 감나무에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오기도 한다. 바로 고라니와 멧돼지이다. 달큰하게 맛이 든 감은 우리의 입맛만이 아닌 고라니와 멧돼지의 입맛도 사로잡나보다. 야생동물들로 인해 감 농사를 짓는 농가는 곤란하기도 하다.
감나무에 감을 따지 않고 놔두면 가을 햇빛에 푹 익어 홍시가 된다. 감나무에 달린 주홍빛 홍시를 볼 때면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오른다. 할머니는 치아가 약해서 부드러운 음식만 드실 수 있었다. 그런 할머니에게 말랑한 홍시는 참 좋은 간식이었다. 감나무가 없는 집에 사는 할머니를 위해 홍시가 익을 때가 되면 특별히 색이 고운 홍시를 골라서 보내드리곤 했다. 이제는 보낼 곳 없는 홍시를 보며 그리움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