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01. 어제, 그리고 오늘

손지현씨의 어제, 그리고 오늘

#1년차 창업인  #지역에 새로움을 더하다

에디터 나이사, 이든

포토그래퍼 제리


손지현씨의 어제, 그리고 오늘  

#1년차 창업인  #지역에 새로움을 더하다

에디터 나이사, 이든

포토그래퍼 이제리

2019년도에 곡성으로 와서, 올해 마을살이연구소를 열게 된 손지현씨.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는 그녀. 아름다운 곡성의 자연 속에서 친환경을 추구하는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가게의 문을 열자 손지현 씨의 밝은 미소가 취재진을 맞이했다. 손지현 씨, 일명 디디씨는 청춘작당의 100일 살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곡성에 정착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100일을 살며 경험한 곡성이 좋았고 함께 한 사람들이 좋아서 친구들과 이곳에서 더 놀며 지내보자는 마음으로 남았다. 놀듯이 지내며 곡성과 친해진 그녀는 올해 들어 지역과 상생하며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렇게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창업하여 지금의 마을살이연구소를 꾸렸다.

손지현씨의 하루


AM 오전PM 오후
00-01:00수면12-13:00주 1일 : 제월섬 트리클라이밍 인턴과정 참여

주 1-2일 : 생태교육 등 교육워크숍 출장

주 1-2일 : 매장 정리 및 제품 준비 등 마을살이연구소 업무

주 1-2일 : 자체 휴식일 및 기타일정

01-02:0013-14:00
02-03:0014-15:00
03-04:0015-16:00
04-05:0016-17:00
05-06:0017-18:00

마을살이연구소 밀린 업무 처리. 

다음날 일정 체크.

06-07:0018-19:0018시15분 신풍행 버스를 타고 집으로 이동.
07-08:00

7시 기상 

밀린 설거지와 간단한 청소를 한다. 

우쿨렐레 연주 5분. 

19-20:00

약 19시 집 도착. 

오자마자 가방과 옷을 집어 던지고 쌩뚱맞은 다른 곳을 청소한다. 

밥 먹어야지 생각하고 침대에 눕는다. 온수보일러를 켠다.

08-09:00

8시 17분에 화양마을 앞으로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읍내로 이동.

약 9시 황소방앗간 앞에서 하차.

20-21:00

건강을 위해 간신히 저녁먹기. 

막상 차리면 잘 차려먹는다. 

설거지를 미루고 넷플릭스를 본다.

09-10:00

마을살이연구소 출근. 

전날 급하게 나가느라 못한 주변 정리. 

따뜻한 물을 끓이고 개인 컴퓨터 시간. 

보통 휴대폰 사진 정리를 한다. 

음악틀고 멍때리기.

21-22:00

샤워.

머리말리며 누워있기.

10-11:00

스케줄러를 확인하고 해야할 일들을 체크.

친환경 기념품 기획 및 포장. 가게 제품들의 재고 및 주문 확인.

22-23:00

우쿨렐레 연주 10분. 

내일 입을 옷과 짐 등 여유있는 아침을 위한 준비. 

취침시간은 유동적이다. 

11-12:00
*이후 시간의 주간 일정은 유동적임.
23-24:00 수면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아침에 일어나면 공복에 유산균을 따뜻한 물과 섭취해요. 아침의 미지근한 물 한 잔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요.


직장과 집이 꽤 멀리 떨어져 있는데, 출퇴근은 어떻게 하시나요?

출근은 버스를 타고 해요. 원래 운전에 관심이 없었고 버스 타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운전면허도 없어요. 지금 사는 곳은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이 가능해요.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는 오전 8시 17분 차를 타고 출근해서 오후 6시 15분 차를 타고 퇴근해요. 버스 덕에 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일이 힘든 적은 없으신가요?

시골에서 버스를 타는 게 쉽지 않아서 자주 놓치곤 해요. 시골 버스는 시간표를 보고 계산을 해야 해요. 예를 들어 버스가 특정 지역에서 2시에 출발하는데 거기서 내가 사는 곳까지 20분 정도 소요되니까 2시 20분쯤 오겠다고 예상하는 식이에요. 이렇게 계산해도 틀릴 때가 있어서 사실 오늘도 버스를 놓쳤어요. 한 번 놓치면 2시간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다음 정류장까지 걸어가기도 해요. 오늘은 다행히 30분 뒤에 버스가 있었어요. 

 

버스 타는 일이 쉽지 않아도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하며 생각이 조금 바뀌고 있어요. 막차가 6시 15분이라서 가게를 정리하고 집에 가기에 빠듯해요. 회사에서 퇴근하고 오는 손님도 분명 있을 텐데 그런 손님을 받을 수 없으니 아쉬워요. 또한 운행하는 버스의 수가 적어서 배차간격이 넓고 버스로 갈 수 있는 지역이 제한적이에요. 그래서 요즘 자가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일단 올해 면허를 따보려고요. 

마을살이연구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마을살이연구소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시각의 변화와 지역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었는데 곡성에 와서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었어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과 공동체적인 생활에서 의미를 느꼈고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며 나도 무언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환경 이슈에 관심이 있어 지역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인 개념을 인식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래서 환경 관련 워크숍을 열기도 하고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또한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개하거나 지역 기반 브랜드의 제품을 소개하는 등 지속 가능한 지역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어요.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는 언제인가요?

지역 상품을 소개하며 곡성의 특산품인 멜론을 판매했어요. 때마침 추석이 다가와서 선물용으로 많이 팔렸어요. 가게를 여름부터 준비해서 본격적으로 운영을 한 지는 두 달 정도 되었는데 그중 가장 바쁜 시기였죠.

트리클라이밍 교육은 언제부터 받으셨나요?

작년 겨울부터 트리클라이밍 교육을 받고 있어요. 기초 단계 수업을 듣고 올해 초에 퍼실리테이터 과정을 들었어요. 지금은 주강사님과 함께 초등 대상의 트리클라이밍 수업 진행을 돕는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초등학교에 직접 가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제월섬이나 읍내의 꿈놀자 드림센터에서 수업이 진행돼요. 나무를 오르는 체험 수업이다보니 수업 전 트리클라이밍 장치들을 설치하는 사전설치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트리클라이밍을 배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계기는 별다른 게 없어요. 그저 재미있어 보이고 생소해서 시도했어요. 작년에 처음으로 트리클라이밍에 대한 걸 들어보고 관련 교육 과정이 열린다기에 ‘나무 한 번 올라볼까? 자격증도 준다는데?’라는 생각으로 신청했어요. 막상 참여해 보니 트리클라이밍은 무척 넓은 개념이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생태교육의 일환이면서 수목 관리 등 나무와 관련된 다양한 것들이 연결되어 있어요. 나무를 오르기 전에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무의 상태를 파악해야 하거든요. 관심있던 환경 문제와도 연관이 되어서 더 빠져들었어요. 아직 병아리 단계라 설명이 어렵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출퇴근길에 한산한 버스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사색에 잠긴 채 섬진강을 바라보는 시간을 좋아해요. 요즘에는 리듬감 있는 인디음악을 주로 들어요. 버스를 타고 집에서 읍내까지는 30~40분이 걸리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가요. 버스 안 어르신들을 보다 보면 듣고 있는 노래와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을 발견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노인의 세계와 젊은이의 세계가 분리되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걸 느껴요.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도 좋아해요. 길 양쪽으로 논과 밭이 펼쳐져 있고 집들은 저 멀리 있어요. 눈을 돌리는 곳마다 산이 있고 하늘이 있어요. 지금은 겨울이라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집으로 돌아오지만, 여름까지는 퇴근 시간마다 노을을 볼 수 있었어요. 버스를 타고 오다 보면 점점 형광빛으로 하늘이 물드는 게 보여요. 버스에서 내리면 노을이 절정에 이르죠. 원래 하늘을 잘 안 보는 편이었는데 곡성에 와서 처음으로 하늘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거의 매일 하늘 사진을 찍을 정도예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걷다 보면 모든 게 뜻대로 되지는 않지만 이곳에 있어 스스로가 유의미한 존재라고 느껴져요.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퇴근 후 시간은 혼자만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한동안은 퇴근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저녁 시간에 무언가 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주로 청소를 하고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봐요. 영화는 진지한 마음으로 집중해서 봐야 한다는 이상한 압박감이 있어서 자주 못 봐요. 

 

그리고 샤워를 하고 깨끗하고 보송한 기분으로 침대에 누울 때 피로가 풀려요. 가벼운 골반교정 스트레칭을 한 날에는 더욱 그래요. 매일은 아니지만 자기 전에 일기를 써요. 하루 동안 떠올린 다양한 생각을 정리하거나 풀리지 않는 갑갑한 감정을 편안한 상태에서 적어 내려가다 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요.

틈날 때 하는 취미생활이 있으신가요?

곡성에 와서 본가에 있던 우쿨렐레를 가져왔어요. 그전에는 잡는 법만 알고 연주하지는 않았어요. 곡 연주를 연습하려면 한 시간 정도는 무조건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부담스러웠거든요. 어느 날 자기 전에 갑자기 우쿨렐레 생각이 나서 한 번 연주해봤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았어요. 그 뒤로 잠들기 전이나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5~10분 정도 우쿨렐레를 연주해요. 이렇게 일주일 동안 연습하면 한 곡을 연주할 수 있어요. 기타처럼 음을 다 잡을 필요가 없이 노래를 부르며 멜로디만 연주하면 되니 비교적 배우기 쉬워요. 유튜브에서 운지법을 배우면 돼요. 노래하면서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지역에서 창업하려는 청년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지역에서 창업하려면 창업하고 싶은 분야에서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지역을 아는 것도 중요해요. 지역의 상황은 어떠한지, 지역에 어떤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지, 지역 주민들이 실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해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민들과 교류가 필요해요. 작년과 본격적으로 주민들과 교류를 시작한 올해의 곡성은 달랐어요. 청년층에게 익숙하지 않은 가치관이나 개념을 가진 분들도 많았어요. 이런 분위기를 읽으려면 확실히 지역민과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고 그게 좋다고 생각해요.

친환경 제품과 지역의 상품을 만날 수 있는 작은 가게. 작지만 알차게 꾸려진 가게 안에는 손지현 씨의 열정이 가득했다. 지역과 활발히 교류하며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청년 창업인의 꿈이 담긴 공간이 곡성에 가져올 변화는 어떤 모습일까?

nongdam@farmnd.co.kr 

농담은 곡성군과 팜앤디 협동조합이 함께 만듭니다. 

농담은 곡성군과 팜앤디가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