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곡성에 온 것도 거창한 포부나 대단한 계획 때문이
아니었어요. 코로나 시기에 활동할 수 있는 곳을 찾다 곡성을
알게 됐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곳에서 딱 1년만 살아보자는
마음이었죠.
처음엔 그저 평범한 귀촌 생활자였어요. 그러다 지역 아이들을 위한 양질의 교육이 많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자녀 교육 때문에 도시로 이주를 고민하는 학부모님들의 목소리를
자주 접하면서요. 그래서 거창한 학원이 아니라, 아이들과 영어 그림책을 읽고 오감으로 노는 작은 모임부터 발을 뗐어요.
지역에 깊이 스며들고 싶어 어린이도서관, 곡성교육문화회관
같은 지역 기관과도 부지런히 손을 잡았고요.
그 시간을 지나며 느낀 건, 시골의 여유로운 풍경만 보고 오면
초반에 크게 방황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지역은 도시처럼
인프라가 촘촘하지 않아서, 내가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고립되기 쉽거든요. 특히 '느리지만 단단한 지역만의 룰'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해요. 도시의 속도로 조급해하기보다,
이웃들과 눈 맞추고 인사하며 서서히 신뢰를 쌓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그 신뢰만 쌓이면, 지역 분들은 그 어떤 대도시
사람들보다 든든하고 따뜻한 '단골이자 지원군'이 되어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