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28

곡성의 작은도서관에
청년들이 찾아온 이유

길작은도서관과 함께 성장해 온
예림 씨를 만나다

나무, 민조

 2025. 04. 28

곡성의 작은도서관에 청년들이 찾아온 이유

길작은도서관과 함께 성장해 온 예림 씨를 만나다

나무, 민조

곡성 읍내에서 곡성천을 따라 차로 20분 달리면 나오는 작은 마을. 평범한 시골 마을인 입면 서봉마을에는 할머니부터 청년들, 아이들까지 함께하는 작지만 특별한 도서관이 하나 있다. 바로 길작은도서관이다. 길작은도서관은 11년 전인 2004년, 책을 좋아하는 김선자 관장이 밤늦게까지 갈 곳 없이 길에서 노는 동네 아이들을 위해 교회 사택에 작게 꾸린 도서관으로 시작했다. 2009년부터는 마을 할머니들을 위한 한글 교실을 열어 할머니들과 2016년부터 시집과 동화책을 냈고, 이 과정을 담은 <시인할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만들어졌다. 


2017년에는 청년들이 길작은도서관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김선자 관장의 딸이자 길작은도서관에서 자란 아이 중 한 명인 예림 씨가 대학 친구들을 모아 마을에 벽화를 그리면서 시작된 인연이다. 그렇게 모인 청년들은 2020년에 ‘덕스텝 협동조합’을 만들어 웹툰, 음악 등의 문화예술 콘텐츠와 아이들 교육 사업을 위주로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길작은도서관은 작은 방에서 시작해 지금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당, 책과 굿즈샵이 있는 본관, 부엌과 웹툰 교육실이 갖춰진 별관, 카페까지 다양한 공간들로 이루어져있다. 길작은도서관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도서관과 함께 성장한 예림씨는 도시로 떠나는 대신 오히려 친구들을 곡성으로 데려와 길작은도서관에서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예림씨가 길작은도서관에 머무는 이유는 뭘까? 길작은도서관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고, 지금은 덕스텝협동조합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예림 씨를 만나보았다.


어린 시절 길작은도서관에서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궁금해요!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낡은 도서관이 생각나요. 도서관 시설이 정말 안 좋았는데도 마을에 있는 아이들이 아지트처럼 여기고 자주 와서 늦은 시간까지 같이 놀았어요. 도서관이 생기기 전에는 아이들이 갈 데가 없다 보니까 마을 회관에 가거나 정자 밑에서 놀았었거든요. 그리고 2009년에 관장님이 옆 마을인 금산마을에서 한글 학습반을 열었을 때 아주 연로하신 할머니가 계셨어요. 등이 기역 자로 굽으신 할머니였는데, 그분이 가방을 가지고 지팡이를 들고 한글을 공부하러 가셨었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씩 공부하러 왔다 갔다 하실 때 같이 가면서 가방을 들어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의 예림 씨에게 길작은도서관은 어떤 공간인가요?

'내 집 같다'라는 느낌이 변함없는 것 같아요. 집이 가진 공간적인 의미를 넘어서 정신적인 의미로 보호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요. 관장님께서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잘 만들어 주셨어요. 그게 여기에 온 청년들에게도 ‘아이들한테 집 같은 공간을 만들어 주자’라는 생각으로 계속 이어져 오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보호받으며 활동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어릴 때랑 다르다고 느껴지는 점도 있을까요?

시설입니다. (웃음) 저희 관장님이랑 목사님이 진짜 하나 하나, 한 땀 한 땀 노력해서 만든 것들이거든요. 그래서 그냥 전보다 도서관 시설이 좋아졌다는 걸 넘어서 ‘이게 진짜 역사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엄청 큰 것 같습니다.

도시로 가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곡성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게 인상 깊었어요. 어떻게 길작은도서관에서 대학 친구들과 활동하게 되었나요?

저는 대학교를 광주로 갔었는데, 주말에는 길작은도서관으로 와서 아이들이랑 같이 프로그램을 했어요. 그렇게 곡성과 광주를 오가며 지내다가 기존에 있던 마을 벽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직접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다니던 미대 동기와 선배들한테 혹시 벽화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좋다고 하더라고요. 벽화를 그리러 온 청년들이 본격적으로 여기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건 할머니들이랑 인생 자서전 그림책이라는 걸 만들면서부터예요.

할머니들에게 그냥 “인생 이야기 들려주세요.” 하면 쭉 들려주시는 게 아니고 모른다고 하세요. 그래서 하나하나 다 여쭤봐야 했어요. 농사는 뭐 하시는지, 자녀는 몇 분 있고 어떻게 낳았는지 물어보면 그때야 하나씩 이야기를 해 주세요. 근데 이렇게 질문하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사실 청년들이 요즘 고민이 엄청 많잖아요. 지금 경제나 취업 문제를 다룰 때도 청년들이 살기 힘든 시대다 이런 식으로 많이 얘기하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발전은 많이 했지만, 청년이 취업하고 살아가기 힘들다 보니 우울한 사람들도 많고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고요.


그럴 때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제 윗세대의 윗세대이시니까 할머니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아 이런 삶도 있구나’, ‘이게 진짜 고생이구나’, ‘불평 불만만 하고 있기에는 너무 죄송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늙으면 끝이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분들이 어렸을 때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오셔서 ‘나는 배워서 좋다, 감사하다’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같이 있었던 사람들끼리 왜 살아야 하는지, 사는 것이 왜 가치가 있는지, 진짜 가치란 무엇인지 그때를 계기로 많이 고민을 했어요. 사실 여기 왔다는 것 자체가 돈만 보고 있지는 않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좀 더 가치 있게 살 수 있을까 얘기 하다가 여기에서 다음 세대를 잘 길러보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특히 관심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마을 행사, 파자마 파티, 웹툰 수업, 인스타툰까지… 길작은도서관의 청년들이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랑을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어서인 것 같아요. 청년들이 사회에서 병들어 여기 왔다가 목사님, 관장님이 주신 사랑으로 치유를 받고, 나도 저렇게 사랑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걸 실천하는 과정이에요.  아이들에게 그런 기억이 되고 싶어요. 삶을 돌아봤을 때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기억. 세상에 나가서 어려운 상황을 만나더라도 ‘누군가는 나를 사랑하고 지지를 해줬지’라는 기억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이랑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활동들도 최대한 지원하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마을 문화예술행사 ‘서봉오리’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랑 같이 만드는 거니까요. 가치를 만들고, 문화를 만들고, 지역을 만들어가는 걸 느끼고 있어요. 행사 때 부스도 아이들이랑 같이 짜요. 음식 메뉴도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걸로 구성하고, 마을에 할머니들이 많으시니까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는 것도 넣어서 하고 있어요. 아이들과 부스 준비, 판매, 뒷정리도 같이하고 뒤풀이에서는 수익금으로 고기를 사먹기도 했어요. 작년에는 사정상 못 했는데 아이들이 많이 서운해하더라고요.


곡성이라는 지역에서 콘텐츠 제작, 예술교육, 웹툰 등 문화 활동을 기획한다는 게 의미 있어 보여요.

저희는 사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청년 때 할 수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봐도 잘 안될 거 같아 보이고, 청년들만 시도할 수 있는 영역인 것 같기도 해요. 또 문화 활동이라는 게 교육이랑 떨어질 수가 없어요. 문화 활동이 아이들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더 나아가서 곡성에 사는 청년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 훨씬 좋죠. 그런데 아직 거기까지는 갈 길이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어요. 


길작은도서관이 청년과 청소년을 비롯한 지역 사람들에게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나요?

아이들을 키우는 공간인 동시에, 청년들을 치유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마음이 아픈 청년들이 많은데 이곳에서 머물며 나아지는 경우를 종종 봤거든요. 요즘 사회는 누군가를 참아주거나 기다려주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아프고 힘든 사람을 고쳐주거나 곁에 있어주는 대신, 그냥 멀어지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청년들 옆에서 함께 견뎌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길작은도서관이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그렇게 곁을 지켜주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건강하게 사회로 돌아가는 청년들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길작은도서관과 덕스텝협동조합이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보나요?

결국엔 사람을 위한 공동체다 보니까 어디로 갈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작년이랑 올해가 분기점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큰 아이들이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들어오고 있는 시기거든요. 저희가 활동한 지 6년이 넘었는데 그때 처음 봤었던 아이들이 지금 대학교 1학년이 됐어요. 그래서 여기서 같이 아이들 교육에 참여하고 있어요. 저는 이제서야 좀 싹이 텄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림 씨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나요?

비슷하게 살 것 같습니다. 초심을 잃으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서 초심을 잃지 않고 싶어요. 지치지 않고 일단 계속해 보기. 사람이다 보니까 지치는 순간이 있긴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들이 자라서 또 청년이 되고, 그렇게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한 사람의 부담이 적어져요. 그러면 좀 든든해지더라고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를 하며 예림 씨가 길작은도서관과 이곳의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길작은도서관의 본관과 별관, 예림 씨의 부모님이 청년과 아이들을 위해 지은 숙소, 텃밭과 그 옆의 닭장을 구경하며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길작은도서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지금까지 머물며 친구들과 함께 다음 세대인 아이들을 기르고 있는 예림 씨. 이곳에서 예림 씨가 만들어갈 미래가 기대된다.


곡성에는 앞에서 소개한 길작은도서관을 포함해 현재 총 9곳의 작은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책이음서비스에 가입하면 대출이 가능하고, 마을학교나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번 주말, 가까운 도서관의 문을 두드려 보면 어떨까?

이미지 출처 : 곡성군 작은도서관 홈페이지

📚 길 작은도서관

입면 서봉탑동길 68-1


📚 책담 작은도서관

겸면 초곡길 59

📚 석청 작은도서관

석곡면 석곡4길 6, 2층


📚 주산교회 작은도서관

옥과면 주산길 45-8

📚 죽곡농민 열린 작은도서관

죽곡면 오죽로 20-10


📚 곡성평화학교 녹색 작은도서관

석곡면 노치로 406, 녹색평화학교


📚 심청골 작은도서관

입면 송전로 9-6, 금호사원아파트 복지동 3층


📚 구름다리 작은도서관

겸면 운교길 33-15, 구름다리교회


📚 원등교회 작은도서관

삼기면 원등4길 2-1, 원등지역아동센터 2층

곡성군의 작은도서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곡성군 작은도서관 홈페이지 바로가기

다른 지역에도 작은도서관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작은도서관 홈페이지 바로가기

곡성 읍내에서 곡성천을 따라 차로 20분 달리면 나오는 작은 마을. 평범한 시골 마을인 입면 서봉마을에는 할머니부터 청년들, 아이들까지 함께하는 작지만 특별한 도서관이 하나 있다. 바로 길작은도서관이다. 길작은도서관은 11년 전인 2004년, 책을 좋아하는 김선자 관장이 밤늦게까지 갈 곳 없이 길에서 노는 동네 아이들을 위해 교회 사택에 작게 꾸린 도서관으로 시작했다. 2009년부터는 마을 할머니들을 위한 한글 교실을 열어 할머니들과 2016년부터 시집과 동화책을 냈고, 이 과정을 담은 <시인할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만들어졌다.


2017년에는 청년들이 길작은도서관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김선자 관장의 딸이자 길작은도서관에서 자란 아이 중 한 명인 예림 씨가 대학 친구들을 모아 마을에 벽화를 그리면서 시작된 인연이다. 청년들은 2020년에 ‘덕스텝 협동조합’을 만들어 웹툰, 음악 등의 문화예술 콘텐츠와 아이들 교육 사업을 위주로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길작은도서관은 작은 방에서 시작해 지금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당, 책과 굿즈샵이 있는 본관, 부엌과 웹툰 교육실이 갖춰진 별관, 카페까지 다양한 공간들로 이루어져있다. 길작은도서관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도서관과 함께 성장한 예림씨는 도시로 떠나는 대신 오히려 친구들을 곡성으로 데려와 길작은도서관에서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예림씨가 길작은도서관에 머무는 이유는 뭘까? 길작은도서관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고, 지금은 덕스텝협동조합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예림 씨를 만나보았다.


어린 시절 길작은도서관에서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궁금해요!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낡은 도서관이 생각나요. 도서관 시설이 정말 안 좋았는데도 마을에 있는 아이들이 아지트처럼 여기고 자주 와서 늦은 시간까지 같이 놀았어요. 도서관이 생기기 전에는 아이들이 갈 데가 없다 보니까 마을 회관에 가거나 정자 밑에서 놀았었거든요. 그리고 2009년에 관장님이 옆 마을인 금산마을에서 한글 학습반을 열었을 때 아주 연로하신 할머니가 계셨어요. 등이 기역 자로 굽으신 할머니였는데, 그분이 가방을 가지고 지팡이를 들고 한글을 공부하러 가셨었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씩 공부하러 왔다 갔다 하실 때 같이 가면서 가방을 들어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의 예림 씨에게 길작은도서관은 어떤 공간인가요?

‘내 집 같다’라는 느낌이 변함없는 것 같아요. 집이 가진 공간적인 의미를 넘어서 정신적인 의미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요. 관장님께서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잘 만들어 주셨어요. 그게 여기에 온 청년들에게도 ‘아이들한테 집 같은 공간을 만들어 주자’라는 생각으로 계속 이어져 오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보호받으며 활동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어릴 때랑 다르다고 느껴지는 점도 있을까요?

시설입니다. (웃음) 저희 관장님이랑 목사님이 진짜 하나 하나, 한 땀 한 땀 노력해서 만든 것들이거든요. 그래서 그냥 전보다 도서관 시설이 좋아졌다는 걸 넘어서 ‘이게 진짜 역사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엄청 큰 것 같습니다.

도시로 가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곡성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게 인상 깊었어요. 어떻게 길작은도서관에서 대학 친구들과 활동하게 되었나요?

저는 대학교를 광주로 갔었는데, 주말에는 길작은도서관으로 와서 아이들이랑 같이 프로그램을 했어요. 그렇게 곡성과 광주를 오가며 지내다가 기존에 있던 마을 벽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직접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다니던 미대 동기와 선배들한테 혹시 벽화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좋다고 하더라고요. 벽화를 그리러 온 청년들이 본격적으로 여기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건 할머니들이랑 인생 자서전 그림책이라는 걸 만들면서부터예요.

할머니들에게 그냥 “인생 이야기 들려주세요.” 하면 쭉 들려주시는 게 아니고 모른다고 하세요. 그래서 하나하나 다 여쭤봐야 했어요. 농사는 뭐 하시는지, 자녀는 몇 분 있고 어떻게 낳았는지 물어보면 그때야 하나씩 이야기를 해 주세요. 근데 이렇게 질문하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사실 청년들이 요즘 고민이 엄청 많잖아요. 지금 경제나 취업 문제를 다룰 때도 청년들이 살기 힘든 시대다 이런 식으로 많이 얘기하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발전은 많이 했지만 청년이 취업하고 살아가기 힘들다 보니 우울한 사람들도 많고,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고요.


그럴 때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제 윗세대의 윗세대이시니까 할머니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아 이런 삶도 있구나’, ‘이게 진짜 고생이구나’, ‘불평 불만만 하고 있기에는 너무 죄송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늙으면 끝이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분들이 어렸을 때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오셔서 ‘나는 배워서 좋다, 감사하다’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같이 있었던 사람들끼리 왜 살아야 하는지, 사는 것이 왜 가치가 있는지, 진짜 가치란 무엇인지 그때를 계기로 많이 고민을 했어요. 사실 여기 왔다는 것 자체가 돈만 보고 있지는 않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좀 더 가치 있게 살 수 있을까 얘기 하다가 여기에서 다음 세대를 잘 길러보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특히 관심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마을 행사, 파자마 파티, 웹툰 수업, 인스타툰까지… 길작은도서관의 청년들이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랑을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어서인 것 같아요. 청년들이 사회에서 병들어 여기 왔다가 목사님, 관장님이 주신 사랑으로 치유를 받고 나도 저렇게 사랑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걸 실천하는 과정이에요. 아이들에게 그런 기억이 되고 싶어요. 삶을 돌아봤을 때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기억. 세상에 나가서 어려운 상황을만나더라도 '누군가는 나를 사랑하고 지지를 해줬지’라는 기억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이랑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활동들도 최대한 지원하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마을 문화예술행사 ‘서봉오리’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랑 같이 만드는 거니까요. 가치를 만들고, 문화를 만들고, 지역을 만들어가는 걸 느끼고 있어요. 행사 때 부스도 아이들이랑 같이 짜요. 음식 메뉴도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걸로 구성하고, 마을에 할머니들이 많으시니까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는 것도 넣어서 하고 있어요. 아이들과 부스 준비, 판매, 뒷정리도 같이하고 뒤풀이에서는 수익금으로 고기를 사먹기도 했어요. 작년에는 사정상 못 했는데 아이들이 많이 서운해하더라고요.


곡성이라는 지역에서 콘텐츠 제작, 예술교육, 웹툰 등 문화 활동을 기획한다는 게 의미 있어 보여요. 

저희는 사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청년 때 할 수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봐도 잘 안될 거 같아 보이고, 청년들만 시도할 수 있는 영역인 것 같기도 해요. 또 문화 활동이라는 게 교육이랑 떨어질 수가 없어요. 문화 활동이 아이들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더 나아가서 곡성에 사는 청년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 훨씬 좋죠. 그런데 아직 거기까지는 갈 길이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어요.


길작은도서관이 청년과 청소년을 비롯한 지역 사람들에게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나요?

아이들을 키우는 공간인 동시에, 청년들을 치유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마음이 아픈 청년들이 참 많은데, 이곳에서 머물며 나아지는 경우를 종종 봤거든요. 요즘 사회는 누군가를 참아주거나 기다려주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아프고 힘든 사람을 고쳐주거나 곁에 있어주는 대신, 그냥 멀어지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청년들 옆에서 함께 견뎌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길작은도서관이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그렇게 곁을 지켜주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건강하게 사회로 돌아가는 청년들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길작은도서관과 덕스텝협동조합이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보나요?

결국엔 사람을 위한 공동체다 보니까 어디로 갈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작년이랑 올해가 분기점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큰 아이들이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들어오고 있는 시기거든요. 저희가 활동한 지 6년이 넘었는데 그때 처음 봤었던 아이들이 지금 대학교 1학년이 됐어요. 그래서 여기서 같이 아이들 교육에 참여하고 있어요. 저는 이제서야 좀 싹이 텄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림 씨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나요?

비슷하게 살 것 같아요. 초심을 잃으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서 초심을 잃지 않고 싶어요. 지치지 않고 일단 계속해 보기. 사람이다 보니까 지치는 순간이 있긴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들이 자라서 또 청년이 되고, 그렇게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한 사람의 부담이 적어져요. 그러면 좀 든든해지더라고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를 하며 예림 씨가 길작은도서관과 이곳의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길작은도서관의 본관과 별관, 예림 씨의 부모님이 청년과 아이들을 위해 지은 숙소, 텃밭과 그 옆의 닭장을 구경하며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길작은도서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지금까지 머물며 친구들과 함께 다음 세대인 아이들을 기르고 있는 예림 씨. 이곳에서 예림 씨가 만들어갈 미래가 기대된다.


곡성에는 앞에서 소개한 길작은도서관을 포함해 현재 총 9곳의 작은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책이음서비스에 가입하면 대출이 가능하고, 마을학교나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번 주말, 가까운 도서관의 문을 두드려 보면 어떨까?

이미지 출처 : 곡성군 작은도서관 홈페이지

📚 길 작은도서관

입면 서봉탑동길 68-1


📚 책담 작은도서관

겸면 초곡길 59


📚 죽곡농민 열린 작은도서관

죽곡면 오죽로 20-10

📚 석청 작은도서관

석곡면 석곡4길 6, 2층


📚 곡성평화학교 녹색 작은도서관

석곡면 노치로 406, 녹색평화학교


📚 심청골 작은도서관

입면 송전로 9-6,
금호사원아파트 복지동 3층

📚 구름다리 작은도서관 

겸면 운교길 33-15, 구름다리교회


📚 주산교회 작은도서관

옥과면 주산길 45-8


📚 원등교회 작은도서관

삼기면 원등4길 2-1,
원등지역아동센터 2층

곡성군의 작은도서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곡성군 작은도서관 홈페이지 바로가기

자신이 사는 지역에도 작은도서관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작은도서관 홈페이지 바로가기

nongdam@farmnd.co.kr 

농담은 곡성군과 청춘작당 협동조합이 함께 만듭니다. 

농담은 곡성군과 청춘작당협동조합이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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