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2

대책없이 와서 정착한

20대 에디터의

솔직한 곡성살이

내년에는 2000평 농사에 도전합니다💪

나무, 민조

 2025. 12. 22

대책 없이 와서 정착한
20대 에디터의 솔직한 곡성살이

내년에는 2000평 농사에 도전합니다💪 

나무, 민조

안녕하세요! 어느덧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인데요. 올해 마지막 기사에서는 곡성에서 1년 간 살아본 제 이야기를 전해보려고 해요. 저는 에디터 일을 하며 농사를 시작하고, 집을 고치고, 마을 이웃들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냈어요. 흘러가는 대로 살았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일과 이웃을 만나 삶의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중이랍니다. 제가 살아본 곡성은 어떤 모습인지, 셀프 인터뷰를 통해 전해드려요!


1년 간의 곡성살이, 어떠셨나요?

올해는 대책없이 살았지만 꽤 괜찮았던 한 해였어요. 고향인 수원을 떠나 곡성에 오면서도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았었어요. 곡성에서 뭘 할 수 있을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몰랐었고요. 우연히 인연 닿는 대로 살았던 것 같아요. 올해 제 삶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농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마찬가지예요. 농담 전 에디터인 핸내님과 만나서 대화를 하다가, 곡성 겸면에서 생태농사를 짓는 한해살이 프로그램인 ‘청년 자자공’에서 아직 추가모집을 하고 있다는 걸 듣고 뒤늦게 합류하게 됐거든요. 

8월, 청년 자자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북 진안에 농가탐방을 갔을 때

그렇게 논농사도 300평 정도 해보고, 밭에서 콩, 고추, 배추, 무, 고구마, 옥수수, 토란 등 20종류 넘는 다양한 작물을 길러봤어요.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보니 내년에는 땅을 직접 빌려서 농사를 지어보고 싶더라고요. 작은 텃밭쯤은 누구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씨앗이나 모종을 심기만 하고 거의 방치한 적도 있는데 그래도 먹을 게 나오더라고요. 물론 잘 모르다 보니 서투르기도 했지만요. 특히 모종만 심었을 뿐인데 3m 가까이 자란 수수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자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었어요.

자자공 멤버들과 배추밭을 만들고 있는 모습

농담 에디터로 일하며 곡성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는데요, 소감이 궁금해요!

4월부터 11월까지, 총 8분의 인터뷰이를 만났어요. 하나로 묶어 설명하기 힘든, 정말 다양한 색의 사람들이지만 다들 각자의 이유로 곡성을 아끼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일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고, 갈 일이 없었을 곳에 가봤어요. 곡성 어디선가 만날 수 있더라도 마주 앉아 1시간 넘게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기는 힘들었겠죠? 그래서 더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어요.

6월의 인터뷰이였던 송이 씨와 농촌유학 마을에서

곡성에 산다는 건 어떤가요?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느끼는 게 천차만별일 것 같아요. 편의시설이 많고 이웃 간 교류가 적은 편인 곡성읍내에서 지내는 것과 저처럼 시골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는 건 정말 달라요. 읍내에서 생활하다가 지금 사는 마을에 처음 집을 구해서 지낼 때는 사실 자신이 없었어요. 여기서 1년 지내보고 복학을 하거나, 읍내 혹은 다른 곳으로 이사갈 수도 있겠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이웃이 자주 찾아오는 것도, 낯선 마을 문화도, 면허를 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무언가 사려면 운전을 해서 나가야 하는 것도 불편했거든요. 지금은 이 마을에 정이 많이 들었어요. 이웃들과도 가까워졌고, 자연환경도 좋아요. 섬진강에 10분이면 걸어갈 수 있어요. 그리고 옆집 이웃 말로는 섬진강 덕분에 땅도 다른 곳보다 비옥해서 농사도 잘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농사짓지 않는 빈 땅이 꽤 있어서 빌릴 땅도 많고요.


이렇게 여기에 살아보자고 마음먹은 뒤로 순조롭게 적응해가고 있어요. 1년 간 시골살이에 유용한 기술들을 많이 익혔어요. 농사를 하며 예초기 다루는 법도 배우고, 운전도 연습해서 혼자서도 잘 다니고 있어요.

눈 쌓인 동악산이 보이는 곡성 읍내

나무가 살고 있는 마을 풍경

곡성 시골 마을에서 이웃과 교류하며 살아보니 어땠는지 궁금해요!

예전처럼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되어있진 않지만, ‘시골에선 서로 도우며 산다’, ‘옆집 수저가 몇 개인지 안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아요. 요새는 옆집 이웃이 시간 날 때마다 오셔서 집 고치는 일을 도와주시는데요. 거의 매일 밥도 같이 먹고 차도 마시고 있어요. 별 일 없을 때에도 초대하기도 하고, 맛있는 게 생기면 같이 나눠먹어요. 아침 7시에는 같이 개 2마리랑 달리기도 하고요.


윗집 할머니도 가끔 식사를 같이 하고, 자주 마주쳐요. 양파, 감자, 호박잎, 추어탕 같은 먹을 걸 가져다 주시러 오시기도 하고요. 또 읍내 나갈 일이 있으실 때 가끔 태워다 드리기도 해요. 한번은 장날에 장을 봐와서 옆집과 윗집에 식사 초대를 했다가 저희가 이번에 구한 집 얘기가 나왔는데, 할머니가 정들었는데 금방 가버릴까봐 걱정했다면서, 이제 ‘수원댁’이라고 부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도시와는 다르게 이웃들과 교류도 많이 하고 서로 도울 일도 많아요. 아직 친해지지 않았더라도 이웃들이 여러 용건으로 불쑥불쑥 찾아오기도 하니 거기에 일단 적응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이젠 저도 마을 사람들이 전보다 편해져서 이웃 집에 찾아가기도 해요.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갈 생각인가요?

사실 올해 농사 일이 다 끝나고 내년 농사를 준비할 시기라 이미 한 해를 마무리한 기분이 들기도 하네요. 올해와는 많이 다를 것 같아요. 같은 동네지만 깨끗한 양옥집에서 고칠 데가 많은 한옥집으로 이사도 했고, 앵두라는 진돗개와 함께 살게 됐거든요. 앵두는 6살인데, 원래 겸면 셰어하우스 앞에서 살았었어요. 어릴 때 데려갈 사람이 없어서 거기서 기르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몇개월 간 함께 하며 정이 듬뿍 들어버려서 제가 데려와서 함께 살기로 했어요.

새로 이사온 한옥집 마루에 자리잡은 앵두

일단 집 수리와 농사.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를 하며 지낼 것 같아요.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 알바도 종종 할 생각이고요. 지난 달 말에 이미 이사를 했는데요. 곡성에 와서 1년 간 빌린 집에서 1분 거리에 있는 집을 구했어요. 같이 사는 짝꿍이 목수 일을 한 적이 있어서 직접 고쳐보고 있어요.

나무가 현재 살고 있는 집(우측)과 이전에 살았던 집(좌측)

집을 소개해준 이웃이 저희가 농사를 짓고 싶다고 하니 논밭도 소개해줘서 곧 빌리려고 해요. 논 500평과 감나무가 있는 밭 1500평을 빌리려고요. 올해보다 조금 더 단순한 일상을 보내고 싶어요. 사람들 속에서 분주하게 보내는 일상도 재밌지만 자연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그게 결국 우리의 몸에 맞는 방식일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곡성에 와서 생긴 새로운 취미나 습관이 있나요? 

이웃이 직접 농사지은 채소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제 밭에서 나오는 것들이 있다보니 요리를 많이 하게 돼요. 사먹는 일은 많지 않고요. 요리를 원래 좋아하는 편이라 바쁘지 않을 때는 재밌게 하고 있어요. 요새는 베이킹과 채식 요리에 관심이 생겨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레시피북을 열심히 보고 있어요.


또 전보다 산책을 많이 다녀요. 시골에 와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자동차 매연이 없는, 사실 사람도 마주칠 일 없는 길에서 자연을 듬뿍 느끼며 걸을 수 있다는 거예요. 고라니, 백로나 청둥오리도 자주 만나요. 동네 냇가에는 수달이 산다고 해서 언젠가 마주치길 바라고 있어요.

나무네 마을 산책길 풍경

곡성살이, 추천하고 싶나요? 곡성살이가 궁금한 청년들에게 장점부터 단점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시골의 한적함, 여유로움이 좋아서 왔지만 사람이 없는 만큼 아무래도 일자리를 구하는 어려움이 크지 않을까 싶어요. 지역에 일자리가 없진 않은데, 원하는 분야의 일자리를 구하기는 힘들 수도 있어요. 집을 인맥을 통해서 구하듯 일할 사람도 그렇게 구하는 경우도 많을 것 같고요. 짧게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경우도 많아요.


다만 저는 내년에 농사를 지으면서 농번기가 아닌 철에만 일을 하고 싶어서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아요. 내가 가능할 때 일할 수 있고, 해본 적 없는 일을 시도 할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장점으로 느껴져요.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일을 단기로 한다는 게 불안하게 느낄 분들도 있을 거예요.


또, 시골 마을에 정착한다면 이웃과 관계 맺는 법도 배워야 해요. 내가 익숙한 방식을 완전히 버릴 필요는 없지만, 이곳의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할 것 같아요. 이외에도 예전처럼 문화 생활을 즐기기 힘든 점도 장벽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사람이 적어서 문화센터에서 듣고 싶은 수업이나 곡성에서 보고 싶은 공연이 있을 때 쉽게 보러 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좀 더 즐기고 싶다면 광주, 남원, 순천도 가까우니 쉽게 갈 수 있어요. 어디에 살든 내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시골에서만 가능한 생활방식이 있어요. 사람이 많이 살지 않으니 여유롭고, 그래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생활하기도 쉬운 것 같아요. 저는 곡성살이가 저와 잘 맞는다고 느껴서, 와서 살아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이 지역과 자신에 대해 잘 알아보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것을 받아들인다면 적응이 수월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제가 농담 에디터로 여러분을 만나는 것도 이번 기사가 마지막이에요.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간 10개의 인터뷰, 3개의 정책 기사로 인사드렸는데요. 곡성은 이런 곳이구나, 곡성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며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요! 올 한 해 동안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매거진 농담은 1, 2월 잠시 쉬어갑니다. 내년 3월에 다시 만나요!

안녕하세요! 어느덧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인데요. 올해 마지막 기사에서는 곡성에서 1년 간 살아본 제 이야기를 전해보려고 해요. 저는 에디터 일을 하며 농사를 시작하고, 집을 고치고, 마을 이웃들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냈어요. 흘러가는 대로 살았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일과 이웃을 만나 삶의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중이랍니다. 제가 살아본 곡성은 어떤 모습인지, 셀프 인터뷰를 통해 전해드려요!


1년 간의 곡성살이, 어떠셨나요?

올해는 대책없이 살았지만 꽤 괜찮았던 한 해였어요. 고향인 수원을 떠나 곡성에 오면서도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았었어요. 곡성에서 뭘 할 수 있을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몰랐었고요. 우연히 인연 닿는 대로 살았던 것 같아요. 올해 제 삶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농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마찬가지예요. 농담 전 에디터인 핸내님과 만나서 대화를 하다가, 곡성 겸면에서 생태농사를 짓는 한해살이 프로그램인 ‘청년 자자공’에서 아직 추가모집을 하고 있다는 걸 듣고 뒤늦게 합류하게 됐거든요. 

8월, 청년 자자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북 진안에 농가탐방을 갔을 때

그렇게 논농사도 300평 정도 해보고, 밭에서 콩, 고추, 배추, 무, 고구마, 옥수수, 토란 등 20종류 넘는 다양한 작물을 길러봤어요.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보니 내년에는 땅을 직접 빌려서 농사를 지어보고 싶더라고요. 작은 텃밭쯤은 누구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씨앗이나 모종을 심기만 하고 거의 방치한 적도 있는데 그래도 먹을 게 나오더라고요. 물론 잘 모르다 보니 많이 서투르기도 했지만요. 특히 모종만 심었을 뿐인데 3m 가까이 자란 수수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자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었어요.

자자공 멤버들과 배추밭을 만들고 있는 모습

농담 에디터로 일하며 곡성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는데요, 소감이 궁금해요!

4월부터 11월까지, 총 8분의 인터뷰이를 만났어요. 하나로 묶어 설명하기 힘든, 정말 다양한 색의 사람들이지만 다들 각자의 이유로 곡성을 아끼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일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고, 갈 일이 없었을 곳에 가봤어요. 곡성 어디선가 만날 수 있더라도 마주 앉아 1시간 넘게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기는 힘들었겠죠? 그래서 더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어요.

6월의 인터뷰이였던 송이 씨와 농촌유학 마을에서

곡성에 산다는 건 어떤가요?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느끼는 게 천차만별일 것 같아요. 편의시설이 많고 이웃 간 교류가 적은 편인 곡성읍내에서 지내는 것과 저처럼 시골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는 건 정말 달라요. 읍내에서 생활하다가 지금 사는 마을에 처음 집을 구해서 지낼 때는 사실 자신이 없었어요. 여기서 1년 지내보고 복학을 하거나, 읍내 혹은 다른 곳으로 이사갈 수도 있겠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이웃이 자주 찾아오는 것도, 낯선 마을 문화도, 면허를 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무언가 사려면 운전을 해서 나가야 하는 것도 불편했거든요. 지금은 이 마을에 정이 많이 들었어요. 이웃들과도 가까워졌고, 자연환경도 좋아요. 섬진강에 10분이면 걸어갈 수 있어요. 그리고 옆집 이웃 말로는 섬진강 덕분에 땅도 다른 곳보다 비옥해서 농사도 잘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농사짓지 않는 빈 땅이 꽤 있어서 빌릴 땅도 많고요.


이렇게 여기에 살아보자고 마음먹은 뒤로 순조롭게 적응해가고 있어요. 1년 간 시골살이에 유용한 기술들을 많이 익혔어요. 농사를 하며 예초기 다루는 법도 배우고, 운전도 연습해서 혼자서도 잘 다니고 있어요.

눈 쌓인 동악산이 보이는 곡성 읍내

나무가 살고 있는 마을 풍경

곡성 시골 마을에서 이웃과 교류하며 살아보니 어땠는지 궁금해요!

예전처럼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되어있진 않지만, ‘시골에선 서로 도우며 산다’, ‘옆집 수저가 몇 개인지 안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아요. 요새는 옆집 이웃이 시간 날 때마다 오셔서 집 고치는 일을 도와주시는데요. 거의 매일 밥도 같이 먹고 차도 마시고 있어요. 별 일 없을 때에도 초대하기도 하고, 맛있는 게 생기면 같이 나눠먹어요. 아침 7시에는 같이 개 2마리랑 달리기도 하고요.


윗집 할머니도 가끔 식사를 같이 하고, 자주 마주쳐요. 양파, 감자, 호박잎, 추어탕 같은 먹을 걸 가져다 주시러 오시기도 하고요. 또 읍내 나갈 일이 있으실 때 가끔 태워다 드리기도 해요. 한번은 장날에 장을 봐와서 옆집과 윗집에 식사 초대를 했다가 저희가 이번에 구한 집 얘기가 나왔는데, 할머니가 정들었는데 금방 가버릴까봐 걱정했다면서, 이제 ‘수원댁’이라고 부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도시와는 다르게 이웃들과 교류도 많이 하고 서로 도울 일도 많아요. 아직 친해지지 않았더라도 이웃들이 여러 용건으로 불쑥불쑥 찾아오기도 하니 거기에 일단 적응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이젠 저도 마을 사람들이 전보다 편해져서 이웃 집에 찾아가기도 해요.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갈 생각인가요?

사실 올해 농사 일이 다 끝나고 내년 농사를 준비할 시기라 이미 한 해를 마무리한 기분이 들기도 하네요. 올해와는 많이 다를 것 같아요. 같은 동네지만 깨끗한 양옥집에서 고칠 데가 많은 한옥집으로 이사도 했고, 앵두라는 진돗개와 함께 살게 됐거든요. 앵두는 6살인데, 원래 겸면 셰어하우스 앞에서 살았었어요. 어릴 때 데려갈 사람이 없어서 거기서 기르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몇개월 간 함께 하며 정이 듬뿍 들어버려서 제가 데려와서 함께 살기로 했어요.

새로 이사온 한옥집 마루에 자리잡은 앵두

일단 집 수리와 농사.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를 하며 지낼 것 같아요.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 알바도 종종 할 생각이고요. 지난 달 말에 이미 이사를 했는데요. 곡성에 와서 1년 간 빌린 집에서 1분 거리에 있는 집을 구했어요. 같이 사는 짝꿍이 목수 일을 한 적이 있어서 직접 고쳐보고 있어요.

나무가 현재 살고 있는 집(우측)과 이전에 살았던 집(좌측)

집을 소개해준 이웃이 저희가 농사를 짓고 싶다고 하니 논밭도 소개해줘서 곧 빌리려고 해요. 논 500평과 감나무가 있는 밭 1500평을 빌리려고요. 올해보다 조금 더 단순한 일상을 보내고 싶어요. 사람들 속에서 분주하게 보내는 일상도 재밌지만 자연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그게 결국 우리의 몸에 맞는 방식일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곡성에 와서 생긴 새로운 취미나 습관이 있나요? 

이웃이 직접 농사지은 채소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제 밭에서 나오는 것들이 있다보니 요리를 많이 하게 돼요. 사먹는 일은 많지 않고요. 요리를 원래 좋아하는 편이라 바쁘지 않을 때는 재밌게 하고 있어요. 요새는 베이킹과 채식 요리에 관심이 생겨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레시피북을 열심히 보고 있어요.


또 전보다 산책을 많이 다녀요. 시골에 와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자동차 매연이 없는, 사실 사람도 마주칠 일 없는 길에서 자연을 듬뿍 느끼며 걸을 수 있다는 거예요. 고라니, 백로나 청둥오리도 자주 만나요. 동네 냇가에는 수달이 산다고 해서 언젠가 마주치길 바라고 있어요.

나무네 마을 산책길 풍경

곡성살이, 추천하고 싶나요? 곡성살이가 궁금한 청년들에게 장점부터 단점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시골의 한적함, 여유로움이 좋아서 왔지만 사람이 없는 만큼 아무래도 일자리를 구하는 어려움이 크지 않을까 싶어요. 지역에 일자리가 없진 않은데, 원하는 분야의 일자리를 구하기는 힘들 수도 있어요. 집을 인맥을 통해서 구하듯 일할 사람도 그렇게 구하는 경우도 많을 것 같고요. 짧게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경우도 많아요.


다만 저는 내년에 농사를 지으면서 농번기가 아닌 철에만 일을 하고 싶어서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아요. 내가 가능할 때 일할 수 있고, 해본 적 없는 일을 시도 할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장점으로 느껴져요.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일을 단기로 한다는 게 불안하게 느낄 분들도 있을 거예요.


또, 시골 마을에 정착한다면 이웃과 관계 맺는 법도 배워야 해요. 내가 익숙한 방식을 완전히 버릴 필요는 없지만, 이곳의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할 것 같아요. 이외에도 예전처럼 문화 생활을 즐기기 힘든 점도 장벽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사람이 적어서 문화센터에서 듣고 싶은 수업이나 곡성에서 보고 싶은 공연이 있을 때 쉽게 보러 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좀 더 즐기고 싶다면 광주, 남원, 순천도 가까우니 쉽게 갈 수 있어요. 어디에 살든 내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시골에서만 가능한 생활방식이 있어요. 사람이 많이 살지 않으니 여유롭고, 그래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생활하기도 쉬운 것 같아요. 저는 곡성살이가 저와 잘 맞는다고 느껴서, 와서 살아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이 지역과 자신에 대해 잘 알아보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것을 받아들인다면 적응이 수월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제가 농담 에디터로 여러분을 만나는 것도 이번 기사가 마지막이에요.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간 10개의 인터뷰, 3개의 정책 기사로 인사드렸는데요. 곡성은 이런 곳이구나, 곡성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며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요! 올 한 해 동안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매거진 농담은 1, 2월 잠시 쉬어갑니다. 내년 3월에 다시 만나요!

nongdam@farmnd.co.kr 

농담은 곡성군과 청춘작당 협동조합이 함께 만듭니다. 

농담은 곡성군과 청춘작당협동조합이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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