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8. 26

시골살이는 처음이라

에디터 핸내의 좌충우돌 시골살이 적응기

핸내, 민조

 2024. 08. 26

시골살이는 처음이라

에디터 핸내의 좌충우돌 시골살이 적응기

핸내, 민조

곡성에서 혼자 산 지 6개월 차, 이곳에서의 삶이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까? 행복은 아직 모르겠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시간을 쪼개가며 일과 모임에 몰두하는 그런 류의 치열함은 아니다. 나를 알아가는 일에, 시골에 적응하는 과정에 치열하게 임하는 중이다. 그러니 힘들 수밖에. 시골살이는 내게 큰 과제를 부여한다. 주체적으로 사는 삶. 어찌저찌 삶의 위기를 잘 넘겨온 나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다. 더이상 퇴사할 직장도 없고, 서울을 벗어나고 싶다고 말할 수도 없다. 바라던 시골에 내려왔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삶을 책임지기 위해 무엇이 힘든지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다.


시골살이, 현실이다

오히려 취업을 했으면 이리 어렵지 않았을까? 올해 초, 나는 자급자족 농사를 지으며 적게 벌고 적게 쓰겠다고 호기롭게 다짐했다. 최소한의 생계비는 에디터 일로 충당한다. 글 쓰는 일로 적당히 벌고, 농사지은 채소로 요리해 먹는 일상. 말로만 들으면, 참 평화롭다. 하지만 시골집에 입주한 날부터 위기는 찾아왔다. 비어있던 집에 들어간 터라 보수가 필요했다. 누수 문제로 3월 한 달 동안 차가운 물로 샤워하거나 목욕탕과 이웃집을 전전했다. 소통이 어려웠던 집주인과 지난한 대화 끝에 겨우 누수 문제를 해결했다. 와중에 이삿짐을 정리하고 일도 해야 하던 상황. 현실에 압도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때를 떠올리면 이따금 쓴 마음이 올라온다.


이제 뜨거운 물도 나오겠다, 내가 바라던 시골살이를 이룰 수 있을까? 곡성에 내려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적게 벌고 적게 쓰는 대신 관심 있는 여러 활동에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시골살이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농사짓고 돈 벌고, 이웃들과 어울리며, 풍물과 요가하는 평화로운 삶을 꿈꿨다. 꿈이 컸던 걸까. 먹고 사는 일은 현실이다. 출퇴근하는 직장 없이 스스로 일과를 계획하고, 여러 일을 조화롭게 해내는 일은 쉽지 않다. 해야할 일을 잔뜩 쌓아둔 채로 늦잠을 자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내 삶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집에서는 늘어지기 십상이라, 전환과 집중을 위해 카페에 자주 간다. 서울에 살 땐, 집에서 나가기만 하면 카페가 널려있었다. 지금은 버스를 타야 갈 수 있다. 즉흥성 99.9% 인간인 내게 도보 20분 거리의 버스정류장과 버스 시간을 맞추는 일, 이른 막차 시간은 카페 이용에 꽤나 큰 난관이다. 여전히 도시에서 살던 생활양식이 익숙한가 보다. 언제든 기다리면 버스가 곧잘 오던 정류장, 주변에 편의시설이 갖춰진 집. 내가 사는 곳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왜 생활양식까지 바꿔가며 이곳에 살고 싶은 걸까?

그럼에도 시골이 좋은 건

시골에서 겪는 어려움이 도시에서 겪는 것보다 덜 힘들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더 견딜 만하다고는 할 수 있겠다. 농부 이웃들을 둔 덕분에 농사를 잘 못 짓더라도 제철 채소를 즐길 수 있다. 갓 딴 제철 채소를 누리는 즐거움. 이웃들과 먹을 것을 나누고, 깜깜한 밤에 산책하며 일상을 나누는 기쁨. 훌쩍 도망쳐버리고 싶다가도 제철 식탁과 산책 덕에 마음이 누그러지곤 한다. 그래서 더 살아보고 싶다. 여름이면 수풀 사이로 반딧불이가 총총 빛을 내는 장면을 계속 보고 싶다. 새소리와 풀벌레, 개구리 소리가 한데 모여 들리는 깜깜한 밤길을 자주 걷고 싶다. 시골이 주는 계절감과 사람 사는 맛 나는 정겨움. 덕분에 이곳에 더 살아볼 용기가 생긴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뭐든 처음이 어렵다 했던가? 나는 어렵다는 그 처음을 지나고 있다. 불안정한 마음을 견디며 오늘도 현실을 살아간다. 도시든, 시골이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9 to 6의 일에서 벗어난다고, 도시를 벗어난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내가 도시에서와는 또 다른 이유로 분투하고 있는 것처럼. 더 이상 환경만을 탓할 수 없다. 내 안과 밖의 수많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내 존재대로 살아가기 위해 현실을 직면하고 움직인다.

핸내의 좌충우돌 시골살이는 계속된다. 이 정도면 ‘시골에서 살아남기' 만화책 하나 써도 되겠다. 오늘은 여름채소 잔뜩 담은 한 끼를 챙겨 먹어야겠다. 여름채소의 기운을 받아 한 발짝 더 내디뎌 봐야지.

곡성에서 혼자 산 지 6개월 차, 이곳에서의 삶이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까? 행복은 아직 모르겠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시간을 쪼개가며 일과 모임에 몰두하는 그런 류의 치열함은 아니다. 나를 알아가는 일에, 시골에 적응하는 과정에 치열하게 임하는 중이다. 그러니 힘들 수밖에. 시골살이는 내게 큰 과제를 부여한다. 주체적으로 사는 삶. 어찌저찌 삶의 위기를 잘 넘겨온 나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다. 더이상 퇴사할 직장도 없고, 서울을 벗어나고 싶다고 말할 수도 없다. 바라던 시골에 내려왔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삶을 책임지기 위해 무엇이 힘든지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다.


시골살이, 현실이다

오히려 취업을 했으면 이리 어렵지 않았을까? 올해 초, 나는 자급자족 농사를 지으며 적게 벌고 적게 쓰겠다고 호기롭게 다짐했다. 최소한의 생계비는 에디터 일로 충당한다. 글 쓰는 일로 적당히 벌고, 농사지은 채소로 요리해 먹는 일상. 말로만 들으면, 참 평화롭다. 하지만 시골집에 입주한 날부터 위기는 찾아왔다. 비어있던 집에 들어간 터라 보수가 필요했다. 누수 문제로 3월 한 달 동안 차가운 물로 샤워하거나 목욕탕과 이웃집을 전전했다. 소통이 어려웠던 집주인과 지난한 대화 끝에 겨우 누수 문제를 해결했다. 와중에 이삿짐을 정리하고 일도 해야 하던 상황. 현실에 압도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때를 떠올리면 이따금 쓴 마음이 올라온다.


이제 뜨거운 물도 나오겠다, 내가 바라던 시골살이를 이룰 수 있을까? 곡성에 내려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적게 벌고 적게 쓰는 대신 관심 있는 여러 활동에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시골살이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농사짓고 돈 벌고, 이웃들과 어울리며, 풍물과 요가하는 평화로운 삶을 꿈꿨다. 꿈이 컸던 걸까. 먹고 사는 일은 현실이다. 출퇴근하는 직장 없이 스스로 일과를 계획하고, 여러 일을 조화롭게 해내는 일은 쉽지 않다. 해야할 일을 잔뜩 쌓아둔 채로 늦잠을 자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내 삶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집에서는 늘어지기 십상이라, 전환과 집중을 위해 카페에 자주 간다. 서울에 살 땐, 집에서 나가기만 하면 카페가 널려있었다. 지금은 버스를 타야 갈 수 있다. 즉흥성 99.9% 인간인 내게 도보 20분 거리의 버스정류장과 버스 시간을 맞추는 일, 이른 막차 시간은 카페 이용에 꽤나 큰 난관이다. 여전히 도시에서 살던 생활양식이 익숙한가 보다. 언제든 기다리면 버스가 곧잘 오던 정류장, 주변에 편의시설이 갖춰진 집. 내가 사는 곳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왜 생활양식까지 바꿔가며 이곳에 살고 싶은 걸까?

그럼에도 시골이 좋은 건

시골에서 겪는 어려움이 도시에서 겪는 것보다 덜 힘들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더 견딜 만하다고는 할 수 있겠다. 농부 이웃들을 둔 덕분에 농사를 잘 못 짓더라도 제철 채소를 즐길 수 있다. 갓 딴 제철 채소를 누리는 즐거움. 이웃들과 먹을 것을 나누고, 깜깜한 밤에 산책하며 일상을 나누는 기쁨. 훌쩍 도망쳐버리고 싶다가도 제철 식탁과 산책 덕에 마음이 누그러지곤 한다. 그래서 더 살아보고 싶다. 여름이면 수풀 사이로 반딧불이가 총총 빛을 내는 장면을 계속 보고 싶다. 새소리와 풀벌레, 개구리 소리가 한데 모여 들리는 깜깜한 밤길을 자주 걷고 싶다. 시골이 주는 계절감과 사람 사는 맛 나는 정겨움. 덕분에 이곳에 더 살아볼 용기가 생긴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뭐든 처음이 어렵다 했던가? 나는 어렵다는 그 처음을 지나고 있다. 불안정한 마음을 견디며 오늘도 현실을 살아간다. 도시든, 시골이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9 to 6의 일에서 벗어난다고, 도시를 벗어난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내가 도시에서와는 또 다른 이유로 분투하고 있는 것처럼. 더 이상 환경만을 탓할 수 없다. 내 안과 밖의 수많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내 존재대로 살아가기 위해 현실을 직면하고 움직인다.


핸내의 좌충우돌 시골살이는 계속된다. 이 정도면 ‘시골에서 살아남기' 만화책 하나 써도 되겠다. 오늘은 여름채소 잔뜩 담은 한 끼를 챙겨 먹어야겠다. 여름채소의 기운을 받아 한 발짝 더 내디뎌 봐야지.

nongdam@farmnd.co.kr 

농담은 곡성군과 팜앤디 협동조합이 함께 만듭니다. 

농담은 곡성군과 팜앤디가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