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2
즐기고 싶은 문화예술,
지역에서 만들어요.
주민공정여행사 전 대표이자
문화기획자 베짱이(최은희)
핸내, 민조, 제리
2024. 04. 22
즐기고 싶은 문화예술, 지역에서 만들어요
주민공정여행사 전 대표이자 문화기획자 베짱이(최은희)
핸내, 민조, 제리
곡성살이 10년 차 베짱이. 지역 청년과 관련한 교육과 간담회, 행사 자리에 가면 베짱이를 자주 볼 수 있다.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읍내와 면내 청년을 두루 만난다. 농사짓는 청년, 회사 다니는 청년과 허물없이 지낸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낸다. 곡성 청소년을 만나는 사회복지사부터 관광기획자, 곡성 주민공정여행사 그리곡성의 대표를 했었다.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서 하다 보니, 자연스레 지역의 문화를 확장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베짱이가 자주 모임하는 카페 낭만가옥에서
#인터뷰이 소개
안녕하세요. 베짱이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곡성에 산 지 10년 차 된 30대 초반 최은희라고 합니다. 베짱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남해에서 나고 자랐고, 청주에서 대학에 다녔어요. 대학 졸업하고부터 쭉 곡성에서 살고 있어요.
곡성에는 언제, 어떻게 오시게 됐나요?
2015년, 23살에 왔어요. 청소년 센터에 사회복지사로 취업하게 돼서 왔어요. 곡성이라는 지역을 처음 알게 된 건 대학생 때였어요. 전국의 사회복지관을 돌아다니며 보고, 배우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었어요. 그때 곡성에서 청소년 복지를 하던 박경희, 김용운 선생님을 만나게 됐죠. 사회복지사 두 분의 따뜻한 눈빛과 청소년 복지를 대하는 태도에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덩달아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데, 마침 자리가 나서 함께 일하게 됐어요. 그렇게 저는 사람에 이끌려 곡성에 왔어요. 지나고 보니, 흐르듯 찾아온 운명이었구나 싶어요. 이분들이 곡성에 있었기에 저도 이 지역에 오게 됐네요.
대학생 사회복지실습으로곡성에 왔을 당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베짱이
#곡성에서 일하기
사회복지사를 그만두고, 지역여행 관련 일을 하셨죠? 다른 분야로 이직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3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했어요. 센터 내, 외부 사정으로 폐업하게 되며 9개월간 무직 상태로 지냈죠. 그러다가 전 직장동료로부터 곡성관광두레 청년피디 제안을 받았어요. 기존에 하던 일과는 다른 분야이기에 고민했어요. 당시 관광두레PD였던 홍수진PD가 이렇게 말했어요. “관광객과 마을이 공생할 수 있는 관광을 바라요. 단순히 여행객이 지역을 소비하고, 지역은 돈을 벌어들이는 그런 관광을 넘어서서요. 사회복지를 넓은 의미로 보면 한 사람 이 주체성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람들과 더불어 살도록 돕는 일이죠. 저는 그런 의미에서 관광이 사회복지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일을 선택할 때, ‘사회적 가치에 도움이 되는가?’를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삼는데요. 진정성 있는 말에 홀랑 넘어가 버렸죠. 그렇게 곡성관광두레 청년피디로 일했어요. 이후에는 전남관광두레 청년관광 기획자와 주민공정여행사 그리곡성 공동대표로 일을 했어요.
관광두레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지역주민이 지역관광 관련한 창업을 할 때, 지원하는 역할을 했어요. 기존의 관광산업은 거대한 관광시설을 만들거나, 큰 지역 축제에 집중하는 형태예요. 하지만 이런 거대한 관광 산업이 실질적으로 지역에 살아가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아요. 결국 지역관광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주민이 주도적으로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사업체가 있어야 한다더라고요. 관광객이 단순히 기차마을 장미축제만 즐기다 가기보다는 다양한 곡성의 모습을 즐기길 바랐어요. 지역의 먹거리나 특산물도 풍성히 즐기고요. 그래서 곡성의 다채로운 풍경, 농산물, 이야기를 담아 창업하는 주민사업체를 도왔어요. 맞춤형으로 멘토링을 했어요. 주민사업체의 홍보마케팅을 지원하고, 주민들의 상황과 단계에 맞는 지원을 했어요. 견학이나 멘토링 같은 방법으로요.
곡성 내 유일한 주민공정여행사 ‘그리곡성’ 공동대표를 했었다고 들었어요. 주민공정여행사는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지역 공정여행상품을 만드는 여행사예요. 주민이 모여 지역여행을 만들고, 그 여행으로 인한 이득이 여행사뿐만 아니라 곡성 주민들에게 공정하게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상품을 만들어요.(👉그리곡성 인스타그램) 그리곡성을 통하지 않고도 개별여행을 할 수 있지만, 그리곡성을 통해 여행을 하면 곡성 지역의 다양한 맛과 멋을 느끼고 갈 수 있어요. 여행에서 제공되는 간식, 음료, 웰컴키트와 식사, 숙소와 기념품까지. 모두 지역의 다양한 업체 혹은 주민이 만든 것들이에요.
그리곡성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섬진강 물멍 트레일워킹’ 여행이 있어요.(👉테마기행 길 보러가기) 코로나 시대에는 서로 거리를 두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어서 인기가 많았어요. 바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곡성 섬진강을 걸으며 멍도 때리고, 쉬어가기 좋은 여행이에요. 여행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곡성과 섬진강에 대한 이야기와 각 구간에서 만나는 다리나 도깨비 석상, 여행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간식과 음식에 얽힌 히스토리를 알려드려요. 1인용 방석이나, 가벼운 배낭, 모자와 의약품, 텀블러 등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세심하게 대여해 드리기도 해서 만족하더라고요. 그렇게 여행 한 번 온 분들은 재방문율이 거의 70퍼센트 이상이었어요.
아름다운 섬진강을
알리는 여행
그리곡성 대표로
티비 출연한 베짱이
여행객들과 함께
걷는 중
여행을 만들며
걸었던 섬진강길
곡성군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곡성군 문화재 탐방’도 진행했어요. 지역 주민이라고 지역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잘 안다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곡성의 역사적인 인물과 장소를 소재로 탐방을 기획했어요. 주민들과 함께 잘 몰랐던 문화재를 답사도 하고, 곡성 인근의 예술가나, 그 문화재에 어울리는 예술가도 섭외해 공연을 진행했어요. 문화재 탐방이 끝나고 ‘분기에 한 번씩 하자,’, ‘한 달에 한 번씩 하자’는 후기가 있었어요. 곡성에 살아도 그렇게 의미 있고 풍경 좋은 곳이 있는지 몰랐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여행이나 탐방 후에 듣는 이런 참여자의 피드백이 저를 계속 일하게 했던 것 같아요.
문화재 탐방
프로그램에서
옛 조상들이 풍류를
즐기던 함허정
여행지로서 곡성의 특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뭔가 많이 없는 게 매력이에요. 너무 높은 건물이나 관광단지가 많지 않기에,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골 정취를 잘 느낄 수 있어요. 섬진강을 끼고 있고, 자연환경이 잘 남아있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제 친구들도 곡성 오면 되게 좋아해요. 인구밀집도 낮고, 차도 많지 않아 조용하고 평화롭대요.
#곡성에서 관계 맺기
읍내살이는 어때요?
읍내 벗어나 사는 사람으로서 궁금해요!
곡성 읍내는 귀촌한 청년 입장에서 거의 도시입니다. 찐 시골 생활을 원한다면 면 단위로 가는 걸 추천해요. 읍민과 면민의 생활환경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읍에는 편의점, 카페, 식당 다 있고요. 레저문화센터도 있어서 취미활동도 즐기기 좋아요. 다만, 면 단위 마을 정도로 이웃들과 자주 만나고, 친밀하게 지내진 않아요. 원한다면 다양한 모임과 활동으로 충분히 가깝게 지낼 수도 있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직장과 집만 오갈 수도 있는 환경이에요.
이웃과 어떻게 관계를 맺나요?
귀촌 초반에는 이웃의 도움을 흔쾌히 받고, 정을 나누는 게 어려웠어요. 괜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곡성에 얼마나 오래 살게 될지도 몰랐거든요. 하지만 이제 10년 차 되니 확실히 알겠어요. 이웃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는걸요. 마음을 활짝 연 지 얼마 안 됐어요. 지역에 살수록 이웃이 중요해요. 스스로 마음을 연다면, 이웃들도 다가올 거예요.
곡성에서 가장 친밀하게 지내는 관계 혹은 공동체가 있나요?
이전 직장동료들과 이제는 이웃으로 가깝게 지내요. ‘이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계속 여기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일과 관련해서든, 개인적인 고민이든 털어놓고 조언과 공감을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제가 사회복지사 시절 두 분에게 배우고 싶어 곡성에 내려온 걸 알기 때문에 더 챙겨주려고 하더라고요.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어쩌면 저를 더 단단하게 해준 사람들이에요. 곡성관광두레부터 주민공정여행사까지 함께한 동료는 제가 힘 들 때, 적당한 채찍과 당근을 주며 저를 다독여주었어요. ‘사랑스러운 추격자’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제가 도망가려 할 때 따라와서 앉혀두고 토닥여줬거든요. 덕분에 맡긴 일에 책임을 지고, 진심으로 대하는 법을 배웠어요. 일터에서 그만두었다고 관계가 끊어지는 게 아니라, 이제는 마을이웃으로 관계가 이어지고 있어요. 때때로 서로가 필요할 때 일이나 활동을 같이하고 있기도 하고요.
베짱이의 든든한 이웃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문화제 동료들과
‘인문학공동체 협동조합 이화서원’이라는 공동체와 작년부터 자주 교류하고 있어요. 읍내에 있는 고운아파트 내에 2채의 공동체 공간이 있는데요. 식객으로 밥도 자주 먹으러 가고, 다양한 활동을 옆에서 거들고 있어요. 매주 목요일 누구나 와서 함께 밥 먹는 목요밥상과 어린이, 청소년 아웃도어캠프인 ’산소모험스쿨’ 활동을 돕기도 해요. 때로는 돈으로 후원도 하고요. 덕분에 식비 걱정도 많이 덜었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겼어요. 다양한 사람들과도 만날 수 있어 감사해요. 주역이나 동학, 애니어그램 등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또 살아갈 삶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분들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분들은 이화서원에 노크해 보면 좋겠어요.
#곡성에서 모임하기
다양한 모임을 하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모임원 모집이 잘 됐나요?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너무 하고 싶은데 마을에 없어서 만든 모임이에요. 물론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가능했죠. 처음 했던 모임은 ‘곡성 동네 친구들’이라고 청년 문화 모임이었어요. 지역 청년들이 바라는 문화 활동을 만들고자 청년기획단 7명을 모았어요. 지역문화진흥원 예산을 지원받아 여러 행사와 활동을 진행했어요. 한 번은 ‘한밤 한 잔’이라는 주제로 군청 앞 잔디마당을 빌려 행사를 진행했어요. 공연도 즐기고, 술과 음 식,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였어요. 나중에 다녀간 사람 수를 정리해 보니 100명 정도 오갔더라고요. 곡성 청년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었구나 하며 다들 놀랐어요. 이후에는 함께 섬진강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영화를 보고, 밥을 먹으며 지역 청년들과 모임을 이어나갔어요.
캘리그라피 모임
캘리그라피와 핸드팬 모임을 하고 있어요. 거의 다단계처럼 인원을 모집했어요.(ㅎㅎ) 사람이 사람을 불러들이는 방식으로요. 모임원이 본인 자녀도 데려오고, 지인도 데려왔어요. 핸드팬 아시나요? 둥그런 솥뚜껑 혹은 UFO 같이 생긴 악기가 있는데요. 핸드팬을 배우려고 알아보니, 도시로 나가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을에서 배울 수 있도록 모임을 만들었어요. 지인들 만날 때마다 홍보하고 타지에서 강사님도 모셔 와, 모임을 진행했어요. 지역 문화가 다양하지 않다보니, 직접 만드는 재미가 있어요. 캘리그라피 부스나 핸드팬 공연으로 초청받아 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고요. 이제는 어떤 활동을 하고자 할 때, 머릿속에 연결망이 떠올라요.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이제는 응원받고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떠올라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곡성 최초
핸드팬 모임
핸드팬으로
마을음악회까지 진출!
최근에 곡성 사람들과 사진전도 열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제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 한 ‘알밤창고’라는 계정이 있어요. 피드를 보는데 곡성 사진이 너무 예쁜 거예요. 알고 보니 곡성 토박이 청년의 계정었어요. 곡성의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어 계정을 만들었다고 해요. 이 사진을 저만 보기 아까워서 널리 알리고자, 사진전을 제안했어요. 또 미래교육재단에서 일하는 분 피드에 올라온 곡성 사진도 너무 멋져서, 그 분에게도 사진전을 제안했어요. 그렇게 한 명, 두 명 사람을 모아 사진전을 개최했어요. 사진전 개최가 제 버킷리스트이기도 했어요!
이런 식으로 하고 싶은 사람이 하나씩 문화를 만들어간다면, 지역 문화가 만들어지고 확장되는 게 아닐까요? 없다고 불평불만 해서 생기지 않더라고요. 지역에서는 결국 스스로 만드는 게 빠른 방법일 수 있어요. 군에서 지원하는 청년 창업, 동아리 활동 지원을 적극 활용하고요.
사진전 포스터
‘곡성의 사람들’을 주제로 기획
하시는 활동을 어떤 방식으로 지역에 알리나요?
지역에서는 페이스북이 아주 중요해요.(👉 베짱이 페이스북) 지역 활동하는 분들이 주로 40~50대여서 그런지 페이스북을 많이 쓰시더라고요. 공무원도 많이 보고요. 저는 이전부터 글 쓰고,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 꾸준히 글을 올렸어요.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는 주민과 교류하는 창구로서 제가 하는 일에 대해 기록했어요. 그러다 보니 지역 어른들이 저를 다양하게 시도하는 청년이라고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곡성을 떠난 토박이분이 “저는 도시에 있지만, 제 고향에서 귀한 일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댓글을 남긴 적도 있어요. 곡성이 되게 넓은데요. 만나지 않아도 페이스북을 통해 곡성 내 여러 지역의 소식을 알 수 있어요. 곳곳의 읍, 면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본 인 이야기만 적어도, 그게 모여 곡성의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아무튼 페이스북은 지역에서 네트워킹 하기에 적절한 플랫폼이니, 곡성에서 사업 혹은 지역 활동하려는 분들 페이스북 하시길 권합니다. 소식이 전해져야 응원받고, 함께 할 사람을 추천받기에 수월하거든요.
#곡성에서 살아가기
다른 지역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 곡성의 특징이 있나요?
“사람들 기세가 좋다!” 곡성 곳곳에 무언가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 덕분에 활력이 있어요. 에디터인 핸내님이 있는 겸면도 그렇고, 곡성 이곳저곳에 기획력과 힘이 있어 지역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무언가 해보고자 하는 사람이 곡성에 온다면 지역 안에서 해보기 좋을 거예요.
곡성에서 계속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관계예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게 있을 때, 해볼 수 있겠다 용기가 생기는 이유이기도 해요. 함께 할 사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 때문이죠. 지역에서는 저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이 많기에, 경험 많은 사람의 이야기들을 기회가 많아요. 불안하고 고민이 많을 땐, 마음 맞는 어른에게 지혜를 구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곡성에 살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군의 정책이 인구 유입을 위해 ‘귀촌인’에게 맞춰져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미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에게도 주거, 문화 등의 지원이 필요해요. 군민이 즐겁고 좋아야 곡성에 타지 사람들도 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역 청년의 이야기를 먼저 들을 필요가 있고요. 정착 청년 삶의 질 보장이 우선되어야, 새로 유입된 청년도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이 될 거예요.
요즘의 고민이 있나요?
어떻게 살아갈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고요. 다른 지역이었다면 이렇게 고민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싶어요. 저를 깊이 들여다보고 생각하도록 도와준 사람들이 곡성에 많아요. 더불어 지역에 뿌리내리는 게, 정착하는 게 무엇인지 계속 질문하고 있어요. 개인이 마음먹기에 달린 일인 건지 계속 알아가는 중이에요.
곡성에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지역 청년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주거나 일자리, 문화, 관계처럼 다양한 영역에서요. 특히 문화 영역에 관심이 많아요. 문화생활과 연계할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어요. 돈이 있든 없든 누구나 편하게 머물다 가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어요. 생각보다 읍내에 청년들이 교류하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그래서 책도 보고, 일도 하고, 차도 마시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 안에서 누군가는 재능을 나누고, 누군가는 농작물을 나누고, 다양한 모임이나 클래스도 열고, 자신만의 물건을 파는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 될 수 있겠죠. 실행을 위해 우선 사람을 모으고 있어요. ‘오만 원의 기적’이라고 부르는데요. 오만 원을 꾸준히 후원하는 열 명만 모이면 공간을 운영할 수 있어요. 지금 3명 모였으니, 7명 남았어요. 같이 책임지고 공간을 꾸려나갈 사람을 모집하고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곡성살이 10년 차 베짱이. 지역 청년과 관련한 교육과 간담회, 행사 자리에 가면 베짱이를 자주 볼 수 있다.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읍내와 면내 청년을 두루 만난다. 농사짓는 청년, 회사 다니는 청년과 허물없이 지낸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낸다. 곡성 청소년을 만나는 사회복지사부터 관광 기획자, 곡성 주민공정여행사 그리곡성의 대표를 했었다.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서 하다 보니, 자연스레 지역의 문화를 확장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베짱이가 자주 모임하는 카페 낭만가옥에서
#인터뷰이 소개
안녕하세요. 베짱이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곡성에 산 지 10년 차 된 30대 초반 최은희라고 합니다. 베짱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남해에서 나고 자랐고, 청주에서 대학에 다녔어요. 대학 졸업하고부터 쭉 곡성에서 살고 있어요.
곡성에는 언제, 어떻게 오시게 됐나요?
2015년, 23살에 왔어요. 청소년 센터에 사회복지사로 취업하게 돼서 왔어요. 곡성이라는 지역을 처음 알게 된 건 대학생 때였어요. 전국의 사회복지관을 돌아다니며 보고, 배우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었어요. 그때 곡성에서 청소년 복지를 하던 박경희, 김용운 선생님을 만나게 됐죠. 사회복지사 두 분의 따뜻한 눈빛과 청소년 복지를 대하는 태도에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덩달아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데, 마침 자리가 나서 함께 일하게 됐어요. 그렇게 저는 사람에 이끌려 곡성에 왔어요. 지나고 보니, 흐르듯 찾아온 운명이었구나 싶어요. 이분들이 곡성에 있었기에 저도 이 지역에 오게 됐네요.
대학생 사회복지실습으로 곡성에 왔을 당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베짱이
#곡성에서 일하기
사회복지사를 그만두고, 지역여행 관련 일을 하셨죠? 다른 분야로 이직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3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했어요. 센터 내, 외부 사정으로 폐업하게 되며 9개월 간 무직 상태로 지냈죠. 그러다가 전 직장동료로부터 곡성관광두레 청년피디 제안을 받았어요. 기존에 하던 일과는 다른 분야이기에 고민했어요. 당시 관광두레PD였던 홍수진PD가 이렇게 말했어요. “관광객과 마을이 공생할 수 있는 관광을 바라요. 단순히 여행객이 지역을 소비하고, 지역은 돈을 벌어들이는 그런 관광을 넘어서서요. 사회복지를 넓은 의미로 보면 한 사람이 주체성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람들과 더불어 살도록 돕는 일이죠. 저는 그런 의미에서 관광이 사회복지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일을 선택할 때, ‘사회적 가치에 도움이 되는가?’를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삼는데요. 진정성 있는 말에 홀랑 넘어가 버렸죠. 그렇게 곡성관광두레 청년피디로 일했어요. 이후에는 전남관광두레 청년관광 기획자와 주민공정여행사 그리곡성 공동대표로 일을 했어요.
관광두레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지역주민이 지역관광 관련한 창업을 할 때, 지원하는 역할을 했어요. 기존의 관광산업은 거대한 관광시설을 만들거나, 큰 지역 축제에 집중하는 형태예요. 하지만 이런 거대한 관광 산업이 실질적으로 지역에 살아가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아요. 결국 지역관광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주민이 주도적으로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사업체가 있어야 한다더라고요. 관광객이 단순히 기차마을 장미축제만 즐기다 가기보다는 다양한 곡성의 모습을 즐기길 바랐어요. 지역의 먹거리나 특산물도 풍성히 즐기고요. 그래서 곡성의 다채로운 풍경, 농산물, 이야기를 담아 창업하는 주민사업체를 도왔어요. 맞춤형으로 멘토링을 했어요. 주민사업체의 홍보마케팅을 지원하고, 주민들의 상황과 단계에 맞는 지원을 했어요. 견학이나 멘토링 같은 방법으로요.
곡성 내 유일한 지역여행사 ‘그리곡성’ 공동대표를 했었다고 들었어요.
지역여행사는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지역 공정여행상품을 만드는 여행사예요. 주민이 모여 지역여행을 만들고, 그 여행으로 인한 이득이 여행사뿐만 아니라 곡성 주민들에게 공정하게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상품을 만들어요.(👉 그리곡성 인스타그램) 그리곡성을 통하지 않고도 개별여행을 할 수 있지만, 그리곡성을 통해 여행을 하면 곡성 지역의 다양한 맛과 멋을 느끼고 갈 수 있어요. 여행에서 제공되는 간식, 음료, 웰컴키트와 식사, 숙소와 기념품까지. 모두 지역의 다양한 업체 혹은 주민이 만든 것들이에요.
그리곡성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섬진강 물멍 트레일워킹’ 여행이 있어요. (👉 '[테마기행 길] 걷고 싶은 이끌림 곡성의 길'에 나온 베짱이 보러가기) 코로나 시대에는 서로 거리를 두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어서 인기가 많았어요. 바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곡성 섬진강을 걸으며 멍도 때리고, 쉬어가기 좋은 여행이에요. 여행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곡성과 섬진강에 대한 이야기와 각 구간에서 만나는 다리나 도깨비 석상, 여행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간식과 음식에 얽힌 히스토리를 알려드려요. 1인용 방석이나, 가벼운 배낭, 모자와 의약품, 텀블러 등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세심하게 대여해 드리기도 해서 만족하더라고요. 그렇게 여행 한 번 온 분들은 재방문율이 거의 70퍼센트 이상이었어요.
아름다운 섬진강을 알리는 여행
그리곡성 대표로 티비 출연한 베짱이
여행객들과 함께 걷는 중
여행을 만들며 걸었던 섬진강길
곡성군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곡성군 문화재 탐방’도 진행했어요. 지역 주민이라고 지역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잘 안다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곡성의 역사적인 인물과 장소를 소재로 탐방을 기획했어요. 주민들과 함께 잘 몰랐던 문화재를 답사도 하고, 곡성 인근의 예술가나, 그 문화재에 어울리는 예술가도 섭외해 공연을 진행했어요. 문화재 탐방이 끝나고 ‘분기에 한 번씩 하자’, ‘한 달에 한 번씩 하자’는 후기가 있었어요. 곡성에 살아도 그렇게 의미 있고 풍경 좋은 곳이 있는지 몰랐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여행이나 탐방 후에 듣는 이런 참여자의 피드백이 저를 계속 일하게 했던 것 같아요.
문화재 탐방 프로그램에서
옛 조상들이 풍류를 즐기던 함허정
여행지로서 곡성의 특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뭔가 많이 없는 게 매력이에요. 너무 높은 건물이나 관광단지가 많지 않기에,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골 정취를 잘 느낄 수 있어요. 섬진강을 끼고 있고, 자연환경이 잘 남아있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제 친구들도 곡성 오면 되게 좋아해요. 인구밀집도 낮고, 차도 많지 않아 조용하고 평화롭대요.
#곡성에서 관계 맺기
읍내살이는 어때요? 읍내 벗어나 사는 사람으로서 궁금해요!
곡성 읍내는 귀촌한 청년 입장에서 거의 도시입니다. 찐 시골 생활을 원한다면 면 단위로 가는 걸 추천해요. 읍민과 면민의 생활환경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읍에는 편의점, 카페, 식당 다 있고요. 레저문화센터도 있어서 취미활동도 즐기기 좋아요. 다만, 면 단위 마을 정도로 이웃들과 자주 만나고, 친밀하게 지내진 않아요. 원한다면 다양한 모임과 활동으로 충분히 가깝게 지낼 수도 있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직장과 집만 오갈 수도 있는 환경이에요.
이웃과 어떻게 관계를 맺나요?
귀촌 초반에는 이웃의 도움을 흔쾌히 받고, 정을 나누는 게 어려웠어요. 괜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곡성에 얼마나 오래 살게 될지도 몰랐거든요. 하지만 이제 10년 차 되니 확실히 알겠어요. 이웃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는걸요. 마음을 활짝 연 지 얼마 안 됐어요. 지역에 살수록 이웃이 중요해요. 스스로 마음을 연다면, 이웃들도 다가올 거예요.
곡성에서 가장 친밀하게 지내는 관계 혹은 공동체가 있나요?
이전 직장동료들과 이제는 이웃으로 가깝게 지내요. 제가 사회복지사 시절 두 분에게 배우고 싶어 곡성에 내려온 걸 알기 때문에 더 챙겨주려고 하더라고요.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어쩌면 저를 더 단단하게 해준 사람들이에요. 곡성관광두레부터 주민공정여행사까지 함께한 동료는 제가 힘들 때, 적당한 채찍과 당근을 주며 저를 다독여주었어요. ‘사랑스러운 추격자’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제가 도망가려 할 때 따라와서 앉혀두고 토닥여줬거든요. 덕분에 맡긴 일에 책임을 지고, 진심으로 대하는 법을 배웠어요. 일터에서 그만두었다고 관계가 끊어지는 게 아니라, 이제는 마을이웃으로 관계가 이어지고 있어요. 때때로 서로가 필요할 때 일이나 활동을 같이하고 있기도 하고요.
베짱이의 든든한 이웃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문화제 동료들과
‘인문학공동체 협동조합 이화서원’이라는 공동체와 작년부터 자주 교류하고 있어요. 읍내에 있는 고운아파트 내에 2채의 공동체 공간이 있는데요. 식객으로 밥도 자주 먹으러 가고, 다양한 활동을 옆에서 거들고 있어요. 매주 목요일 누구나 와서 함께 밥 먹는 목요밥상과 어린이, 청소년 아웃도어캠프인 ’산소모험스쿨’ 활동을 돕기도 해요. 때로는 돈으로 후원도 하고요. 덕분에 식비 걱정도 많이 덜었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겼어요. 다양한 사람들과도 만날 수 있어 감사해요. 주역이나 동학, 애니어그램 등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또 살아갈 삶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분들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분들은 이화서원에 노크해 보면 좋겠어요.
#곡성에서 모임하기
다양한 모임을 하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모임원 모집이 잘 됐나요?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너무 하고 싶은데 마을에 없어서 만든 모임이에요. 물론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가능했죠. 처음 했던 모임은 ‘곡성 동네 친구들’이라고 청년 문화 모임이었어요. 지역 청년들이 바라는 문화 활동을 만들고자 청년기획단 7명을 모았어요. 지역문화진흥원 예산을 지원받아 여러 행사와 활동을 진행했어요. 한 번은 ‘한밤 한 잔’이라는 주제로 군청 앞 잔디마당을 빌려 행사를 진행했어요. 공연도 즐기고, 술과 음식,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였어요. 나중에 다녀간 사람 수를 정리해 보니 100명 정도 오갔더라고요. 곡성 청년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었구나 하며 다들 놀랐어요. 이후에는 함께 섬진강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영화를 보고, 밥을 먹으며 지역 청년들과 모임을 이어나갔어요.
캘리그라피 모임
캘리그라피와 핸드팬 모임을 하고 있어요. 거의 다단계처럼 인원을 모집했어요.(ㅎㅎ) 사람이 사람을 불러들이는 방식으로요. 모임원이 본인 자녀도 데려오고, 지인도 데려왔어요. 핸드팬 아시나요? 둥그런 솥뚜껑 혹은 UFO 같이 생긴 악기가 있는데요. 핸드팬을 배우려고 알아보니, 도시로 나가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을에서 배울 수 있도록 모임을 만들었어요. 지인들 만날 때마다 홍보하고 타지에서 강사님도 모셔 와, 모임을 진행했어요. 지역 문화가 다양하지 않다보니, 직접 만드는 재미가 있어요. 캘리그라피 부스나 핸드팬 공연으로 초청받아 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고요. 이제는 어떤 활동을 하고자 할 때, 머릿속에 연결망이 떠올라요.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이제는 응원받고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떠올라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곡성 최초 핸드팬 모임
핸드팬으로 마을음악회까지 진출!
최근에 곡성 사람들과 사진전도 열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제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 한 ‘알밤창고’라는 계정이 있어요. 피드를 보는데 곡성 사진이 너무 예쁜 거예요. 알고 보니 곡성 토박이 청년의 계정었어요. 곡성의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어 계정을 만들었다고 해요. 이 사진을 저만 보기 아까워서 널리 알리고자, 사진전을 제안했어요. 또 미래교육재단에서 일하는 분 피드에 올라온 곡성 사진도 너무 멋져서, 그 분에게도 사진전을 제안했어요. 그렇게 한 명, 두 명 사람을 모아 사진전을 개최했어요. 사진전 개최가 제 버킷리스트이기도 했어요! 이런 식으로 하고 싶은 사람이 하나씩 문화를 만들어간다면, 지역 문화가 만들어지고 확장 되는 게 아닐까요? 없다고 불평불만 해서 생기지 않더라고요. 지역에서는 결국 스스로 만드는 게 빠른 방법일 수 있어요. 군에서 지원하는 청년 창업, 동아리 활동 지원을 적극 활용하고요.
사진전 포스터
‘곡성의 사람들’을 주제로 기획
하시는 활동을 어떤 방식으로 지역에 알리나요?
지역에서는 페이스북이 아주 중요해요.(👉 베짱이 페이스북) 지역 활동하는 분들이 주로 40-50대여서 그런지 페이스북을 많이 쓰시더라고요. 공무원도 많이 보고요. 저는 이전부터 글 쓰고,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 꾸준히 글을 올렸어요.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는 주민과 교류하는 창구로서 제가 하는 일에 대해 기록했어요. 그러다 보니 지역 어른들이 저를 다양하게 시도하는 청년이라고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곡성을 떠난 토박이분이 “저는 도시에 있지만, 제 고향에서 귀한 일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댓글을 남긴 적도 있어요. 곡성이 되게 넓은데요. 만나지 않아도 페이스북을 통해 곡성 내 여러 지역의 소식을 알 수 있어요. 곳곳의 읍, 면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본인 이야기만 적어도, 그게 모여 곡성의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아무튼 페이스북은 지역에서 네트워킹 하기에 적절한 플랫폼이니, 곡성에서 사업 혹은 지역 활동을 하려는 분들은 페이스북 하시길 권합니다. 소식이 전해져야 응원받고, 함께 할 사람을 추천받기에 수월하거든요.
#곡성에서 살아가기
다른 지역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 곡성의 특징이 있나요?
“사람들 기세가 좋다!” 곡성 곳곳에 무언가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 덕분에 활력이 있어요. 에디터인 핸내님이 있는 겸면도 그렇고요. 곡성 이곳저곳에 기획력과 힘이 있어 지역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무언가 해보고자 하는 사람이 곡성에 온다면 지역 안에서 해보기 좋을 거예요.
곡성에서 계속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관계예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게 있을 때, 해볼 수 있겠다 용기가 생기는 이유이기도 해요. 함께 할 사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 때문이죠. 지역에서는 저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이 많기에, 경험 많은 사람의 이야기들을 기회가 많아요. 불안하고 고민이 많을 땐, 마음 맞는 어른에게 지혜를 구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곡성에 살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군의 정책이 인구 유입을 위해 ‘귀촌인’에게 맞춰져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미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에게도 주거 문화 등의 지원이 필요해요. 군민이 즐겁고 좋아야 곡성에 타지 사람들도 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역 청년의 이야기를 먼저 들을 필요가 있고요. 정착 청년 삶의 질 보장이 우선되어야, 새로 유입된 청년도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이 될 거예요.
요즘의 고민이 있나요?
어떻게 살아갈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고요. 다른 지역이었다면 이렇게 고민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싶어요. 저를 깊이 들여다보고 생각하도록 도와준 사람들이 곡성에 많아요. 더불어 지역에 뿌리내리는 게, 정착하는 게 무엇인지 계속 질문하고 있어요. 개인이 마음먹기에 달린 일인 건지 계속 알아가는 중이에요.
곡성에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지역 청년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주거나 일자리, 문화, 관계처럼 다양한 영역에서요. 특히 문화 영역에 관심이 많아요. 문화생활과 연계할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어요. 돈이 있든 없든 누구나 편하게 머물다 가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어요. 생각보다 읍내에 청년들이 교류하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그래서 책도 보고, 일도 하고, 차도 마시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 안에서 누군가는 재능을 나누고, 누군가는 농작물을 나누고, 다양한 모임이나 클래스도 열고, 자신만의 물건을 파는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겠죠. 실행을 위해 우선 사람을 모으고 있어요. ‘오만 원의 기적’이라고 부르는데요. 오만 원을 꾸준히 후원하는 열 명만 모이면 공간을 운영할 수 있어요. 지금 3명 모였으니, 7명 남았어요. 같이 책임지고 공간을 꾸려나갈 사람을 모집하고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사람 때문에 곡성 온 베짱이. 사람 때문에 울고, 웃고, 일하고, 단단해지는 삶이다. 때에 맞는 이웃들의 위로와 격려, 제안이 그의 삶을 이끌어간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가 좋은 사람이었기에, 주변에도 좋은 이웃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때로는 힘이 없을 때, 베짱이를 떠올리며 그저 지금의 상황과 관계에 나를 던져놔도 될 것 같은 믿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