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우리는 (_) 하고 있다

시골에서 우리는
(다시 살아보려) 한다

고된 시골살이에 지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

신지원, 민조

 [기획연재] 우리는 (_) 한다

시골에서 우리는 (다시 살아보려) 한다

고된 시골살이에 지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

신지원, 민조

12월이 왔다.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이 12월이 주는 무게감과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몰아치는 계절. 12월은 왜 하필 겨울일까. 따뜻한 봄에 한해의 마지막을 맞이했다면 조금 더 산뜻한 기분으로 내년을 준비할 수 있었을까. 부디 구독자님에게 올 한해가 그리 무겁지만은 않았기를, 연초의 계획을 다 지킬 수 없었더라도 그래도 후회 없는 2023년이었기를 바란다. 도란도란 둘러앉아 웃으며 한해를 추억할 수 있다면, 우리는 분명 잘 해냈을 것이다. 아홉 번의 기사와 인터뷰로 구독자님을 만나며 매거진 농담의 모든 구성원도 행복한 일 년을 보냈다. 설레는 봄과 뜨거운 여름, 상쾌한 가을과 포근한 겨울, 사계절을 함께 보내며 쌓인 이야기가 우리의 일기장 같은 매거진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제 다시 ‘파이팅 해야지!’를 외칠 시간, 올 한해 농담을 돌아본다. 우리가 나눈 ‘농담’ 속에 잔상처럼 남은 추억들을 떠올리며.


올봄, 충분히 설렜었나요?


올해 3월, 우리도 시골에서 설렐 수 있습니다! 라며 2023년 농담의 첫 포문을 열었다. 산에 들에 꽃이 피고 우리의 마음에도 ‘올해 다 뿌신다!’라는 열정이 피어오르다 못해 타올랐던 그맘때. 구독자님의 3월은 어떠셨는지. 충분히 설렜고, 충분히 피어올랐었다면 (결과야 어쨌든) 봄의 본분을 다했으리라. 아직 겨울의 정점이 오진 않았지만, 점점 맹렬하게 추워지는 날씨를 보며 다시 봄을 꿈꿔본다. 그래서 내년 계획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이제 여기 곡성에도 심심치 않게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공사 현장을 볼 수 있다. 내년쯤이면 새집에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다. 낡고 낮은 집이 허물어지고 아파트가 지어지는 풍경은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온다.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 담장 낮은 정취가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과 시골에도 주거의 선택지가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나라도 아파트 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머리와 가슴에서 싸우는 것 같다.


이것은 시골에 사는 우리가 매번 고민하는 문제기도 하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기꺼이 감당하겠다 마음먹고 시작한 시골살이에서 번번이 ‘도시의 편리함’이 그리워진다. 아름다운 자연은 감상하되, 그래도 벌레 없는 새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 이런 삶의 모순은 우리를 자꾸 미래에 살게 한다. ‘공기 좋은 곳에 편안한 나만의 집을 짓고 싶어.’, “굳이 도시로 나가지 않더라도 자급자족하며 살고 싶어.’, ‘회사에 출근하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싶어.’ 하는 꿈같은 것들 말이다. 바람이 있다면 ‘~하면 좋겠다.’가 ‘~하려 한다.’로, 나아가 ‘~하겠다.’, ’~해냈다’로 변화할 수 있기를.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라도, 내년 봄에도 다시, 또다시 허무맹랑하지만 발칙한 새꿈을 꾸려 한다.

뜨거운 여름, 잘 이겨내셨나요?


해가 갈수록 여름은 이겨내야 하는 계절이 돼가는 것 같다. 여름을 무사히 보내고 나면 올해의 큰 미션 하나쯤은 해치운 기분이다. 어느 지역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어느 지역은 비가 너무 안 와서 문제였던 올여름. 구독자님의 여름은 촉촉하셨는지? 아니면 축축하셨을지, 혹은 너무 건조해서 마음이 부르트지는 않았는지 궁금해진다.

올 여름 더위에 물먹지 않도록 부지런히 밖으로 나갔다. 그 덕분에 이번 여름 인터뷰지에 실린 두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7월 인터뷰를 장식한 찬아씨와 9월 인터뷰의 Jasmine씨는 나에게 이번 여름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두 사람들 모두 만나기 전에 어떤 ‘각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던 찬아씨는 일단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얼굴을 보아야 인터뷰 요청을 드리는데 그녀는 바빴다! 굉장히 바빴다! 하여, 일단 인사라도 드리고자 이른 아침 찬아씨가 진행 중인 팟캐스트 녹음 현장을 찾아갔다. 일어난 지 30분도 되지 않아 빵 한 봉지 사 들고 구경삼아 찾은 현장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날 나는 팟캐스트에 출연까지 하게 되었다! 그녀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간 자리에서 역으로 내가 질문 공세를 당하고 왔다. 덕분에 찬아씨와 즐거운 대화를 7월 농담에 실을 수 있었으니 굉장히 보람된 걸음이었다.


찬아씨와 인터뷰를 하던 날에는 하필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렸다. 비가 안 와서 문제였는데 하필 사진 촬영을 해야 하는 날 폭우가 쏟아지다니. 그녀는 나에게도 이 시골에도 단비 같은 사람이었다. 사진 촬영은 실내촬영 위주가 되었지만 어쨌든.🤣

Jasmine씨와 만남은 올해의 그 어떤 만남보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떨림이었다. 그녀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나는 무려 한 달을 영어 인터뷰지를 준비하고 가서 한마디라도 더 묻기 위해 먼지 쌓인 영어책을 펼쳐야만 했다. 그녀와 만남은 정말 뜨거웠고 더웠고 내 마음처럼 불타올랐다. 나는 좀처럼 긴장을 모르는 사람인데 어찌나 긴장했던지 등에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서투른 내 질문에도 연신 웃으며 대화를 이끌어 준 Jasmine씨의 넓은 이해심에 감사를 보내며, 내년에는 꼭! 내년에야말로 반드시!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뻔한 다짐을 해본다. 나에게 올여름을 콩닥콩닥 설레게 했던 영어 인터뷰가 이번 여름 가장 뜨거웠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여러분에게 이번 여름 가장 뜨거웠던 순간은 언제였을지?


마침내 이뤄낸 결실이 있나요?


항상 짧아서 아쉬운 가을. 올해는 다른 해보다 조금 길었던 느낌이다. 생각보다 늦게 찾아온 추위 덕분에 가을을 실컷 즐길 수 있었다. 더 이상 연초 계획을 미룰 수 없던 가을날, 나는 인생의 계획을 전면 수정하며 유례없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앞으로 맺을 결실을 위해 큰 결심부터 하게 되었다는 말장난을 남기며, 구독자님의 가을에는 어떤 열매들이 열렸는지 질문을 남긴다. 무언가 수확물이 없다면? 그걸로도 좋다. 세상에는 한해살이풀만 있는 게 아니다. 아직 열리지 못한 당신의 열매는 더 큰 결실을 위해 다가올 풍요로운 계절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가을을 보내며 나는 이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한살 한살 나이를 먹는 것은 좋았던 날들과의 이별인지 다가올 날들에 대한 만남일지 가을다운 감상에 빠진다. 이 시골에서의 가을이 유난히 좋다. 단풍 구경을 하러 멀리 가지 않아도 지천에 물든 나무들이 있는 게 좋고, 생활과 여행의 거리가 멀지 않아서 좋다. 따로 시간을 빼지 않아도 앞 동네만 나가도 여행을 떠난 기분이 드는 게 좋다. 이 좋은 시간들과 언젠가 이별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너무 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라 했던가. 영원한 게 없다는 세상에서 이 고요함과 이 풍경만은 부디 영원하길 매달려 본다.


읍내에 공사 중인 아파트는 하루가 다르게 높이 올라가고 있다. 가을 하늘의 풍경이 구름과 단풍과 더불어 부지런히 돌아가는 크레인으로 채워진다. 5년 후, 10년 후에 그릴 가을 하늘에 또 어떤 것들이 더해질지 기대와 동시에 염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아직은 초록색으로만 이 시골을 그려내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살아보려 한다.


겨울이 왔다는 것, 한 해가 간다는 것은 곧 봄이 온다는 것, 다시 새로운 한 해가 찾아온다는 것.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하며 우리는 다시 살아보려 한다. 낡은 집을 고치고, 도랑을 정비하고 가지치기를 해가며 때마다 돌아오는 새로움을 다시 잘! 살아보려 한다.


올 한 해 매거진 농담을 읽어주신 구독자님께, 2023년 수줍게 건넨 우리의 농담이 재미있었는지, 마음에 남는 단 한 줄이라도 있었는지 묻고 싶다. 삐뚤빼뚤 그려 갔어도 날마다 앞으로 나아감이 있었던 <매거진 농담>이었기를 바란다. 내년에도 우리의 농담이, 필담이, 진담이 잘 전해지길 소망해 본다! 읽히지 않는 글은 낙서에 지나지 않는다. 구독자님이 읽어주는 순간 농담은 생명을 얻는다. 앞으로도 계속 읽어주시길, 계속 함께 수다 떨어주시길🥰

nongdam@farmnd.co.kr 

농담은 곡성군과 팜앤디 협동조합이 함께 만듭니다. 

농담은 곡성군과 팜앤디가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