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충분히 설렜었나요?
올해 3월, 우리도 시골에서 설렐 수 있습니다! 라며 2023년 농담의 첫 포문을 열었다. 산에 들에 꽃이 피고 우리의 마음에도 ‘올해 다 뿌신다!’라는 열정이 피어오르다 못해 타올랐던 그맘때. 구독자님의 3월은 어떠셨는지. 충분히 설렜고, 충분히 피어올랐었다면 (결과야 어쨌든) 봄의 본분을 다했으리라. 아직 겨울의 정점이 오진 않았지만, 점점 맹렬하게 추워지는 날씨를 보며 다시 봄을 꿈꿔본다. 그래서 내년 계획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이제 여기 곡성에도 심심치 않게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공사 현장을 볼 수 있다. 내년쯤이면 새집에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다. 낡고 낮은 집이 허물어지고 아파트가 지어지는 풍경은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온다.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 담장 낮은 정취가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과 시골에도 주거의 선택지가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나라도 아파트 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머리와 가슴에서 싸우는 것 같다.
이것은 시골에 사는 우리가 매번 고민하는 문제기도 하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기꺼이 감당하겠다 마음먹고 시작한 시골살이에서 번번이 ‘도시의 편리함’이 그리워진다. 아름다운 자연은 감상하되, 그래도 벌레 없는 새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 이런 삶의 모순은 우리를 자꾸 미래에 살게 한다. ‘공기 좋은 곳에 편안한 나만의 집을 짓고 싶어.’, “굳이 도시로 나가지 않더라도 자급자족하며 살고 싶어.’, ‘회사에 출근하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싶어.’ 하는 꿈같은 것들 말이다. 바람이 있다면 ‘~하면 좋겠다.’가 ‘~하려 한다.’로, 나아가 ‘~하겠다.’, ’~해냈다’로 변화할 수 있기를.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라도, 내년 봄에도 다시, 또다시 허무맹랑하지만 발칙한 새꿈을 꾸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