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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연재] 우리는 (_) 하고 있다

시골에서 우리는 (이겨내려)

하고 있다

고된 시골살이에 지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

신지원, 민조

 [기획연재] 우리는 (_) 하고 있다

시골에서 우리는 (이겨내려) 하고 있다

고된 시골살이에 지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

신지원, 민조

삶은 매 순간이 미션이어라. 이 시골이라고 한들 모든 일상이 평화롭지만은 않다. 도시의 삶이 그러하듯 이곳에서도 매번 이겨내야만 하는 것들이 즐비하다. 오늘도 불철주야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 애쓰는 하루하루가 고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지지 않고 극복해 내는 것이 청년의 미덕이기도 하다. 하여 부지런히 몸과 마음을 움직여 본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도대체 뭐하고 싸우시길래? 싸워서라도 지지 않아야 할 것들은 많다. 매일 밤 스산하게 나타나 나를 위협하는 벌레가 그렇고, 초저녁부터 불이 꺼지는 가로등이 그렇고, 풀벌레 빼고는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외로움이 그렇다. 아, 때 되면 범람하는 하천과 얼어붙는 하수도도 빼둘 수 없는 강적이다.

한 대 때릴 수 있는 상대라면 속이라도 시원할 텐데, 여기 시골에서의 싸움은 대부분 나 자신과의 싸움, 혹시 혼자 열 내봐야 허공에 주먹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이제는 시골 생활에 잔뼈가 굵은, 나름 귀촌 베테랑으로서 몇 가지 필승 극복 방법을 적어본다. 귀촌 초기, 나는 사람과도 싸우고 자연과도 싸우고 나 자신과도 싸웠다. 한동안 싸우러 내려왔냐는 소리도 더러 들었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삶에 지지 않고 생존하려 발버둥을 쳤던 것 같다.


창문가 흙더미 밑에 똬리를 튼 뱀을 발견했던 날, 나는 집에 모든 문과 창문을 다 걸어 잠그고 뭐 이딴 곳이 다 있냐며 진저리를 쳤다. 인공지능이 판치는 세상에 뱀 퇴치 방법을 검색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투덜거리다가, 문뜩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아, 이런 경험을 또 누가 해보겠어? 저 뱀을 쫓아내면 뭔가 레벨업 할 것 같다! (뱀고기를 보상 아이템으로?🐍)


각종 벌레퇴치 이렇게 하세요 🐞


벌레 친구들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가장 놀랄 타이밍에 나타나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한방에 때려잡을 용기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건 아마 우리의 작은 간으로는 조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온몸으로 익힌 벌레 친구들과 손절법을 소개한다. 다 어떻게 알았냐고? 나도 차마 알고 싶진 않았지만 알게 되었다는 슬픈 사실.


. 지네 퇴치

지네는 그 비주얼부터 왠만한 성인 남성도 제압할 강력한 위용을 나타낸다. 꼭 쌍으로 다닌다는 속설은 등 뒤 식은땀을 두 줄기로 흐르게 하는데, 휴지나 책으로 때려잡기에도 크기가 너무나 큰 지네들. 습하고 지저분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특히 비가 오는 장마철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빵가루나 계란 노른자에 붕산이나 백반을 섞어 뿌려두면 효과가 좋다! 약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니, 집 주변 습한 곳에 미리미리 뿌려두자. (집에 반려동물이나 어린아이가 있다면 손에 닿지 않게 주의할 것!)

맛있어 보인다고 절대 드시면 안 됩니다.
맛있어 보인다고 절대 드시면 안 됩니다.

. 거미 퇴치

거미는 사실 시골에서 사람보다 더 자주 만나는 녀석이다. 모서리진 어디라도 순식간에 거미줄을 만드는 기가 막힌 친구다. 🕷️ 이제는 몇 마리씩 나타나도 같이 사는 룸메다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 긴다리와 통통한 몸통을 볼 때면 영 정이 붙지 않는다. 이렇게 오래 같이 살거면 월세를 같이 내야하는 거 아닌가 싶을 때 무전취식 거미 룸메에게 계피를 뿌려보자. 계피향은 거미 뿐만 아니라 작은 날벌레나 개미들도 싫어하는 냄새다. 조금 여유가 된다면 페퍼민트 오일이나 편백수도 거미를 몰아내는데 효과가 있다.


. 돈벌레 (그리마) 퇴치

돈벌레는 익충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 수많은 다리를 보고도 나타나 줘서 고맙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여름, 간지러운 느낌에 자다가 깬 나는 내 팔뚝을 타고 올라오고 있는 돈벌레와 눈이 마주쳤다. 내 생에 그렇게 고음으로 소리를 질러 본 적도 없을 것이다. 돈벌레는 습한 환경을 사랑한다. 비가 오거나 조금만 습해져도 어김없이 출몰한다. 해서 집을 건조하고 서늘하게 유지하는 게 제일 필수. 그렇게 살다가는 돈벌레보다 사람이 먼저 죽겠다고 한다면, 양파를 이용해 보자. 이 친구들은 양파 냄새를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양파 껍질과 양파를 망에 넣어 하수구나 습한 곳에 걸어두면 좋다. (양파가 썩기 전에는 반드시 치울 것. 아니면 다른 벌레가 꼬인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싸움, 나 자신과 싸우기


아무리 강한 적이 나타난다고 해도, 나 자신과 싸우는 것보다 어려울까. 나는 생각보다, 예상보다, 지네보다 강적이다! 끊임없이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는 악마 같은 녀석. 그러나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녀석. 바로 나란 녀석. 이 시골에서는 잔소리 해주는 사람이 적다 보니 나란 녀석은 틈만 나면 나를 이부자리에 눕히고, 군것질을 시키고, 정오까지 잠들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무지하게 게을렀다는 뜻)

. 움직일 것

시골에 살면 더 많이 걸을 것 같지만, 절대 아니다. 조금만 멀면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걸을 일이라고는 마트를 갈 때 뿐이다. 농사라도 지으면 움직이겠지만, 여전히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나 같은 문서 노동자는 손가락 빼고는 굳이 움직일 일이 없다. 그래서 나는 (강제로) 걷기 시작했다. 매일 한 시간씩 산책을 나갔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들고 우비를 입고 걸었다. 바빠서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는 날에는 한밤중에라도 나가 걸었다. 아무리 귀촌민이라도 낯선 동네에서는 집 근처만 배회하다 시간을 보낼 확률이 높다. 그래서 옆 동네도 가고 뒷동네, 앞 동네, 모르는 동네까지 숙제하는 마음으로 걸었고, 걷고, 걸어가는 중이다.



. 대화 할 것

태생이 수다쟁이인 나도 이곳에 와서 한동안 입에 거미줄을 치고 살았다. 정-말 말 할 상대가 없어 전화통에 불나도록 전화만 돌리던 날도 많았다. 대화 상대가 없다는 것만큼 사람을 삭막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사람에게는 언어의 총량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오늘 할 말 내일로 미루지 않기 위해, 나는 거침없이 말을 걸어댔다. 마트 계산원에게 오늘 들어온 싱싱한 상품은 뭔지 묻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잡화점에 들러 굳이 인사를 드리고, 버스 정류장에 할머니가 어디로 가시는지, 뭘 그렇게 양손 가득 사셨는지 물었다. 나의 물음은 이 마을에 건네는 대화이기도 했다. 이곳에 살고 싶으니까, 나는 이 마을과 부지런히 대화했다.


. 기록할 것

시골에 내려와 가장 잘 들인 버릇은 바로 일기를 쓰는 습관이다. 마을 카페 사장님이 주신 관공서 다이어리에 낙서처럼 쓰기 시작한 일기를 3년이 지난 지금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쓰고 있다. 다이어리에 새긴 하루하루를 언젠가 어디 있을지 모를 내가 들춰봤을 때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를 기록해주는 꼬마 친구
나를 기록해주는 꼬마 친구

오늘 하루도 잘 이겨냈나요?


눈물 쏙 빠지게 힘든 일이 있었던 날, 누군가 내게 ‘신은 이겨낼 만큼의 고난을 준다. 나를 성장시키려고 이 고난을 주신 것이다.’라는 말을 건넸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이 말을 문신처럼 마음에 새기고 산다. 다소 거친 시골의 삶이 유독 힘든 날, 고향에 두고 온 가족과 친구들이 너무나 그리운 날에 나는 다시금 되새겨본다. 오늘 이 외로움과, 이 고독함과, 이 귀찮음을 이겨내면 나는 한층 더 성장한다! 부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당신만의 싸움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며, 오늘보다 레벨업 할 내일의 나는 조금 더 나은 모습이길 바라본다. 우리는 우리 삶의 개척자니까.

nongdam@farmnd.co.kr 

농담은 곡성군과 팜앤디 협동조합이 함께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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