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직일 것
시골에 살면 더 많이 걸을 것 같지만, 절대 아니다. 조금만 멀면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걸을 일이라고는 마트를 갈 때 뿐이다. 농사라도 지으면 움직이겠지만, 여전히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나 같은 문서 노동자는 손가락 빼고는 굳이 움직일 일이 없다. 그래서 나는 (강제로) 걷기 시작했다. 매일 한 시간씩 산책을 나갔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들고 우비를 입고 걸었다. 바빠서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는 날에는 한밤중에라도 나가 걸었다. 아무리 귀촌민이라도 낯선 동네에서는 집 근처만 배회하다 시간을 보낼 확률이 높다. 그래서 옆 동네도 가고 뒷동네, 앞 동네, 모르는 동네까지 숙제하는 마음으로 걸었고, 걷고, 걸어가는 중이다.
. 대화 할 것
태생이 수다쟁이인 나도 이곳에 와서 한동안 입에 거미줄을 치고 살았다. 정-말 말 할 상대가 없어 전화통에 불나도록 전화만 돌리던 날도 많았다. 대화 상대가 없다는 것만큼 사람을 삭막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사람에게는 언어의 총량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오늘 할 말 내일로 미루지 않기 위해, 나는 거침없이 말을 걸어댔다. 마트 계산원에게 오늘 들어온 싱싱한 상품은 뭔지 묻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잡화점에 들러 굳이 인사를 드리고, 버스 정류장에 할머니가 어디로 가시는지, 뭘 그렇게 양손 가득 사셨는지 물었다. 나의 물음은 이 마을에 건네는 대화이기도 했다. 이곳에 살고 싶으니까, 나는 이 마을과 부지런히 대화했다.
. 기록할 것
시골에 내려와 가장 잘 들인 버릇은 바로 일기를 쓰는 습관이다. 마을 카페 사장님이 주신 관공서 다이어리에 낙서처럼 쓰기 시작한 일기를 3년이 지난 지금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쓰고 있다. 다이어리에 새긴 하루하루를 언젠가 어디 있을지 모를 내가 들춰봤을 때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