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우리도 (_) 할 수 있다!

시골에서 우리도 (놀) 수 있다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 친구들은 필독!

신지원, 민조

 [기획연재] 우리도 (_) 할 수 있다

시골에서 우리도 (놀) 수 있다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 친구들은 필독!

신지원, 민조

벌써부터 한 낮에 더위가 가만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르게 만든다. 더위는 곧 여름 페스티벌의 서막이요, 물놀이의 신호탄일지니,  ‘노는 게 제일 좋아’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여름은 낭만의 계절이자 자유의 계절이다. 나 역시, 노는데 빠지면 사흘 밤낮으로 서운한 사람. ‘이 시골에서 무엇 하고 놉니까?’ ‘계곡에서 멱이나 감나요?’라고 순수한 눈망울로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시골 사는 우리는 우리 스타일대로 놀고 있다. 그것도 아주 잘. 아스팔트 정글에서 농촌의 놀이를 궁금해할 당신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우리 이렇게 재밌게 노는데, 같이 노실라우?”

처음 이 시골에 왔을 때, 우리는 무려 100일 동안 술을 마셨다. 자연을 벗 삼아 마시니 신선이 부럽지 않더라, 취하지도 않더라 라고 변명해 본다. 새로운 공간이 주는 신선함이 사라지고, 술기운도 사라지니 뭐 하고 놀아야 할지가 막연해졌다. 어느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서 ‘삶의 고통은 작은 재미로 잊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는데, 시골 생활이 현실이 된 우리는 작은 재미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시골에 왔으면 시골답게 놀아야 하는 법. 도시에 있을 때 당신은 무얼 하고 노는지 묻고 싶다. 서울에 살 때 나는 한강을 걷고, 한강에서 술을 마시고, 한강에서 돗자리를 펴고 게임을 했다. 곡성에도 물론 섬진강이 있다. 그러나 섬진강에서 술을 마시고, 섬진강 바로 옆에 돗자리를 펴기에는 (약간) 목숨을 걸어야 할 위험성이 있다. (물론, 섬진강에는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구역이 아주 많다.) 술병은 잠시 내려두고, 이왕이면 건강하고 이왕이면 신나게 놀아보는 것이 좋겠다.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우리는 날마다 날이 어두워지길 기다린다. 밤이 오면 하늘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이 어둠의 장막을 수 놓는다. 특권처럼 주어지는 별 헤는 밤들. 날이 좋으면 캠핑 의자를 깔고 앉거나 그것도 없으면 겉옷을 벗어서 깔고 가장 어두운 자리에 벌렁 눕는다. 가장 어두워야 가장 밝은 별이 보인다. 이 별은 무슨 별이고 저 별은 무슨 별인지 찾아보다가 그마저도 이내 멈춘다. 별의 소리를 듣는다. 풀벌레 소리와 함께 별도 운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야 알았다. 별은 무슨 소리를 내며 울까? 반짝반짝 유리알 굴러가는 소리를 낼까? 별은 내 마음이 우는 소리와 같은 소리를 내며 운다. 슬픈 날에는 슬프게, 기쁜 날에는 기쁘게. ‘별은 내 가슴에’란 말이 떠오른다.

가끔 도시에 가면, 대낮같이 밝은 불빛에 질식한 별들의 흔적을 찾는다. 너무 밝아 보이지 않을 뿐 도시에도 분명 이곳과 같은 별이 뜰 것이다. 가로등도 없는 시골의 밤에 불평하다가도 마땅히 어두워야 할 때, 어두워지는 삶에 고마움을 느낀다. 더불어 밤바다 별을 바라보는 낭만적인 취미를 선사해 준 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은하수 깔린 밤하늘을 무드등 삼아 누워본다.


워터밤 부럽지 않은 시골의 물놀이


우리에게도 워터 페스티벌이 있다! 물총도 쏘고, 물대포도 쏜다. 인기 가수도 공연을 한다. 유명한 여름 페스티벌에 지지 않는 화력이 있다. 지난 2022년, 곡성에는 아이스크림 페스티벌이 열렸다. 멜론, 토란 등 지역 각종 먹거리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고 워터 슬라이드를 타고 다이나믹 듀오의 공연을 즐겼다. 맨 앞자리에서 안전 펜스를 잡고 물총을 쏘는 어머니를 보며, 즐기는 데는 나이가 없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물론, 고전적인 자연 속의 물놀이도 즐겨본다. 이 시골에는 물 맑고, 놀기 좋고, 심지어 사람도 붐비지 않는 천연 계곡들이 즐비하다. 수박 한 통 들고,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계곡물 속에 풍덩 빠지면 피서는 그걸로 끝이다. 계곡에 들어가기 위해 여름을 기다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비들이 왜 경치 좋은 계곡마다 자리를 깔고 앉았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페스티벌도, 계곡도 놀러 가기 어렵다면 근처 공원의 분수도 좋다. 어느 순간에는 물이 불시에 나오는 분수에서 노는 것이 더 재밌기도 하다. 대신 옷과 신발을 젖힐 각오 정도는 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쫄딱 젖은 몸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어른이므로, 여벌 외투 정도는 준비하고 분수로 뛰어들어야겠다. 인터넷에 떠도는 분수대 물을 맞으며 피리를 부는 아이의 사진이 생각난다면, 피리 하나 준비하는 것도 완벽하겠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여러분이 챔피언


나는 노는 것은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골에서 가장 잘 노는 사람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였음을 곧 인정했다. 옆집 할머니는 새벽마다 텃밭을 가꾼다. 힘들지 않으시냐고 물으며 상추 뜯는 게 제일 재밌다고 답하신다. 마을 어귀에 사는 노부부는 주말마다 춤을 배우러 다닌다. 곧 잘 춰서 가끔 회관에서 공연도 올린다. 건넛마을에는 어르신 농악대가 있다. 행사 때마다 대열을 맞춰 오프닝 공연을 여는 유명한 팀이기도 하다.

젊은 우리는, 나이 들어서 까지 재밌게 놀기 위해 지금 부지런히 놀아야 한다. 즐기는 것을 배우지 못하고 늙은 사람은 끝까지 일상의 즐거움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워커홀릭’도 좋지만, ‘휴식홀릭’이 되어야 한다. 휴식도 일처럼 열심히, 열정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이왕이면 즐겁게. 그래서 시골에 사는 우리는, 우리답게 시골에서 놀고 있다. 그것도 이왕이면 아주 즐겁게.

nongdam@farmnd.co.kr 

농담은 곡성군과 팜앤디 협동조합이 함께 만듭니다. 

농담은 곡성군과 팜앤디가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