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주문한다는 모듬 순대 국밥으로 두 그릇을 주문했다. 국밥을 기다리는 동안 간과 허파가 밑반찬으로 나왔다. 곡성 한일 순대 국밥은 매일 도축장에서 공수해 온 신선한 선지와 내장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잡내가 없이 고소했다. 과연 국밥은 어떤 맛일지 기대가 되었다.
하얀 김을 폴폴 풍기며 국밥이 나왔다. 국물이 넘칠 듯 가득 담겨있었다. 이곳은 특이하게 초장과 들깻가루를 제공하지 않는다. 내장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한 밥과 국물을 따로 주지 않고 무조건 한 그릇에 담아 준다. 다대기 또한 미리 담겨 나온다. 뽀얀 국물과 빨간 다대기, 그리고 초록 파가 맛깔스럽게 대비를 이루었다. 다대기를 섞기 전 국물을 먼저 맛보았다.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하면서 시원한 맛이 났다. 다른 곳에서 먹어본 순대 국밥에 비해 가볍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다대기를 섞어 한 입 떠먹어보니 칼칼함이 더해져 맛이 더 풍부해졌다.
국물만큼이나 내장과 순대도 맛있었다. 큼직하게 썰린 내장은 질긴 부위가 하나도 없이 꼬들꼬들하거나 부드러웠다. 밑반찬으로 나온 간과 허파와 마찬가지로 잡내가 하나도 없었다. 내장의 양이 정말 푸짐했는데 밥보다 내장이 더 많이 들어있었다. 순대도 내장처럼 큼직했다. 채소순대는 깻잎의 향과 콩나물의 시원함이 조화로웠고 피순대는 채소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 고소함이 가득했다. 겨울 아침의 차가운 공기로 굳었던 몸이 따뜻하게 풀리는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