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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03. 다녀왔어요, 곡성 맛집

한국의 맛 그리고 맛집

#곡성한일순대국밥  #한끼  #스물CAFE  #청솔가든

에디터 나이사, 이든

포토그래퍼 나이사


한국의 맛 그리고 맛집

#곡성한일순대국밥  #한끼  #스물CAFE  #청솔가든

에디터 나이사, 이든

포토그래퍼 나이사

전날의 여운이 남은 채로 아침부터 손을 호호 불며 맛집을 찾아 길을 나섰다. 오늘은 곡성에서 한국의 맛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을 찾아갔다. 내장 본연의 맛이 살아있는 국밥을 파는 곡성 한일 순대국밥과 지역민 추천 제육볶음 맛집인 한끼, 풍경 맛집 카페 스물, 참게와 메기를 얼큰한 탕으로 즐길 수 있는 청솔가든까지. 알차게 꽉꽉 채운 맛집 탐방 두 번째 날을 힘차게 시작해 본다!

곡성 한일 순대국밥

#얼큰시원한 #푸짐한 #잡내없는 #겨울맛집 

  • 주소 : 전남 곡성군 곡성읍 읍내리 218

  • 전화번호 : 061-363-8859

  • 영업시간 : 매일 7:00~14:00 

  • 휴      일 :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장날 휴무(곡성 장날은 3과 8로 끝나는 날)

  • 추가 정보 : 전통시장 전용 주차장 이용 가능, 초장과 들깻가루 제공하지 않음. 밥, 고기, 국물, 다대기가 한 번에 담겨 나옴.


장날이 아닌 전통시장의 아침은 한산했다. 쌀쌀한 날씨에 잔뜩 몸을 웅크리고 걸음을 재촉했다. 외관은 노란 기차 모양 간판을 제외하면 특이할 것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훈훈한 기운이 몰려들었다. 안은 생각보다 널찍했다. 우리를 제외하고 서너 명 정도의 손님이 국밥을 먹고 있었다. 직접 만든 듯한 식탁과 투박한 인테리어에서 시장의 정겨움이 느껴졌다.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테이블 위의 작고 귀여운 곰 모양의 휴지통이 눈에 띄었다. 사장님이 직접 고른 휴지통일까?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가장 많이 주문한다는 모듬 순대 국밥으로 두 그릇을 주문했다. 국밥을 기다리는 동안 간과 허파가 밑반찬으로 나왔다. 곡성 한일 순대 국밥은 매일 도축장에서 공수해 온 신선한 선지와 내장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잡내가 없이 고소했다. 과연 국밥은 어떤 맛일지 기대가 되었다. 


하얀 김을 폴폴 풍기며 국밥이 나왔다. 국물이 넘칠 듯 가득 담겨있었다. 이곳은 특이하게 초장과 들깻가루를 제공하지 않는다. 내장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한 밥과 국물을 따로 주지 않고 무조건 한 그릇에 담아 준다. 다대기 또한 미리 담겨 나온다. 뽀얀 국물과 빨간 다대기, 그리고 초록 파가 맛깔스럽게 대비를 이루었다. 다대기를 섞기 전 국물을 먼저 맛보았다.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하면서 시원한 맛이 났다. 다른 곳에서 먹어본 순대 국밥에 비해 가볍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다대기를 섞어 한 입 떠먹어보니 칼칼함이 더해져 맛이 더 풍부해졌다.


국물만큼이나 내장과 순대도 맛있었다. 큼직하게 썰린 내장은 질긴 부위가 하나도 없이 꼬들꼬들하거나 부드러웠다. 밑반찬으로 나온 간과 허파와 마찬가지로 잡내가 하나도 없었다. 내장의 양이 정말 푸짐했는데 밥보다 내장이 더 많이 들어있었다. 순대도 내장처럼 큼직했다. 채소순대는 깻잎의 향과 콩나물의 시원함이 조화로웠고 피순대는 채소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 고소함이 가득했다. 겨울 아침의 차가운 공기로 굳었던 몸이 따뜻하게 풀리는 맛이었다. 


한끼

#제육볶음 #질리지않는 #로컬러추천 #찐맛집 

  • 주소 : 전남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138

  • 전화번호 : 061-363-8337

  • 영업시간 : 매일 10:30~유동적

  • 휴      일 : 유동적, 주로 점심에 판매하시고 저녁 시간대에는 미리 전화해 보는 것 추천

  • 추가 정보 : 3명이 간다면 제육볶음 2인분에 장어탕 추가!


읍내에서 조금 벗어난 오곡면 길가에 위치한 한끼의 주변 풍경은 영화 곡성에서 본 거리가 떠오른다(무서운 분위기는 아니지만, 영화에 나오는 시골 동네 느낌이다). 주차장은 따로 없어 점심시간이면 한끼 주변 도로는 차로 꽉 차 있다. 식당 전면이 전부 문이라서 처음에는 어느 문이 입구일까 고민스럽기도 하다. 다른 손님을 따라 알루미늄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서니 매콤 짭짤한 제육볶음 냄새와 불향이 가득했다. 투박하게 손으로 적어 놓은 메뉴판과 관광객이 아닌 동네 분들이 가득한 모습에서 맛집의 기운이 느껴졌다. 


사람 수에 맞춰 제육볶음을 주문하고 앉아 있으면 반찬과 부추전이 나온다. 함께 나오는 국은 매번 달라진다. 노르스름하게 구워진 전은 단순히 허기를 달래준다고 하기에는 아까운 맛이다. 너도나도 바쁘게 젓가락을 움직인다. 

주메뉴인 제육볶음은 얇은 고기와 양파가 함께 볶아져 나온다. 불향이 가득 담긴 고소한 고기는 양념이 잘 배어있고 기름지지 않아 쉽게 질리지 않는다. 유달리 신선한 상추에 뜨끈한 밥을 올리고 고기를 몇 점 올려 한입에 넣으면 오전 내내 쌓인 피로가 한방에 풀린다. 열심히 먹다 보면 사장님이 어느새 비어버린 반찬과 쌈 채소 그릇을 채워주신다. 1인 가구가 사 먹기 힘든 채소를 부담 없이 사계절 내내 신선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곡성에 와서 처음으로 한끼를 먹었던 주에는 일주일 내내 한끼가 생각났다. 평일에 회사 동료들과 두 번이나 점심을 먹으러 들리고 주말에 친구와 또 방문할 정도로 질리지 않는 맛이다. 세 명 이상 간다면 장어탕을 함께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곳의 장어탕과 달리 부담 없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 비린 맛도 없어 금방 뚝배기 바닥을 볼 수 있다. 


한끼는 휴일과 마감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주로 평일 점심시간에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주말이나 저녁 시간에는 전화해 보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물 CAFE

#대왕우체통 #통유리 #논뷰 #인테리어맛집 #넓은주차장

  • 주소 : 전남 곡성군 오곡면 승법길 20 1층

  • 전화번호 : 0507-1490-2121

  • 영업시간 : 월~금 10:30~22:00

  • 휴      일 : 매달 2, 4번째 월요일

  • 추가 정보 : 시그니처 장미 음료 판매. 불고기 크림파니니가 맛있고 예약해야 함. 


곡성기차마을 주변에 의문의 대왕 우체통이 서 있는 카페가 있다. 바로 이곳 스물이다. 우체통뿐만이 아닌 주차장에는 세종대왕님이 차를 지켜보고 계신다(사장님이 인테리어를 좋아하셔서 직접 공수해 오신 조형물이라고 한다). 여러 조형물을 보고 있으니 현대미술 전시장에 온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방이 논으로 둘러싸인 현대적인 건물이라니 묘한 느낌을 풍긴다.

내부 인테리어도 외부의 동상만큼이나 특색 있다. 카페에 들어서자 하나하나 주문 제작한 테이블과 가구로 가득해 카페에 대한 사장님의 애정이 느껴졌다. 스물은 곡성읍에 있는 카페 중에서도 내부가 굉장히 넓고 사방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더욱 시야가 트이는 느낌이 든다. 논에 둘러싸인 카페에 앉아 있으면 논 가운데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을 텐데 겨울에 방문한 게  아쉬웠다. 푸르른 벼가 자라고 있거나 노란빛으로 물든 논이 있는 계절에는 더 풍성하게 스물 카페를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

시그니처 메뉴로는 로즈 밀크와 장미 에이드가 있다. 로즈 밀크와 장미 에이드에는 먹을 수 있는 진짜 장미 꽃잎이 들어 있다. 태어나 처음 먹어보는 장미는 약간의 풀 향이 나면서 시큼 쌉싸름한 맛이 났다(섬진강 기차마을에 있는 1,004종의 장미 맛이 다 다를지 살짝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 장미는 밀크보다 상큼한 에이드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코코넛오일로 만든 화장품을 사용하다 코코넛오일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살짝 어색한 것처럼, 장미 향이 나는 화장품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는 기분이 들었지만 익숙해지니 색다른 맛이 매력 있었다. 장미 에이드는 자몽 에이드, 레몬 에이드 등 수많은 에이드에 질려가는 우리에게 신선한 맛을 선사해 줬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음료뿐만 아니라 카페 앞 대왕 우체통도 있다. 우체통은 매년 색을 바꾼다고 한다. 첫해는 진 핑크, 작년에는 노랑이었고, 올해는 빨간색이다. 내년 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봄쯤에 변경될 예정이라고 한다. 과연 무슨 색 우체통으로 변신하여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청솔가든

#참게 #메기 #은어 #식객 #유명맛집

  • 주소 : 전남 곡성군 오곡면 대황강로 1560

  • 전화번호 : 061-362-6931

  • 영업시간 : 매일 11:00~20:00

  • 휴      일 : 연중무휴

  • 추가 정보 : 휴일은 유동적. 오후 3시부터 4시는 식당 직원 점심시간이라 피해서 가는 것 추천


첫째 날 저녁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도로를 달려 도착한 청솔가든의 외벽에는 ‘한국인의 밥상', ‘식객 맛집’ 등 이곳이 유명한 맛집임을 드러내는 문구가 큼직하게 달려있었다. 이곳은 찐 맛집이라는 든든한 믿음을 줬다. 내부로 들어서자 정면에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고 오른쪽으로는 주방의 입구가 보였다. 왼쪽으로는 큼직한 격자 나무의 미닫이문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묵직한 미닫이문들은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어릴 적,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만 가던 갈빗집의 문이 꼭 이 문처럼 생겼다. 문 뒤에서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문을 여는 그 순간이 가장 기대되고 설렜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들뜬 마음으로 미닫이문을 밀고 방에 들어섰다.

청솔가든은 만화 <식객>의 108화에 등장한다. 만화에서는 은어를 먹지만 청솔가든은 은어뿐만 아니라 다른 메뉴들도 맛있기로 소문나있다. 그중에서 차가운 공기에 굳은 몸을 눅진하게 풀어줄 참게 메기탕을 시켰다. 참게와 메기 모두 평소에는 먹기 힘든 음식이라 어떤 맛일지 기대되었다. 본 식사가 나오기 전에 유자 샐러드와 부추전이 밑반찬과 함께 나왔다. 먼저 샐러드를 한 입 먹어보았다. 유자의 새콤함에 입맛이 돌았다. 쫀득한 부추전과 유자 샐러드를 번갈아 가며 먹다 보니 어느새 부추전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부추전을 더 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나이사: 참게 먹어봤어요?

이든: 아니요. 참게는 처음이에요.

나이사: 참게 다리에 털 달린 거 알아요?

이든: 네? 털이 달렸다구요? 그러면 털도 같이 먹어요?

나이사: 아니요…^^(드셔보실?)


참게 털에 대한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드디어 참게 메기탕이 나왔다. 커다란 뚝배기에 넘칠 듯 말 듯 보글거리는 국물에서 참게와 메기를 국자로 건져 그릇에 옮겨 담았다. 시래기와 국물도 듬뿍 퍼서 담았다. 먼저 국물을 한 숟가락 후룩 마셔보았다. 들깨를 베이스로 한 국물에 시래기의 맛이 더해져 청솔가든만의 독특하고 깊은 맛을 자아냈다. 얼큰한 맛보다는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시래기와 국물을 같이 떠먹었다. 혀를 부드럽게 감싸는 시래기가 식감과 감칠맛을 더했다. 

이번에는 참게를 젓가락으로 집었다. 참게 껍데기는 많이 딱딱하지 않아서 껍질째 씹어 먹을 수 있다. 껍질째 씹으면 살만 발라 먹을 때보다 고소함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국물이 푹 스며든 참게는 꽃게와 다른 풍미가 가득했다. 메기는 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담백했다. 마치 섬진강을 맛보는 기분이 들었다. 부위별로 식감이 다른 게 확연히 느껴졌는데 몸통은 바스러짐이 없으면서 부드러웠고 꼬리는 미끈하고 탱글 했다. 메기 살과 시래기를 함께 먹으면 맛의 궁합이 정말 좋다. 


깨끗하게 그릇을 비우고 식당을 나서는데 사장님이 오시더니 젊은 사람들이 와서 참게 메기탕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신기해하셨다. 주로 나이대가 있는 분들이 방문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청솔가든은 나이 상관없이 누구나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맛집이었다. 날이 좋으면 야외에서 섬진강을 보며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뷰 맛집이기도 하다. 감칠맛 나는 국물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민물고기 매운탕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담백하고 구수한 청솔가든을 추천한다.

전라도에 오면 쌀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이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곡성에 살면서 많은 식당을 다녀보면 맛없는 한식집은 마주치기 힘들다. 그중에서도 곡성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들을 다녀온 오늘은 어딜 가든 정답이었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자꾸만 가고 싶어지는 맛집들이었다. 삼시 세끼를 한식으로 꽉 채워 먹은 우리는 오늘도 밤 산책을 해야만 했다(다행히 오늘은 논두렁에 빠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