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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03. 다녀왔어요, 곡성 맛집

여행자 그리고 맛집

#라이첸  #단편  #청계참다슬기

에디터 나이사, 이든

포토그래퍼 나이사


여행자 그리고 맛집

#라이첸  #단편  #청계참다슬기

에디터 나이사, 이든

포토그래퍼 나이사

곡성에 살기 시작한 지 n개월 차인 두 사람. 오늘은 새내기 곡성인들의 곡성 맛집 탐방 첫날이다. 우리의 맛집 탐방을 축하하듯 하늘에서 첫눈이 내렸다(읏, 추워!). 첫 번째 날에 방문할 음식점은 곡성에 놀러 온 관광객이 가보면 좋을 곳으로 골라보았다. 라이첸과 단편 근처에는 섬진강 기차마을이 있고 청계참다슬기 근처에는 제월섬과 청계동 계곡이 있어 구경하고 와서 밥을 먹기 좋다. 곡성에 놀러 온 자여, 열심히 구경했으니 이제 밥을 먹으러 가보자!

라이첸

#기차마을옆 #차돌박이짬뽕 #유린기 #재료소진시마감

  • 주소 : 전남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37

  • 전화번호 : 061-363-7654

  • 영업시간 : 화~일 11:00~15:00 (주문 마감 시간 14:30)

  • 휴      일 : 매주 월요일 (개인 사정으로 휴무일 변경될 수 있음) 

  • 추가 정보 :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 배달 불가능, 포장 주문 가능, 주차장 없음.


곡성 맛집 투어의 첫 번째를 장식할 식당은 라이첸이다. 이곳은 관광객들을 위한 맛집 추천이라는 주제에 딱 맞는 식당이다. 섬진강 기차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와서 점심 먹을 곳을 찾는다면 바로 이곳을 추천해 주고 싶다. 라이첸은 기차마을 바로 건너편에 있어 도보로 걸어서 갈 수 있다(식당 주차장이 따로 없는 점은 아쉽다). 


날아오르는 용이 그려진 빨간색의 간판을 보면 누구나 이곳이 중화요리집인 것을 알아챌 것이다. 멀리서 봤을 때 라이첸은 그냥 평범한 식당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보이는 영업시간 안내판에서 범상치 않은 맛집의 기운이 느껴진다. 오로지 점심시간에만 영업하는데 재료가 소진되면 영업 마감이라니! 라이첸을 먹으러 왔는데 식당 주변에 차가 없다면 그것은 휴일이거나 재료가 소진되었다는 뜻이다. 오늘은 다행히 우리를 위한 자리가 있었다. 


라이첸은 차돌박이 짬뽕이 유명하다. 차돌박이 짬뽕의 경우 2인 이상 주문해야 한다. 밥도 먹고 싶고 면도 먹고 싶다면 차돌박이 짬뽕밥을 시키면 된다. 우리는 차돌박이 짬뽕을 2개 주문했다. 그리고 유린기가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호기롭게 유린기까지 시켰다(과연 다 먹을 수 있을까?). 요리가 모두 나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짬뽕만 주문하면 빨리 나오는데 유린기 등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메뉴와 함께 시키면 늦게 나온다. 

드디어 차돌박이 짬뽕과 유린기가 나왔다. 짬뽕의 매콤한 향이 입맛을 돋운다. 채소와 차돌박이가 면 위에 수북이 쌓여있고 빨간 국물은 윤기가 흐른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모든 재료를 골고루 섞은 다음 후루룩 면을 먹어보았다. 칼칼한 매운맛이 먼저 혀를 감쌌다. 국물이 스며든 면발에서는 찰기가 느껴졌다. 차돌박이와 채소를 한 움큼 집어먹자 차돌박이에서는 불향이, 채소에서는 달큰함이 올라왔다. 중간중간 오징어와 주꾸미를 곁들여 먹으면 식감에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이번에는 유린기를 한 점 집어 들었다. 홍고추와 청고추가 듬뿍 올라가 있어 색감이 매우 예뻤다. 닭고기 살은 부드럽고 튀김옷은 바삭했다. 간장과 식초가 들어간 소스는 달콤하면서 새콤하게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거기에 알싸한 마늘과 고추가 한 번 더 느끼한 맛을 잡아주며 감칠맛을 더해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풍성한 양상추는 아삭함과 시원함을 더한다. 확고한 찍먹파였는데 라이첸의 유린기를 먹고 부먹파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中) 자를 시켰는데도 양이 상당히 많아서 유린기는 3인 이상 방문했을 때 시키는 걸 추천한다.


단편

#기차마을주차장옆 #쌀케이크 #포근함 #사진맛집

  • 주소 : 전남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02

  • 전화번호 : 0507-1320-1918

  • 영업시간 : 매일 10:30~22:00

  • 휴      일 : 없음

  • 추가 정보 : 섬진강기차마을과 바로 연결되어 있음.


기차마을 정문에서 주차장 쪽으로 쭉 걸어 나오면 네모난 하얀 건물이 서 있다. 우리들의 짧은 이야기라는 뜻을 담은 단편이 담백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준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탁 트인 내부와 중간중간 놓여 있는 전통 가구들이 눈길을 끈다. 큼직한 창밖으로는 곡성의 하늘과 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깔끔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전통 가구들이 어우러진 모습에 마음이 포근해진다.

담백한 인테리어만큼이나 담백한 메뉴들이 눈길을 끈다. 곡성에서 가장 인기 많은 관광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커피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고 맛도 있다. 단편은 음료뿐만 아니라 쌀로 만든 베이커리도 맛있다. 추천해 주고 싶은 메뉴 조합은 고소한 아메리카노와 절제된 단맛이 매력적인 인절미 시폰 케이크이다. 캐러멜 스콘과 도넛 설기도 참 맛있지만 매일 만날 수 있는 메뉴는 아니다. 단편에 방문했을 때 이 메뉴들을 만난다면 당신은 운이 좋은 것이다(참고로 우리는 못 만났다).


인절미 시폰 케이크는 수없이 맛 봐온 케이크들과는 달리 자극적이지 않다. 입에 넣은 순간 퍼지는 고소한 콩가루와 부드러운 동물성 생크림 맛이 잘 어우러진다. 퐁신한 시폰 케이크는 씹을수록 촉촉함이 느껴진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으니 케이크는 하나만 먹자던 말이 무색할 만큼 쑥쑥 들어간다. 

알맞게 달달한 케이크를 한입 먹고 아메리카노를 한잔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단편에서 사용하는 원두는 사장님이 고심해서 고른 원두라고 한다. 고소하면서 끝 맛은 살짝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따뜻하게 마셔도 차갑게 마셔도 원두의 향이 살아있어 맛있다.


커피 외에 단편만의 메뉴가 마시고 싶을 때는 밀크티를 추천한다. 티백이나 가루가 아닌 홍차 잎과 비정제 설탕으로 직접 우려낸 밀크티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텁텁함 없이 깔끔한 홍차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밀크티는 맛도 좋고 시골의 정만큼이나 양도 많다. 유리병에 담겨 나오는 밀크티를 함께 주는 컵에 꽉 차게 부어도 유리병에 절반이나 남는다. 단편의 먹거리들은 잔잔하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는 매력이 있다. 


청계참다슬기

#청계동옆 #다슬기수제비 #다슬기백숙 #여름에재방문예정

  • 주소 : 전남 곡성군 곡성읍 청계동로 409

  • 전화번호 : 061-363-4774

  • 영업시간 : 매일 11:00~21:00

  • 휴      일 : 매달 1, 3번째 화요일

  • 추가 정보 : 마지막 주문은 19시까지


청계참다슬기 식당으로 향하는 길은 참 예쁘다. 자동차 창밖 왼편에는 나무숲이 가득하고 오른편에는 강이 흐른다. 이날은 저녁 시간에 찾아가 그 풍경을 볼 수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가는 길에 가로등이 별로 없어 이게 시골의 밤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차가운 어둠 속 멀리서 빛나는 식당의 불빛이 너무 따스해 보였다.


식당에 들어서자 야외 테이블을 지나 아담한 황토방으로 안내받았다. 추운 겨울에 포근한 황토방은 정말이지 아늑했다. 미리 예약하고 찾아가서 정갈한 반찬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영업시간은 오후 9시까지이지만 주문은 오후 7시까지이니 저녁에 방문 예정이라면 미리 전화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다슬기 무침을 비벼 먹을 수 있는 비빔밥과 해장국이 함께 나오는 다슬기 정식을 주문했다. 테이블에 차려진 반찬들이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부터 젓가락을 움직이게 했다. 특히 아삭하고 개운한 열무김치에 손이 갔다. 정신없이 반찬을 먹다 보니 따끈한 뚝배기에 담긴 다슬기 해장국이 나왔다. 배추와 함께 끓여낸 다슬기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자아냈다. 달큰하고 부드러운 배추와 쌉쌀하고 탱탱한 다슬기가 잘 어울렸다. 여기서 빼놓으면 안 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수제비 사리이다. 수제비 사리를 시키면 잘 숙성된 쫀득한 수제비 반죽이 나온다. 접시에 담겨 나온 수제비 반죽을 뜯어내면 마치 모차렐라 치즈처럼 늘어난다. 직접 하나하나 뜯어낸 수제비는 크기와 모양이 다 다르다. 예쁜 모양으로 뜯는 것은 생각보다 숙련도가 필요한 일이었다. 제각각 다른 모양으로 보글보글 올라오는 수제비도 하나의 추억이 될듯싶었다.

다슬기 무침은 초장에 무친 다슬기와 신선한 채소와 함께 초록빛 면이 나온다. 다슬기 무침은 면과 섞어 먹기도 하고 밥과 비벼 먹기도 한다. 탱글한 다슬기는 면과 만나도 밥과 만나도 색다른 식감을 선사했다. 씁쓸한 맛과 단맛이 공존하는 다슬기는 담백한 면과 잘 어울렸다. 거기에 채소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상큼함이 더해져 맛이 배가 된다. 초록빛을 띠는 면이 특이해서 사장님께 왜 초록색인지 여쭤보고 싶었으나, 정신없이 먹느라 결국 물어보지 못했다.  


우리는 다슬기 정식을 먹었지만, 이곳은 다슬기 백숙도 유명하다고 한다. 여름에 다슬기 백숙을 먹으러 꼭 다시 와보고 싶다. 따뜻했던 황토방도 좋았지만, 야외 테이블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백숙을 먹으면 여름을 온전히 다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을 만끽하며 다슬기 백숙을 먹을 생각에 벌써 여름이 기다려진다. 

불향 가득한 차돌박이 짬뽕과 바삭하고 감칠맛 나는 유린기, 퐁신한 시폰케이크, 따끈한 다슬기 수제비로 채운 첫날. 각자 얼마나 먹을 수 있을지 생각지도 않고 끝도 없이 먹은 우리 둘은(배부르다고 백번 말하면서 맛있다고 계속 먹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너무 배가 불러서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기로 했다. 눈 내린 추운 겨울밤이었지만 배부름이 추위도 이겨버렸다. 집 근처 체육공원의 산책 코스를 다 돌고도 배부름이 가시지 않아 새로운 길을 찾다 논두렁에 발이 빠졌다. 이 또한 시골에서만 만들 수 있는 추억이 아닐까?